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북적북적]은 좀 편파적일지도 모릅니다. ‘팬심’은 어쩔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 우리말로 소설을 쓰는 사람 중 최고의 이야기꾼. ‘이야기 기술자’, ‘이야기 장인’일 뿐 아니라, 늘 본질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뚝심을 버리지 못하는 예술가. 이기호가 쓴 [누가 봐도 연애소설]을 함께 읽고 싶습니다.
2년 만의 작가 단독 단편집입니다. (딱 2년 전이었던 9월초, 제가 [북적북적] 멤버로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해 봄에 나왔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에 실렸던 작품들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모두 사랑 이야기랍니다!
단편이라기보단 콩트에 가까운 길이의 작품들이 자그마치 30편 실려있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과 독감이 등장할 만큼, 바로 ‘오늘 여기’ 우리사회의 단면단면들만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그 30편의 상황과 구성과 결이 하나같이 다릅니다. 반복되는 느낌이라고는 ‘역시 이기호!’라는 것뿐? 읽는 것만으로도 박자를 타게 되는 리듬감 있고 경제적인 문장, 잘 쓴 콩트 특유의 압축적인 재미 뿐입니다. 특유의 풍자 감각은 날카롭지만 너무 쓰디쓰게 과시하지는 않고, 언제나처럼 재치가 넘치지만 눈살 찌푸려질 만큼 능글거리지는 않습니다.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입니다.
이 정도로 약을 파는 건 참 오랜만이네요. 하지만 (제 입장에선) 거짓이나 과장은 하나도 없거든요. 대단한 걸 대단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ㅎㅎ
이 책에 담긴 30편의 ‘사랑 이야기’는 테마가 모두 다릅니다. 그래도 여러 편에 걸쳐서 은근히 반복되는 경향이 2가지 정도는 보입니다.
첫번째는 이기호 작가 특유의 “나부터 잘하자” 정신이랄까요. 이 작가는 자신의 남자주인공들을 통해서 자기 연민하지 않습니다. 성찰하고 반성하는 척하면서 결국 자기연민에 문재(文才)를 쏟아붓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작가 자신의 조각조각을 투영하기 마련인 자신의 남자주인공들에 대해 함부로 면죄부를 주지 않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게 불륜이고, 내가 하고 있지 않은 저것이,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할지도 모르는 저쪽이 로맨스인 건 아닐까’ 끊임없이 되새김질합니다.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설교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감칠맛 나는 이야기들을 청산유수로 풀어놓을 뿐이지만, 정작 그 자신은 묵묵히 ‘소설적 되새김질’을 멈추지 않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나이로 지천명에 접어드는 이 시대 한국 남성 작가 이기호의 독보적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느낌을 오랜만에 다시 접하는 소설적 쾌감이 유달리 상쾌하기도 했습니다.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 늘 깊이 감사드립니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권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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