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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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episodes

  • [2012/10/26 금]부대찌개의 원조가 전투식량이라고?
    라면 스프에서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는 식약청 책임자의 발언으로 시끌벅적했다. 그러자 제조회사 측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의 극히 미미한 양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고기 구워 먹을 때 발생되는 노출량이 라면의 노출량보다 1만6천배 더 높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라면 제품들은 4월과 6월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라니 유통과 소비가 빠른 제품임을 감안하면 이미 다 끓여 먹었거나 진열대에서 내려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안하고, 대만과 홍콩의 한국 라면들이 수난을 당하고, 라면업계 전체와 수프 재료인 가쓰오부시로 불똥이 튀고 있다.
    조리방법에도 신토불이가 있다
    벤조피렌은 육류를 굽거나 연기로 그을릴 때 발생한다. 라면의 1만6천배라는 수치의 신빙성문제가 있지만 고기를 태우면 심하게 발생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도대체 그런 걱정 다 하다보면 뭘 먹으라는 거냐는 사람도 있고 검게 탄 부분을 열심히 잘라내며 먹는 사람도 있다. 이것도 신토불이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 신토불이는 먹을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먹는 방식도 신토불이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과식을 피하라고 충고해 왔다. 그리고 지나친 향료나 기름진 음식을 고량진미라 하여 삼가도록 했다. 음식이 곧 약이 되고 독이 된다는 생각에서 바이오 식탁을 생각한 것이다. 그런 전통 속에서 우리 음식조리 문화는 푹 삶거나, 뜨거운 열로 고거나, 증기로 찐다. 그리고 효모로 띄우는 방식이 많다. 조리방식 상 느림의 습식문화이다. 반면에 서구식 조리방법은 센 불로 빠르게 구워서 내놓거나 튀기거나 연기로 씌우거나 태우는 방식이다. 속도를 빨리하는 건식문화다. 그러나 우리의 조리문화는 서구식 조리에 밀려났고 그 이후 우리 식탁에는 여러 부작용과 논란이 일었다. 먹는 것뿐이 아니다. 주거환경과 방식도 마찬가지.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에는 흙집이 많았다. 그러나 새마을 운동으로 흙집과 초가지붕이 낡고 가난한 것의 상징이 되면서 모두 허물어버리고 콘크리트 집을 짓기 시작했다. 산과 들을 파헤치고 시멘트, 아스팔트로 덮어버렸다. 흙 없이 인간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우리는 우리 스스로 파괴한 환경과 우리가 저버린 전통방식으로 인해 환경의 역습을 받고 있다. 실내공기, 새집증후군, 향수 알레르기 ..... 이것들은 우리가 수많은 화학물질에 늘 노출되어 살면서 그것들이 몸속에 축적될 경우 발생하는 화학물질과민증이다. 증상은 두통, 속 매스꺼움, 알레르기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각종 암 등 질병도 늘어만 가고 있다.
    세상의 과학기술들은 돈벌이 또는 힘을 목표로 개발된다. 그러다 부작용이 커지면 그때서야 인간을 생각한다. 인간을 위해 개발된 기술도 돈벌이와 힘을 위해 쓰이면서 인간을 다시 위협한다. 전쟁은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전쟁으로, 전쟁 후의 가난으로 아빠엄마 모두 집을 비워야 하니 아이들을 위해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해졌다. 냉동햄버거, 냉동감자칩이 나오고 적군 비행기를 탐지하는 레이더라는 전쟁기술을 빌려다 전자레인지를 개발했다. 그 외에도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덮어씌워 소금기와 습기로부터 보호하던 비닐물질은 식품표장용 랩이 되었고, 원자폭탄을 만들던 원자로를 포장하던 테프론은 프라이팬 코팅물질이 되기도 했다. 오늘은 일단 조리도구는 빼고 먹을거리만 따져보자.
    부대찌개의 원조가 전투식량?
    고기를 훈연하고 조리해 만드는 것이 햄이고 햄은 깡통 속으로 들어가 전쟁터로 보급됐다. 이것 한 통에 들어있는 지방과 나트륨은 어른 하루 섭취량의 1/3이나 된다. 자주 먹으면 당연히 혈압이 오르고 비만에 걸린다. 왜 이런 걸 만들어냈을까? 전쟁용으로 만든 것이다. 전투식량이니 칼로리도 높아야 하고 오래 보존할 수 있게 화학물질로 처리해야 했다. 여기에 쓰여 온 합성첨가물은 합성아질산나트륨과 합성착색료, 합성착향료, 합성보존료, 전분, 에리쏘르빈산나트륨 등이었다. (물론 최근에는 이것들을 상당수 뺀 제품도 등장했음을 밝혀둔다.)
