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SBS의 아침뉴스 프로그램인 [모닝와이드]에서 ‘친절한 경제’라는 코너를 맡고 있어서, 매일 새벽에 출근합니다. 제가 출근하는 시간은 SBS 본사 빌딩에 하루 종일 오갈 사람들 중 1%도 채 나와있지 않은 시간이에요. 그렇다 보니, 회사에 도착해서 뉴스 스튜디오에 들어설 때까지, 마주치고 인사를 하게 되는 사람들이 딱 정해져 있습니다. (그 시간에 출근해 있는 사람들은 동선이 일정한 법이거든요.) 의상실과 분장실 사람들, 그리고 보도국 사무실 층을 청소해 주시는 환경미화원 분들입니다.
새벽에 나오기 전에는 사실 알아채지 못했던 일인데요. 환경미화원들은 각자 정해진 구역을 맡아서 일정한 시간에 청소를 합니다. 그래서 저 같은 새벽 출근자는 매일 아침 같은 분을 만나 안면을 익히게 됩니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담당 구역이 바뀌어 또 새로운 분이 오세요. “(아 그 분 참 상냥하셨는데…) 어디로 가셨어요?” 이런 것도 묻게 되고, 귤 같은 걸 나눠 받아서 감사하게 먹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침마다 사무실을 청소해 주시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가끔 짧은 대화도 나누면서 깨닫게 된 게 있어요. 회사가 우리 집보다 깨끗하다는 것을요. ㅎㅎ 새벽 출근을 하기 전에는 그 ‘깨끗함’에 대해서 한 번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늘 당연한 듯 휴지통은 비어있고, 세면대는 물기 없이 정리돼 있는 거고, 난간 손잡이는 손자국 없이 반짝이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처럼 받아들여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자연스럽게 될 리가 없는 거죠. 사람들이 없는 시간을 골라 청소하고, 새벽 출근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시간에는 보이지 않는 비좁은 공간에서 쉬는 미화원들이 아니면 사무실은 반나절 만에 어마어마하게 지저분한 곳이 됩니다. 종종 주말에 출근할 때마다 다시 한 번 느껴요. 미화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날의 회사란 얼마나 쾌적하지 않은 곳인가. 어제 오후에만 해도 그렇게 깨끗했는데.. 하고 말이죠.
이렇게 나의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미화원 분들은 되도록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고안된 시스템과 동선 안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인다는 것도 새벽 출근 이후로 깨닫게 됐습니다. 이걸 한 번 보게 되고, 의식하게 되고 나니, 조금은 답답한 마음이 되더라고요.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면 좋을지 딱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까진 아직 제 생각도 정리해 보지 못했지만, 서로서로 더 눈에 띄는 것이야말로 좀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공청소기는 항상 남자가 돌린다는 것도 알게 됐고, 미화원은 대부분은 여성들인데 일종의 리더 격으로 이런저런 지시는 그 남자분이 내리는 것 같은 모습도 종종 보게 됐습니다. 끼어들어 묻기까지는 못했지만, 그 ‘서열’과 ‘업무분장’은 어떻게 정해지는 건가 의문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오늘 함께 읽고 싶은 책은 9월 18일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입니다. 지은이 최성연은 유명한 대학의 음대를 졸업했고, [택시 드리벌] [날 보러 와요] 같은 히트작에 출연했던 연극배우 겸 신춘문예 등단 작가이자 요가 강사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다양한 일을 인정받으며 해온 그는 정확히 50세가 되던 해에 모든 활동을 그만두고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미화원 일을 시작하면서 느끼고 배운 점들을 썼습니다.
*’위즈덤하우스’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권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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