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어떻게 보내셨나요. 크리스마스 이브 한때, 대형 포털의 실시간 검색 1위가 ‘오프너 없이 와인 따는 법’이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5명 이상은 모일 수도 없는 시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던 와중에 나타난 해프닝 아닌 해프닝이겠죠. 여러가지로 작년 이맘때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연말입니다.
저는 자가격리 중입니다. 이번주에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뉴욕은 미국 바깥에서 오는 사람들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주에서 넘어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2주간 자가격리를 명하고 있습니다. 제 격리도 새해가 돼야 끝납니다. 떠나오기 전에 “이 시기에 뉴욕을 가서 어쩌냐.”고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했고, “그래도 어쨌든 뉴욕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보겠네?”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그냥 트리 전구가 반짝이는 걸 바라보면서, 집에 있습니다^^ 그리고 격리 중이라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공항에서 집까지 오면서 언뜻 봐도 이 도시 역시 예년 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결코 아닌 걸로 보여요. 이전에 몇 번 연말 언저리에 미국에 있었을 때는, ‘미국 사람들은 정말 크리스마스란 걸 삽으로 떠다가 여기저기 막 끼얹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올해는 확실히 그 정도는 아닙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도 보기 힘들고요. 저는 1년 동안 여기 있을 예정이고, <북적북적>엔 계속 참여합니다^^
이번주에 함께 읽어보고 싶은 책은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6년에 출간된 <뉴욕 미스터리>입니다.
1945년 뉴욕에서 회원 10명으로 시작한 미국추리소설가협회가 지난 2015년 창립 70주년을 맞아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회원 17명으로부터 뉴욕 곳곳의 명소들을 배경으로 한 단편을 하나씩 받아서 엮어낸 책입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나 타임스퀘어처럼 대부분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 한 번쯤은 영화에서라도 보았을 곳들을 배경으로 음모와 범죄, 단막 느와르와 치정극이 펼쳐집니다.
범죄, 치정, 음모, 계략, 아찔한 상승과 까마득한 추락,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일어날 만한 그럴싸한 배경…. 추리소설이란 장르는 역설적인 낭만과 강렬한 감정들이 듬뿍 배어나는 장르죠. 형제 격인 –또는 종종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 첩보물과 스릴러를 아우른다면 더더욱요. ‘협회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이 단편집에 참여한 작가들은 추리소설의 이 같은 낭만성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거의 노골적으로 담은 작품들을 내놨습니다. 추리소설 나름의 이런저런 전통적인 기법이나 이 장르를 만들어간 사람들에 대한 흠모가 곳곳에서 진하게 묻어납니다. 특히 ‘뉴욕’을 같이 기리고 있는 만큼, 이 도시에서 태동하거나 절정기를 맞았던 문화와 ‘글래머’에 대한 향수, 복고적인 풍취가 가득해요.
이번에 뉴욕으로 오면서, 오랜만에 공항을 이용하게 됐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토록 텅 빈 공항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반쯤 빈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짐작도 못했던 시절을 살고 있구나’ 새삼 쓸쓸한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이번주에 함께 읽고 싶어졌어요. 뉴욕이든 어디든, 우리가 예전에 알았던 그 세계. 전처럼 누리기 힘든 바깥세상을 그린 작품들의 분위기에 젖어서 잠깐이라도 ‘지금’을 잊어보면 어떨까. ‘현재’를 떠나 적당히 편안하면서도 은근히 긴장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에 안성맞춤인 작품들입니다.
*북로드 출판사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권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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