    현대사에서 전쟁을 많이 치른 나라가 이런 음식들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국내에서 팔리던 콜라가 전쟁터로 갔다. 유럽 전선에서 전쟁을 치르는 미군병사는 번거롭게도 물을 정수해 마셔야 했다. 그것도 급히 약으로 정수한 물을 마시면 그 맛은 수영장 물을 퍼마시는 것과 맛이 비슷하다. 그러니 치열한 전투 후 살아남아 쭉 들이키는 물보다 값싼 콜라 한 잔의 맛이 얼마나 기가 막히겠는가. 미국의 콜라는 그렇게 전쟁터로 갔고 전쟁 중 전 세계에 퍼졌다.
    그리고 오렌지 쥬스도 전쟁을 위해 개발된 식품이다. 오렌지즙을 가루로 만들어 분말쥬스로 만들었다가, 다시 농축액 쥬스가 되고, 요즘은 생오렌지쥬스로 발전했다. 공정과정에서 손실된 맛을 보충하고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 감미료, 보존료 등 여러 가지 물질을 섞어 만들었다.
    냉동감자튀김은 뜨거운 기름이 물분자를 증발시키면서 그 물이 있던 자리에 기름이 배어들어가 맛이 좋아지는 것인데 이 튀김 기술은 라면이 된다.
    식탁은 정치이자 윤리이다
    전쟁을 위해 발전한 식량기술은 전투만을 목표로 한다. 새로운 방부제, 첨가물, 향료, 색소를 마구 쏟아 부어 만드는 것은 당연했다. 이런 식품과 식품기술들은 전쟁을 통해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햄버거.냉동피자.감자칩 등 튀기고 굽는 방식의 패스트푸드들은 그렇게 아시아 아프리카로 퍼져나가며 그 나라 전통방식의 건강한 음식들을 소멸시켰다. 전쟁 후도 현대인이 바쁘다며 자꾸 재촉하고 귀찮은 걸 싫어하니까 식품회사들은 패스트푸드, 냉동식품을 개발해 내놓았다. 그 안에는 화학물질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거기에 맛을 더하려면 튀기고 구워야 하는 악순환이다.
    어떤 물질이 얼마나 해롭고 어느 선까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가에 대해서 연구하고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과제도 있다. 십년 이십년 꾸준히 그 물질들을 섭취할 경우 그 물질이 사람 몸속에 쌓이면서 벌어지는 현상과 그 물질들끼리 만나 결합할 경우 생기는 현상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위험한 물질에 의존하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익과 편리만 따진다. 이익과 편리를 위해 사람 몸에 화학물질을 섞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물질로 가득한 공장에서 일하다 노동자는 병을 얻는다. 이런 비극에서 벗어나는 길은 ‘식탁이 정치외교이며 윤리의 문제’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보편적으로 통용될 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9 min
  • [2012/10/23 화]그 오빠는 신자유주의 스타일!
    금융당국이 지나 21일 ‘신용카드 발급ㆍ이용한도 모범규준’을 발표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신용카드 발급을 까다롭게 하고 카드론 이용한도도 제동을 걸겠다 한다. 저소득층의 가계 빚이 급증을 거듭하고 있으니 폭발하기 전에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갖고 있는 재산을 팔지도 못한 채 카드 돌려 막기에 의존하던 사람들은 이제 사채업자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카드업체도 연간 순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 난리이다. 그리고 신용카드 모집인들은 당연히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내가 못 사는 게 내가 못난 탓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탄탄한 중산층 내지는 고소득층이던 의사, 변호사 등도 돌려막기에 나선지 꽤 되었다는 이야기는 벌써부터 듣고 있다. 병원이나 사무실을 개업하거나 확장했다가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에 버틸 수 없게 된 때문이다. 2009년 시작된 고소득층 돌려막기는 지금처럼 여름까지는 은행 대출로 기존 대출을 막으며 돌려막기가 가능했으나 가을부터 은행들이 대출을 회수하고 돈 줄을 조이면서 허물어졌다. 우리 사회 핵심중산층과 부유층의 말단이 붕괴된 것이라하겠다.
