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올해의 장마는 역대 급 일거라는 기사가 나오길 레 장마에 대비해 제 나름 준비를 했습니다. 온 식구가 양파를 워낙 좋아해서 통 양파 장아찌를 한~통 담갔고요. 마늘도 한 접사다 까서 장아찌를 담그고 오이지는 언니가 한 통 담가줬고요. 애호박 몇 개 사다가, 절반은 된장찌개용으로 반달썰기 하고, 또 절반은 부침개용으로 채 썰어 냉동실에 넣었지요. 식용유를 넉넉히 큰 거 하나 사다 놓고, 부침가루, 튀김 가루도 사다 놓고 냉장고에 김치도 넉넉히 들어 있는 걸 보니 안 먹어도 배부른 거 같습니다. 이맘때면 제 어릴 적 어머니도 각종 장아찌를 담그고, 양파며, 감자며 이런저런 먹 거리를 갈무리 해 놓으시고는, "아이구우~ 이제, 비가 오든 어쩌든 난 몰르겄다. 내 할 일 다 한 거 같으니께!!"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12월 동장군이 맹위를 떨칠 때는 김장을 한 200포기정도 담그시고, 광 속에 연탄 몇 백 장을 쌓아 놓으셨을 때도 "하이쿠우~이젠, 김장도 했 겄다, 연탄도 많 겄다. 눈이 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허라고 해라." 하시며 안도해 하시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저도 그렇게 엄마처럼 장아찌를 담그고, 비가 오면 가족들 칼국수며 부침개 해 줄 생각에 준비를 해놓곤 합니다. 어릴 적엔 저는 유난히 비 오는 날이 좋았습니다. 농사일에 바쁘고 지친 어머니, 아버지가 그래도 조금이나마 쉴 수 있는 날이 비 오는 날 이어서 이고, 어쩌면, 엄마가 밀가루 풀어 호박이랑, 풋고추, 양파, 깻잎, 감자를 넣고 부쳐주던, 부침개에 대한 추억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집 마루에 옹기종기 앉아 함석지붕에 떨어지던 요란한 빗소리를 듣는 것도 재밌었고 담장 넘어 키 큰 옥수수 잎에 쉼 없이 흘러내리던 빗방울의 분주함도 기억납니다. 제게 장맛비는 그리 따듯하고, 평화롭고 좋기만 한데, 요즘은 왜 그리 모든 게 극성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더위도, 추위도, 비도, 눈도....하나같이 극성스러우니..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대비를 잘 해, 올 장마를 슬기롭게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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