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일 넘게 지속된 역대 최장의 장마, 집안도 눅눅 몸도 눅눅하다 보니 마음까지 눅눅해진 듯합니다. 어서 이 장마가 끝나고 덥지만 뽀송뽀송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아까 물이 빠진 한강공원에 모처럼 나가보니 청소차가 여럿 와 있더군요. 특별한 청소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특수청소부'라고 들어보셨나요? 말 그대로 특수한 상황을 청소하는 이들을 가리킵니다. 주로 그들이 정리해야 하는 특수 상황은 죽음의 현장입니다. 저도 그렇고 들으시는 분들도 주변 지인이나 가족을 떠나보낸 경험이 더러 있으실 거예요. 여느 빈 집이 아니라 대개는 고독사, 혹은 자살처럼 제법 많지만 대개 보편적은 아니라고 여기는 그런 형태의 죽음에 뒤따르는 특수청소. 그 특수청소부가 맞닥뜨린 현장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경험하고 생각하고 떠올려 적어나간 기록들, <죽은 자의 집 청소>가 이번 주 북적북적이 골라온 책입니다.
벌써 십수 년 전입니다. 사건기자를 하다 마주했던 몇몇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 고독사한 80대 노인 시신이 발견된 곳에 갔습니다. 이미 시신을 옮긴 뒤인데도 집안엔 뭐라 표현하기 힘든, 고약한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장판에 눌어붙은 자국도 남아 있었고 언제 사망했는지는 추정조차 불가능할 만큼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정작 충격적인 건 사람들이었습니다.
첫째는 이웃. 돌아다니며 노인의 생전 모습을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물었더니 한 분이 몇 달 전 문 열어달라고 창문 틈으로 말하는 걸 들었다고 했습니다. 반지하방이라 지상에 약간 올라와 있는 창으로요. 노인은 혼자 걸을 수 없는 상태라 누워 있었고 이 분은 잠겨있어서 못 들어간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말았다고 하는데 최근에 생선 썩는 것 같은 냄새가 났다고 그이는 말했습니다. 실은 노인의 죽음을 방조했다는 고백과 다름없어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는 노인의 아들. 1년 반 전에 자리보전 중인 어머니를 모시기 힘들어 집을 나갔다는 아들에게 연락이 닿아 경찰서에 와 있었는데 잘 달래서 인터뷰했습니다. 돌아가실 줄 알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랬겠죠. 충격적이었던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들은 몇 달 전에 궁금해 집에 들렀다가 사망한 걸 확인했다고 하네요. 다른 조치 없이 환기만 시키고 나갔다는 겁니다. 그때는 아연했는데 과연 그들이 특별히 나쁜 자들이었을까, 나는 다르게 살고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출판사 김영사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심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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