    미국산, 호주산 쇠고기 수입 이후 한우 값이 폭락했다. 그 뒤를 이어 국제곡물가도 뛰며 소에게 먹일 사료 값도 급등했다. 2005년에 25kg 짜리 한포에 6천원 조금 넘던 배합사료가 이제는 1만3천원이 넘는다. 대부분 수입산인 배합사료를 먹이지 않으면 키워도 제값받기 힘드니 먹여야 한다. 그래서 농민들은 사료를 사기 위해 소를 내다판다. 소를 팔기위해 사료를 먹여야 하고 사료를 사기 위해 소를 내다파는 돌려막기이다. 그래도 대통령은 수입 쇠고기 싸게 먹도록 되었으니 세상이 좋아졌다고 한다. 정부대책은 싼 이자로 돈 빌려줄 테니 사료 사서 잘 키워보라고 한다. 사료 값은 오늘도 오른다. 국제투기자본이 IT로 몰려가 거품을 키운 뒤 무너뜨렸고, 다음은 서민주택으로 이동해 서브프라임모기지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키더니 단물만 빼먹고 석유로 옮겨가 기름값을 올리고 금값을 올리고 국제곡물가를 올리며 돌고 돈다. 이것을 소 키우는 대한민국 농민이 어쩌란 말인가?
    지금까지 설명한 대로 개인의 선택이긴 했지만 돌려막기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이 ‘나’ 때문만은 아니다. 도시 서민의 돌려막기도 소 키우는 농민의 돌려막기도 세상이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땀 흘려 일하고, 벌어서 예금하고,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받아 투자하면 그것이 다시 돈을 벌거나 재산증식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소박하게 살려고 해도 그냥은 안 된다. 서민들이라도 투자해야할 돈은 늘어나고, 벌이는 줄어들고, 직장에선 일찍 밀려나는 시대이다. 개인은 빚이 늘고, 사회에는 거품이 늘고, 거품이 늘어나니 소비도 아껴봤자 거품이 끼어 규모가 커지기만 한다. 그렇게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뭐라 불러야 할까? 신자유주의 스타일이다. 시장에 세워져 있는 공공과 규제의 벽을 허물며 모든 걸 시장원리에 맡기고 돈이 자유롭게 오가게 하라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요구이다. 그리고 자본은 그 혼란과 거품을 이용해 이익을 챙겨 튀어버린다. 이리되면 국가의 이익이 빠져나간 만큼 국가는 공공서비스를 줄여야 한다. 급하니 국가재산을 민영화로 팔아치우려 한다. 철도든 가스든 공항이든 공공부문 민영화는 결국 그 분야의 서비스 가격을 올려 서민 살림살이를 더 어렵게 만들 게 뻔하다. 큰 기업이 부실해져 공적자금으로 살려내면 그 돈만큼 재정이 빠져나갔으니 공공 서비스는 또 줄어든다. 정부 대책과 공공의 책임이던 것들이 모두 개인의 책임이 되는 사회, 공공서비스 가격과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은 제자리인 사회, 당연히 빚이 늘어나고 돌려막아야 하는 것이다.
    오빠는 신자유주의 스타일!!!
    죽어라 아끼며 살고 있는 데 왜 이리 어려울까? 간단히 살펴보자. 빚처럼 여겨지지 않는 빚들이 있다. 자동차 할부금, 스마트폰 할부금, 마이너스 통장, 카드대금 ..... 모두 가계부채이다. 여러 개 들어놓은 보험도 빚이다. 애들 장래를 위해 취직 잘되라고 무리해 추진하는 스펙 쌓기, 조기유학, 해외연수도 빚이다. 내리지 않는 대학등록금도 곧 지게 될 빚이다. 비싸게 이용할 영리병원도 결국 우리가 질 빚이다. 그래도 와인과 커피는 마시면서 허덕이는 게 요즘 세태.
    기업들도 돌려막기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그룹에서 계열사 간 돌려막기가 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파악된 ‘특수관계인의 자금 대여 공시’ 건수가 바로 같은 그룹 계열사끼리 돌려 막아주는 규모인데 2011년 34건이던 것이 9월까지 98건, 188% 증가했다.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할 터이니 아마 지난해 3배 수준의 돌려막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돌려막기는 이런 내이다. 수자원 공사가 4대강 사업할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규모 채권을 발행했다. 피해갈 수 없는 채권상환 즉 빚 갚아야 할 날짜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국토해양위원회 국감에서 지적된 채권규모는 내년도 7,083억원, 2014년 6,860억원, 2015년 6,788억원, 2016년 1조3,757억원, 2017년 9,232억원 .... 2017년까지 이자 포함 모두 4조3천7백억원에 이른다.
    갚는 방법은 3가지이다.
    1. 4대강 친수구역 개발사업으로 돈을 번다 - 기대하기 어렵다. 태풍과 장마에 다 쓸려가고, 강은 썩고, 보는 바닥이 파이고 .... 개발 전에 당장 들어갈 복구비용만도 엄청나다.
