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벚꽃이 만개했어요./만발했어요. 차이를 아시나요? 마술/마법/요술, 이건 또 서로 어떻게 다른 걸까요? 채소랑 야채는요? 헤엄과 수영은 또 어떻고요? 개가 헤엄을 친다고는 할 수 있지만, 개가 수영을 한다고는 하지 않죠. 간섭/참견, 거만/오만/교만, 안일하다/안이하다, 오해/곡해, 사고/사유/사색, 심문하다/신문하다, 고맙다/감사하다, 기억/추억 … 예를 들자면 끝이 없습니다.
아예 모를 때도 있고, 용케 잘 구별해서 쓰고는 있지만 정확한 뜻은 알지 못하고 있을 때가 많죠. 수많은 언어 중에 우리가 제일 자신 있는 언어, 한국어이지만 막상 비슷한 말이 ‘비슷할 뿐 같지는 않은’ 이유가 정확히 뭔지 따져 물으면 대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2021년 6월 20일 북적북적에서 소개하는 책은 『우리말 어감 사전 (안상순 지음, 유유 펴냄)』입니다. 지난 5월에 나온 신간입니다. 부제는 ‘말의 속뜻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이에요. 이 책을 쓴 안상순 님은 평생 사전을 만들어 온 분입니다. 안상순 님은 1985년부터 30년 넘게 국어 사전을 만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책 『우리말 어감 사전』을 쓰고 교정까지 본 뒤, 출간을 앞두고 세상을 떴습니다.)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썼습니다.
‘암묵적 지식’, 소위 ‘감’을 ‘명시적 지식’, ‘앎’으로 바꾸고자 했다고 하죠.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비슷한 말의 미묘한 차이를 속뜻과 함께 알게 됩니다.
‘간섭’과 ‘참견’을 잠시 예로 들어볼까요. 둘 다 ‘타자에 대한 부당하거나 공연한 개입’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고, 같은 뜻으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간섭/참견 마세요’ 처럼요. 하지만 ‘부모의 간섭은(o) 참견은(?)아이를 망칠 수 있다’ 의 경우, 참견 보다는 간섭이 자연스럽습니다. 간섭은 우월적 지위가 있는 경우, 참견은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경우에 쓰이기 때문이죠. 특히, ‘고려는 오랫동안 몽고의 내정 간섭을(o)/참견을(x) 받았다’ 처럼, 한 집단/국가가 미치는 영향력이나 강제력에 대해 ‘간섭’이라 할 수는 있지만 ‘참견’이라고는- ‘내정 참견’- 하기 어렵습니다. ‘빛은 소리나 물결처럼 간섭(o),참견(x) 현상을 일으킨다.’ 라고 쓸 때도 ‘참견’은 쓸 수 없고요.
‘기억’과 ‘추억’도 그렇습니다. 기억은 과거와 현재의 일을 되살리는 데 모두 쓰일 수 있지만, 추억은 과거에만 해당됩니다. 또 추억은 ‘그리움’의 정서가 깔려 있는 만큼, 그리워할 수 없는 비극적 불행에는 ‘추억’이란 말을 쓸 수 없죠. 다른 말과 결합할 때 역시, ‘기억력/ 추억력(x), 기억 상실증/추억 상실증(x), 기억이/추억이(x) 가물가물하다. 추억이/ 기억이(x) 깃든 곳’ 처럼 두 단어는 쓰임이 다릅니다.
사전만으로는 알 수 없는 속뜻은 이렇게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고, 다른 말과 결합할 때는 어떤지 비교해 보면 차이가 도드라집니다. 저자인 안상순 님은 선행 연구를 참고하고 말뭉치를 활용해 신중하게 정리해 이 책을 내놓으며, ‘언어의 의미란 어떤 방법론으로 접근해도 끝내 궁극을 드러내지 않는 불가지의 영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 말과 글을 찾아다니며 풀이를 붙이는 일을 했지만 비슷한 말의 속뜻을 변별하고 정리해서 기록하는 이 작업은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이 ‘언어의 규범서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제목처럼 정말 ‘사전’이지만, 독자가 이 책을 교재나 규범서처럼 딱딱하게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 궁금한 게 많은 호기심쟁이, 우리말을 더 잘 쓰고 싶은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책입니다. 읽고 나면, 이 책에 나오지 않은 다른 유의어도 그 미묘한 차이가 궁금해집니다. ‘감’이 ‘앎’이 되고, 그 ‘앎’으로 다시 ‘감’이 솟아나 더 알고 싶어지는 선순환이랄까요.
** 유유 출판사의 낭독 허락을 받았습니다.
진행: 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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