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도 스페인 사람으로 가장 유명한 이를 꼽아보면 누구일까요. 아마도 가상의 인물이긴 하나 이 사람 아닐까 합니다. 돈키호테.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그 이름은 산초입니다.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가 창조한 돈키호테는, 기사도 소설을 읽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떨쳐 일어나 스스로 기사가 되어 모험을 떠납니다. 자기가 지은 이름이 돈키호테 데 라만차입니다.
4백여 년 전 출간돼 세계 최초의 근대 소설로 꼽히고 전 세계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이라는 건 제가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 돈키호테가 고향에서, 그리고 모험을 떠나 곳곳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마셨는지에 특히 주목한 책은... 아마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글로 쓰인 책은 이 책이 최초 아닐까 합니다. 오늘 북적북적의 선택, 천운영 작가의 <돈키호테의 식탁>입니다.
염장 청어, 레케손 치즈, 와인, 파에야, 가지, 무화과, 마늘... 등등 음식과 식재료 17개를 추적한 이야기 17편이 실려 있습니다. 소설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음식이 과연 4백 년 후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지 그것은 어떤 요리인지, 그 어원과 조리법까지 추적하는 것과 함께 작가의 삶과 경험이 양념으로 녹아듭니다. 10여 년 전 스페인에 딱 한 번 가본 것 말고는 인연이 없었으나 스페인 요리를 매우 좋아한다고 믿고 있고 곧잘 찾아먹는 저로서는, 군침 도는 걸 넘어 마치 야심한 시각, 먹방 프로그램을 보고 몸부림치듯이, '아, 이 책은 밤에 읽으면 안 되겠는걸' 한숨 쉬는 게 여러 번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야, 이렇게 1년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하는 망상 혹은 공상도 해봤습니다.
이 탐사취재의 멋진 결과물 하나는 이 책이고, 또 다른 하나는 '라 메사 델 키호테', 역시 돈키호테의 식탁인데 작가가 연남동에서 2년여 운영했던 식당이라고 합니다. 올해 3월 이 책이 출간됐을 때는 이미 식당 문을 닫고도 한참이 지난 뒤였다고 하네요. 책은 참 재미났으나 식당에 못 가본 게 퍽 애석합니다. 식당 운영의 경험을 담아낸 산문집도 있다고 하니 조만간 읽어보려 합니다.
*출판사 아르테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심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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