    2. 정부의 금융비용 지원 - 정부가 돈이 어디 있다고? 재정이 말라가고 있어 공기업 민영화에 지분 매각 이야기가 수시로 등장하는 판국이다. 오죽하면 선거 투표시간 연장하려해도 초과수당, 야식비를 댈 수 없어 불가능하다는 것 아닌가.
    3. 마지막이 돌려막기, 채권재발행이다. 그러나 이제부터의 채권은 지금까지의 채권과 다르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비용 끌어 모을 때 수자원공사 부채비율은 19.6%, 4대강 사업 하고나서 지금은 부채비율이 무려 116.9%.이다 돌려막기 채권발행에는 고율의 이자를 붙여야만 한다. 도대체 이 빚은 얼마나 커질 것인가?
    소 팔아 소먹이 사고, 나라 팔아 나라 살린다 - 신자유주의 스타일!
    8 min
  • [2012/10/19 금] 우리 군의 거짓보고, 왜 나만 갖고 그래 .....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소초에서 벌어진 노크 귀순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그 사건뿐만이 아니라 한다. 철책선 안으로 넘어 들어온 뒤 국군을 찾아 귀순하기 위해 총을 쏴도 와주지 않았다거나 국군을 찾아다니다 지쳐 쓰러져 잠들었다는 과거 사건까지 들춰지면서 국민 모두가 경악했다. 그런 군이 거짓말은 어찌 그리 용감히 하는 걸까?
    거짓말은 큰 소리로, 통 크게 하라?
    “거짓말을 하려면 크게 하라, 대중은 우매하여 곧 잊어버린다.” - 이것은 독일의 히틀러가 남긴 명언이다. 히틀러는 1933년 정권을 잡자마자 국회의사당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는 괴벨스 같은 거짓말과 선동의 달인들을 시켜 정치적 경쟁자들을 공격했다. 당원만 35만 명이던 독일 공산당이 먼저 무너지고, 다음엔 노동조합이 금지되고, 노동계를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세력도 무너지며 유대인 학살로 이어졌다.
    현대사에서 국방 분야의 가장 큰 거짓말은 역시 미국의 통킹만 사건이다. 베트남 통킹만에서 북베트남 즉 월맹 해군을 감시하던 미국의 매독스호가 월맹군과 가벼운 교전을 벌인 뒤 월맹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상한 물체를 감지했는데 확인해보니 물새 떼였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큰 전쟁을 벌이고 싶었던 맥나마라 국방장관과 존슨 대통령은 보고내용을 묵살하고 러스크 국무장관까지 부추겨 미국 구축함 매독스 호가 월맹군의 강력한 공격을 받고 있다고 거짓보고를 의회에 올렸다. 미국 의회는 월맹과의 전쟁을 하원 416대 0, 상원 88대 2로 통과시켰다. 그 결과 베트남전에서 미국은 5만8천명 사망, 15만명 부상, 2천명 실종의 참혹한 상처를 얻었다. 우리나라는 승리에 목마른 미국이 주한미군을 빼내 베트남전에 투입하거나 미국의 후퇴 시 공산진영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전쟁에 적극 개입해 5년 간 미국과 함께 싸웠다. 물론 그 뒤에는 미국의 원조 약속도 있었다. 우리의 인명 피해는 사망 5,077명, 전상자 10,962명이었다. 미국의 원조와 베트남전 수익은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경제개발계획에 사용되었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도 역사 속 거짓보고로 유명하다. 나폴레옹은 러시아 날씨가 너무 추워 점령에 실패하고 돌아왔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그 해 러시아 날씨는 유례없이 따뜻해 병사들은 얼어 죽지 않았다. 러시아군이 적당히 싸우고 후퇴를 거듭하자 그걸 쫓아가다 보니 전선이 길어지고 보급이 끊겨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데 러시아에서 후퇴해 돌아오는 길 막판에 강추위가 몰아닥쳤다. 그래서 얼어 죽은 병사가 속출한 것인데 나폴레옹은 너무 추워서 실패했다며 전략과 전술의 실패를 날씨 탓으로 떠넘겼다. 별 싸움도 못해 보고 전쟁에 동원된 60만 명 중 4만 명만 집으로 돌아갔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거짓말
    6.25를 앞두고 북한이 군사력을 키우며 남침을 노릴 때도, 북한이 전쟁을 일으켜 밀고 내려올 때도 이승만 대통령은 국방장관과 함께 큰소리쳤다. 우리 군사력으로 북한과 붙으면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을 것이다!’라는 허무맹랑한 장담이었다. 그러나 자기들만 몸을 빼내 서울을 빠져나가고 한강다리는 폭파시켜 서울시민을 고립시켰다.
