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많은 즐거움 중에서도 특히 여행이란 게 아련해진 특이한 해입니다. 저는 먹는 것과, 여행을 꽤 좋아하는데 책도 그런 류를 즐길 때가 많은데요, 가을의 중턱을 지나 이제 겨울에 가까워진 이때 독특한 '랜선 여행'의 재미를 느껴볼 만한 책이 이번 북적북적의 선택입니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헨미 요가 쓴 <먹는 인간>입니다.
헨미 요는 일본 교도통신 기자였고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세계를 여행하면서 칼럼을 연재했으며, 그 칼럼들을 기반으로 1994년 이 책을 출간했습니다. 와, 세계 여행하면서 칼럼을 썼다니 부러워... 하는 마음이 안 들었던 건 아니지만, 거의 30년이 다 됐네 오래됐구나... 생각이 안 든 것도 아니지만, 그런 마음을 전부 뛰어넘은 내용이었다고 할까요. 저처럼 90년대 학창 시절을 주로 보내셨던 분들이라면 그리 멀게 느껴지진 않을 것 같은데 보스니아 내전이나 유로화 이전의 마르크라든가 이런 화폐가 나오는 걸 보니 세월이 꽤 흘렀네 싶긴 하네요.
작가는 '먹는 인간'이라는 책 제목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15개 나라를 여행합니다. 아시아에서는 방글라데시, 베트남, 필리핀, 타이, 한국. 유럽에선 독일, 폴란드,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오스트리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아프리카에서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미주와 오세아니아는 안 갔지만 세계 일주에 버금가죠. 당시 일본은 고도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할 만한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반면 작가가 다닌 나라들은 대개 전쟁이나 제국주의 침탈, 빈곤, 그 외 분쟁 등을 극심하게 겪었거나 그 한복판에 놓여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관광이 발달한 나라도 당시로서는 별로 없고요. 일부러 골라 간 거겠죠.
[먹는 인간]은 우리 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을 통해 삶을 들여다본 책입니다. 풍요롭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보다는 그렇지 않은 곳을 주로 골라 다녔습니다. 크로아티아를 방문했을 때는 아드리아 해에서 어선에 타 막 잡아 올린 정어리를 회쳐먹는 장면이라든가, 폴란드 탄광에서 종일 숨이 턱턱 막히는 곳에서 일하고는 함께 먹었던 보그라치 수프의 맛 같은 건 뚝 떼어다 여행 서적에 실어도 좋겠다 싶을 만큼 생생하기도 합니다. 그것도 삶이니까요.
'저널리즘과 문학이 아름답게 결합된 명저'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고 고단샤 논픽션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은 조금 아쉽습니다. 26년이 흘렀으니 지금의 세상은 당시보다 조금은 나아졌을 것이란, 근거 희박한 기대도 하면서 언젠가 여행을 다시 맘껏 하게 되면 이런 것들도 기억하자, 하면서 다소 특이한 랜선 여행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판사 메멘토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심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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