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참, 하 수상합니다. 꿉꿉하고 기나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이제 좀 한여름다운 날들인가 했더니,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딘가 늘 좀 곤두서 있던 신경을 다시 한 번 더 바짝 조여야 한다니,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아 이제 지쳐" 소리가 절로 나오는 걸 감추기 힘듭니다.
그래서 오늘 [북적북적]은 이른바 '랜선 트레킹'을 도모해 봤습니다. 당분간 이런 여행, 어렵잖아요. 그냥 어느 주말 아침에 불현듯 '가볼까?' 충동이 불쑥 일었을 때, 운동화 끈 다시 한 번 단단히 조여매고 떠나 시골장터에서 바구니를 집어드는 하루이틀짜리 나들이. 올해 들어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열리지도 못하는 그 삼일장, 오일장들에서 바구니 엮어 팔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우실까 생각하기도 죄송스럽고요.
어쩔 수 없는 많은 것들에 대한 걱정이 밀려오는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이런 여름이 닥치기 전에 우리 땅의 아름다운 곳곳들을 느긋하고 살뜰하게 트레킹했던 이야기를 읽으면서, 직접 떠날 그날을 먼저 마음 속으로 그리면서, 우리 이번 주말엔 따로 또 같이 '랜선 트레킹'을 함께 하는 겁니다!
[토닥토닥, 숲길]은 번역가 박여진 님이 글을 쓰고 잡지사 기자이자 다큐 사진작가인 백홍기 님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두 분은 초등학교 동창이자 부부입니다. 2018년 말에 출간돼 많은 분들이 읽은 책이라 [북적북적] 가족들 중에는 이미 아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최근에 친구의 책장에서 처음 발견했어요^^; 신간은 아니지만, 요즘 같은 때에 '다시 꺼내 읽기에' 오히려 더더욱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어 선택했습니다.
불쑥 떠나 하루이틀짜리 산책 또는 산행하고 돌아오기에 걸맞는 국내 곳곳의 숨은 보석 같은 ‘유명하지 않은 명소’들을 부부가 두루 다니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참 다정하고 차분한, 소박하면서도 품위 넘치는 실용서입니다. 나 역시 하얀 운동화를 신고 따라 나서고 싶다는 기분이 절로 들게 하는 정갈한 에세이와 함께, 그냥 눈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할퀴어진 마음에 연고를 바르는 것 같은 사진들이 장마다 실려 있습니다. ([북적북적]에 이 사진들은 함께 소개해드릴 수 없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 사진들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책이거든요!)
그냥 우리 땅 곳곳의 호젓한 숲길들. 안개가 내려앉은 논밭. 고요한 그 공기가 배어 나오는 것 같은 산사.... 장터, 다원, 성당, 왕릉, 항구. 우리 땅에 이렇게나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 많구나, 분위기 좀 좋아지면 여기부터 가볼까... 모서리를 접게 되는 단락단락마다(매 단락이 그렇습니다), 트레킹에 걸리는 시간과 준비물 등 깨알 팁이 붙어있기도 합니다.
‘아 나도 ‘당일치기’로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봐야지. 하얀 운동화를 신고 걸어야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읽었지만, 일단 올여름은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초가을도 늦가을도 있으니까요. 당분간은 운동화끈 고쳐 매고 시원하게 떠날 수 없더라도! [토닥토닥, 숲길] 그리고 [북적북적]과 함께, 신선한 바람을 쐬는 기분, 숲길을 거니는 청아한 감각을 '랜선 타고 다같이' 조금이라도 느끼실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 늘 깊이 감사드립니다.
*출판사 예문아카이브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권애리 기자
ART19 개인정보 정책 및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정보 통지는 https://art19.com/privacy & https://art19.com/privacy#do-not-sell-my-info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