    천안함 사건 역시 조작보고 시비에 휘말렸던 것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새떼다 잠수정이다, 보고시간이 조작되었다 아니다 ..... 결국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됐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상황에서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폭탄주에 해롱댄 것도 우리 군의 부끄러운 과거이다.
    2010년 12월 4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취임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은 직후이다. 김 장관은 “국민에게는 신뢰를, 적에게는 공포를 주는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국군이 철책은 허망하게 뚫리고 국방장관에 합참의장까지 국민 앞에서 거짓보고를 해 장군 5명, 고위장교 9명이 문책당하는 부끄러운 꼴이라니 불쌍해지는 건 국민이다.
    미 육군사관학교의 지도자 훈련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제도가 명예제도다. 이 명예제도는 ‘사관생도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부정행위나 도둑질을 하지 않으며 또한 그러한 행위를 하는 자는 용인하지도 않는다’고 되어 있다. 이를 위반하면 퇴교처분이다. 결국 그 거짓말이 전우를 위험에 빠뜨리고 조국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망치는 데는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수많은 장병들이 피땀으로 쌓아올린 우리 군의 신뢰와 명예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니 곧 국가안보 상의 위해 행위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한 시대의 과오는 다음 시대가 필히 바로잡아야
    경계와 작전, 전략을 두고 벌이는 거짓이 아니라 아예 안보를 두고 벌이는 거짓도 있다. 40년 전인 1972년 10월 17일 오후 7시. 국회가 해산됐고 정당 및 정치활동 등이 중지됐으며 중앙청 앞을 탱크가 막아서더니 전국이 비상계엄에 들어갔다. 이것이 1972년의 10월 유신이다. 미국과 중국이 화해하며 손을 내미는 국제적 데탕트, 긴장완화 시기에 북한도발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반공을 내세워 취해진 긴급비상조치였다. 그리고 이런 다짐과 당부도 덧붙였다. “...... 이 비상조치는 결코 정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내 조국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민의 일상생활과 활동에는 아무런 지장이나 변동이 없을 것을 확실히 밝혀둔다”.
    그러더니 헌법이 대거 바뀌었다. 물론 찬반 토론은 금지당했다. 언론은 비판할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며 대통령 직접선거도 중지되었다. 1973년 8월 야당 지도자 김대중 씨 납치 살해 미수 후 자택 연금, 1975년 장준하 선생 의문사, 동아.조선일보 자유언론수호 선언과 기자 대량 해직, 인혁당.민청학련 사건 등등이 그 뒤에 줄지어 벌어진 사건들이다.
    그런데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를 선포하기에 앞서 북한에 ‘헌정변개’ 사실을 미리 통보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국 국무부 문서가 공개됐다는 보도가 최근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한겨레신문 10월 18일자, ‘10월 유신, 안보 내세우더니.… 박정희 정권, 북에 두 차례나 사전 통보’). 이같은 사실이 “주한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비밀전문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외교문서 등에서 드러났다”는 것이 보도의 골자이다.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10월12일 박성철 북한 부수상을 만나서 ‘남북대화를 지속적이고 성공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치 시스템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우리 정부는 생각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도 당시 김일성 유일체제 구축에 들어가 결과적으로인지 전략적인지 모르지만 유신헌법과 북한의 사회주의헌법(1972년 헌법)은 같은 날(12월27일) 제정됐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엄청난 거짓말이다. 역사 속에는 이런 거짓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예를 들자면 중국의 진시왕은 악독한 짓으로 유명하다. 그런가하면 삼국지의 유방, 명나라의 시조 주원장, 당나라를 세운 이세민 등은 어진 왕의 이미지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다들 자기 밑에서 공을 세운 신하들을 숱하게 학살하고 반란을 일으켜 인명을 살상한 악독한 지도자였다. 같지만 역사 기록에 다르게 남은 이유는 뭘까? 진시왕은 죽자마자 나라가 멸망해버려 그 이후 역사 기록에서 깎아내렸고, 다른 왕들은 자기 나라가 수백 년 이어지는 바람에 후손들이 훌륭한 선조로 금칠을 한 것이다.
    역사적 과제라는 말을 흔히 한다. 무슨 뜻일까? 그것은 한 시대의 과오와 거짓을 그 다음 시대가 바로잡고 회복시켜야 함을 가리키는 준엄한 당부이다.
    그렇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의 역사인식과 역사적 과제에 대한 소명의식은 참으로 빈궁하고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것은 우리가 새 시대를 연 것이 아니라 아직도 유신시대의 끝자락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10 min
  • [2012/10/16 화]그 후보는 강남 내곡동 스타일 ???
    사람들은 대통령 후보의 용모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둘까? 트윗과 페이스북을 통해 물음을 던져봤다.
