11월의 첫 주, 어떻게 보내셨나요? 좋은 사람들과 밖에서 느긋하게 둘러앉은 시간을 오랜만에 만끽한 분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한 달쯤 전에 단골 LP바 사장님과 잠깐 국제통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냥 언니라고 부르는 분인데, ‘정말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그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의 그 단골집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들을 맞고 있을 것 같아 기쁩니다. 모두가 답답하고 힘든 시기를 지나왔지만, 그동안 제대로 문을 열지 못했던 가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야 했을지 짐작하기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작년 연말 뉴욕에 도착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해도 불빛을 밝히는 곳들이 드물었습니다. 어두운 밤거리는 9시 정도면 인적이 아예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뉴욕에서도 심야 식당영업이 금지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맨해튼인데, 어떻게 이렇지?’ 싶었습니다. 그럴 거라는 걸 충분히 알고 왔는데도, 막상 직접 보는 건 또 달랐습니다.
다행히 1월부터 백신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뉴욕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도시 자체가 조금씩 되살아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자체로 문득문득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분명히 며칠 전 지나갈 때까지만 해도 굳게 문을 닫아걸었던 집이 “많이 기다리셨죠? 우리가 돌아왔어요!” 인사말을 크게 써붙이고 불빛을 환하게 밝힌 걸 발견했을 때. 골목골목마다 밝은 조명들이 다시 들어오면서 사람들이 그 아래 모여서 신나게 떠들고, 마시고, 부대끼고, 큰 소리로 웃는 모습들을 볼 때. “이따 잠깐 볼래?” 번개를 치면, 잠시 후에 큰 걱정없이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때.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게, 전에는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그 풍경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이다지도 좋은 것이로구나. 밤마다 골목골목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 시작한 식당과 술집들의 반짝이는 불빛의 띠가 비로소 다시 시원하게 흐르기 시작한 도시의 혈관 같다고 느꼈습니다. 비유적으로 ‘혈관 같은’ 게 아니라 어쩌면 도시의 혈관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위드코로나’가 시작된 주간, [북적북적]에서는 김혜경 작가가 지난 여름에 펴낸 [아무튼, 술집]을 함께 읽고 싶습니다.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 아무튼, 술집입니다.
출판사 제철소/위고/코난북스가 함께 펴내는 이 ‘아무튼’ 에세이 시리즈에서 딱 2년 전 여름 [아무튼, 술]이 출간됐습니다. 그때 이 책을 [북적북적]에서 즐겁게 읽으면서 ‘야 이거 야심찬 기획이다’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에 술과 글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술꾼들의 대표로 술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한 일입니다. [아무튼, 술]도 그 책임을 멋지게 완수했는데, [아무튼, 술집]은 제게 별안간 –술병 뿐 아니라- 향수병까지 가져다 줬습니다. 이 책에 묘사된 작가의 단골집들이 궁금해지게 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던 내 정다운 단골집들을 한꺼번에 떠올리게 하는 매력.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맨정신에 한 잔 한 것처럼, 쓸쓸했던 날 단골술집에서 위로를 받은 날처럼, 기분좋게 취하게 만들어주는 글들입니다.
지난 1년 동안 불이 꺼져 있었을 이 모든 근사한 술집들이 모두 무사히 이번주에 돌아왔기를 바라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술집을 즐겨찾는 분이든, 커피하우스나 스무디가게를 더 좋아하는 분이든, 좋아하는 그 가게에서 느긋하게 즐기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 북적북적 함께 해주시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제철소 출판사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권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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