    * 감성적인 유권자에게는 준수한 외모가 영향력을 끼친다.
    * 인물, 믿음직한 목소리 중요하다.
    * 외모 안 보고 찍었다가 5년 고생하지 않았냐.
    * 우리 국민이 외모나 외형으로 대통령을 뽑을 만큼 정치의식이 낮진 않다.
    * 어차피 능력과 자질이 비슷한 후보들이라면야 다홍치마 ....
    * 이번엔 3 후보 모두 준수하지 않냐, 외모에 의한 국격은 올라갈 듯하다.
    * 생김새보다는 호감도가 먹힌다고 해야 맞다.
    * 외양과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에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제 1라운드, 케네디 vs 닉슨
    후보의 준수하고 패기 넘치는 용모가 비중이 커진 것은 텔레비전 방송 토론 이후이다. 그 가운데 196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방송토론은 두고두고 연구대상이었다. 이 대결에서 케네디는 신선함과 자신감으로, 닉슨은 경륜 있는 관료적 이미지로 맞섰다. 케네디가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케네디가 멋졌기 때문에 역사 속에 길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두 후보가 모두 국가가 나아갈 방향과 정책에 대해 너무도 소상히 꿰고 있어 토론은 치열했고, 그 토론을 통해서 유권자 국민과 세계 시민들에게 정치란 어떤 것이며 국가운영의 비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생하게 보여준 때문이다.
    그 뒷 이야기를 들춰보자. 두 후보의 치열한 토론이 끝나고 누가 우세했는지 여론조사를 한 결과(필라델피아 광고관련 기업인 신딩거 사) 라디오로만 방송토론을 들은 사람 중에는 닉슨이 우세했다고 대답한 사람이 많았다. 텔레비전으로 시청한 사람 중에는 케네디가 우세했다는 답이 많았다. 승리는 텔레비전 토론에서 앞서 나간 케네디 후보에게 돌아갔으니 이것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 당연히 ‘텔레비전 방송 토론은 이미지로 승부하기 때문에 용모가 빼어나면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달리 설명할 수도 있다. 정책이야 머리 짜내 만들면 되고 토론은 뛰어난 말솜씨를 발휘하면 되지만 결국 실천하는 건 사람이다. 사람을 뽑는 것이라면 정책 내용만 볼 게 아니라 후보의 용모와 태도도 보고 판단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해석이다. 결국 대선전에 나선 후보는 자신감 넘치는 비전 제시와 정책에 대한 충분한 이해, 이것을 풀어 설명할 수 있는 논리적 설득력과 순발력 있는 말솜씨, 듬직하거나 깔끔한 외모까지 두루 갖춰야 유리하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른다.
    여기서 문제는 세련되고 품위 있는 태도도 얼마든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고 자신의 내면 내지는 본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언론과 유권자는 그것을 간파해 내야 한다.
    제 2라운드, 클린턴 vs 부시
    1992년 미국 대선 토론에서 벌어진 사례를 들어 보자.
    정치경력이 짧은 젊은 대통령 후보 클린턴과 현직 대통령 부시가 공개토론장에서 맞대결을 벌였다. 청중들이 질문하고 후보들이 답하는 순서에서 흑인여성이 부시에게 질문을 던졌다.
    “미국 경제가 무척 어렵다. 국가부채도 심각하다. 그런데 이런 경제적 어려움이 당신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 서민이 겪는 어려움을 경험 못했다면 당신이 국민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느냐?”
    공약과 정책이 아니라 후보 개인의 실존에 관한 질문이자 유권자와의 동질성.공감을 찾아내려는 질문이다.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까? 부시는 명확하게 답을 하지 못했다. ‘나는 손자를 사랑한다, 가난한 사람들 교회에 가 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빚 때문에 고생한 건 없지만 꼭 그렇다고 빚진 사람의 어려움을 모른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 등등 횡설수설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이런 질문에 계속 답하고 있다는 게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흘깃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이 장면이 카메라를 통해 전국의 유권자에게 전달되었다.
    문제는 클린턴 후보. 부시 후보가 답변을 끝내고 자기 차례가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질문을 던진 흑인 여성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에게 시선을 맞추며 나름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이 장면이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의 하이라이트라고 사람들은 평가한다. 클린턴 후보는 이때의 태도와 눈빛으로 자신을 자상하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소통하는 지도자로 국민에게 각인시켰
    다.
    제 3 라운드, 유권자 vs MB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2007년 대선 승리는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한다. 목소리도 긁히는 듯 매력은 없고, 나이든 얼굴에서 느껴지는 연륜과 카리스마도 강한 편이 아니다. 논리적 설득력이나 빼어난 말솜씨로 앞선 것도 아니다. 그리고 숱한 비리 의혹들이 터져 나왔고, 방송토론 중에는 상대 후보들이 반론을 펼 때 의자 뒤로 몸을 기대는 모습을 보여 비호감 이미지도 드러냈다. 그러나 최후의 승리는 그의 차지였다. 그리고 이제 대통령 가족에 대한 특검 조사가 시작된다. 왜 그랬을까? 청담동 내곡동을 오가는 강남스타일이어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선택은 달라졌을까?
    9 min
  • [2012/10/12 금]새 대통령 뽑아 쌀밥 먹고 달나라 가자 !
    대통령 선거전에서 커다란 효과를 발휘하는 것 중 하나가 핵심 구호이다. 이것도 해준다, 저렇게 하겠다 등 번잡한 약속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핵심을 짚어내는 한 마디. 모든 걸 한 마디로 웅변해내는 핵심 키워드.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 쉽지만 많은 메시지를 응축해 담고 있는 강력한 구호가 필요하다.
    역대 정권이 선거를 통해 내건 구호들은 아래와 같다.
    박정희 - 잘 살아보세, 일하며 싸우고 싸우며 일하자.
    전두환 - 정의사회 구현
    노태우 - 보통 사람의 시대
    김영삼 - 신한국 창조
    김대중 - 준비된 대통령
    노무현 - 사람 사는 세상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은 구호로서는 잘 만들어진 꽤 쓸만한 구호였다. 강한 나라 만들어 잘살게 해준다는 내용을 숫자 속에 담아 747이란 날아오르는 비행기의 이미지와 연결시켰다. 마치 나라가 비약할 듯한 이미지이다. 그러나 치장일 뿐 현실적으로는 그에 합당한 철학도 실천력도 현실분석도 없어 실패했다.
    북한 김일성 시대의 구호 ‘기와집에 쌀밥 먹게 해 준다’도 그럴 듯하게 잘 만든 구호이다. 그러나 국민을 도구 내지는 종으로 여기는 세습독재 아래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오겠는가. 아무 의미 없다.
    쌀밥 먹고 달나라 가자!
    흔히 가장 멋졌던 정치 구호로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우리 이제 달나라로 갑시다”를 꼽는다. 1961년에 내놓은 케네디 대통령의 관련 연설들을 요악하면 이런 내용이다.
    “우리 이제 달나라로 갑시다. 달에 가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갈 것입니다. 우리 미국만이 해낼 수 있습니다. 미국은 10년 안에 사람을 달에 보낼 것입니다. 그리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오게 할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한 케네디의 ‘달로 갑시다’는 이후 유행어가 되었다. 미니시리즈 ‘From the earth to the moon’, 팝송 ‘Fly me to the moon,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케네디 우주센터 등등 .....
    케네디 대통령이 그냥 큰소리 친 것은 아니다. 왜 수많은 정치 사회 복지 문화 이슈 중에서 하필 우주개발과 달 탐사를 외쳤을까? 그것은 그 안에 미국의 과학과 경제, 사회의 발전을 비약적으로 이뤄내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국가를 만들겠다는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달나라에 로켓을 착륙시키고 또 무사히 돌아오도록 만들기 위해선 우주과학기술이 발달해야 한다. 우주과학기술은 종합과학기술이다. 엔진, 연료, 기계설비, 도장, 섬유, 식량, 전기전자, 항공, 유리, 전자계산, 레이더 등 미국 내 모든 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해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이미 소련이 미국보다 우주개발에서 훨씬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자존심과 자유진영의 자존심은 상할 대로 상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먼저 달나라에 간다는 구호가 범국민적으로 먹히면서 미국은 한참 앞서 있던 소련을 제치고 달에 먼저 도착했다. 1969년 아폴로 11호였다. 우주과학기술이 전체 과학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며 세계 최강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달나라 선언을 할 때만 해도 미국의 항공우주국조차 과연 10년 안에 가능할까 할 정도로 엄청난 계획이었지만 미국은 소련의 100배에 이르는 투자개발비를 퍼부어 성공으로 이끈다. (소련 2억 달러 미국 250억 달러. 당시 대한민국 수출 규모가 1억 달러).
    오바마도 케네디를 모방하려 했는지 '케네디'우주센터에서 "2030년까지 인간을 화성에 보내겠다!"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성 담기지 않아 큰 효력 발휘 못하고 있다.
    21세기 문제는 그게 아니야, 바보야
    빌 클린턴이 최친 구호도 상당히 먹혔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는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최고로 유행한 구호이다. 이 구호를 앞세워 빌 클린턴은 당시 현직 대통령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를 누르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표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빌 클린턴은 지난해 말에 2012년 올해의 미국 대선을 겨냥해 새로운 책을 내놓았다. 제목은 Back to the Work - ‘진짜 문제는 일자리야, 바보야!’.
    문재인 후보 캠프가 내놓은 “일자리 혁명”. (문재인 후보가 일자리혁명 위원장을 직접 맡고 있다). 클린턴이 힌트를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해 아래 새 것은 없는 법이라 생각되고 나름 괜찮게 만들어졌다는 평가.
    안철수 후보의 핵심 구호는 뭘까? 정치 쇄신? 무소속 대통령?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 기성 정치인들에게서 기대할 수 없는 참 정치를 정치권 밖에서라도 구해보려는 국민의 갈망을 등에 업고 있으니 정치 구호를 내놓는 건 당연하다. 더 명징한 힘 있는 구호가 만들어져 나오길 기다린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의 핵심 구호는 뭔가? “경제민주화!”. 무슨 말인지는 다들 알겠지만 감동적이지 않다. 더구나 캠프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있는 구호여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 좋은 거 뭐 없을까?
    입에 착착 붙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메시지, 그리고 그것이 구체화된 청사진, 그 다음은 실천하리란 믿음 .... 이것을 갖춰준다면 “대통령 되는 것 그리 어렵지 않아요!?!”
    8 min
  • [2012/10/09 화]대선정국 전망, 묘책은 큰 전투에선 써먹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대권 정치구도는 일단 3자 대결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세론이 안철수 후보의 등장으로 무너졌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을 통해 지지율을 높이며 박근혜, 안철수 후보와 삼각구도를 형성했다.
    기발한 책략은 큰 전투에서 못 쓴다
    우리의 대선구도와 한 달 전 네델란드 총선은 비교해볼만 하다. 네델란드는 여왕이 다스리는 입헌군주제이고 국정운영은 총리가 맡는다. 총선거 제도는 100% 정당명부제여서 제 1당이 되면 총리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총선에서는 자민당 마르크 루터, 노동당 디드릭 삼솜, 사회당 에밀 루머가 3파전을 벌였다. 마르크 루터는 우파고 삼솜과 루머는 좌파 후보였다.
    총선전이 시작될 때 사회당과 노동당은 지지율에서 25대 11 정도로 사회당이 노동당을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벌이며 앞서고 있었다. 그러다 10대 26으로 완전히 뒤집혔는데 그 계기가 여야 정당대표 방송토론회였다. 방송토론회 평가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의 삼솜은 ‘참 잘했어요’라는 토론 1등 평가를 응답자의 51%로부터 받았다. 같은 야권의 사회당 루머는 겨우 6%에 그쳐 총리 경쟁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색깔도 정책도 비슷해 팽팽한 경쟁이 유지될 때 텔레비전 토론은 그만큼 결정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총선 제도가 100%정당명부제여서 야권 후보들끼리의 단일화는 기대하기 어렵고 당연히 제 1당이던 우파의 자민당이 방송토론 이후 기세가 꺾인 사회당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역전극을 벌여 2위를 차지한 노동당의 디드릭 삼솜은 올 봄만 해도 어눌하고 어색해보이는 정치신인 같았다. 그런데 여름이 무르익으면서 연설과 토론 솜씨도 무르익어 “경제 위기를 당장 벗어날 묘안은 없다. 고통스럽겠지만 참고 견디어 달라. 대신 모든 국민이 고통을 공평하게 나누도록 하겠다”며 진솔하면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같은 야권에 좌파인 사회당의 루머는 “유럽연합이 뭐라든 네델란드를 위해 강경한 정책을 써 경제위기를 빠른 시일 안에 극복하겠다”고 강변했으나 유권자들은 달콤한 호언장담보다 진솔한 모습의 삼솜에게 표를 몰아줬다. ‘절묘한 수는 心魂을 울리지 못하고 기발한 수는 큰 전투에서는 쓰지 못 한다’ ..... 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일까?
    네델란드엔 녹색좌파당도 있다. 꽤 지지를 얻어가고 있었는데 당 대표 경선에서 서로 헐뜯으며 경쟁하다 당에 내분이 일며 그 자리를 겨우 유지하는 걸로 마감했다. 통합진보당을 생각나게 하는 상황이다. 언론사들은 여론 조사를 통해 방송토론 이후의 지지율 변화를 줄기차게 보도했다. 그러자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당을 찍는 대신 마음에 드는 총리 후보를 따라 표를 던지는 묘한 변화를 보였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준으로 투표했느냐 물었더니 평소에 그 당을 지지했기 때문에 투표했다는 사람이 물론 많았지만 무려 25%가 그 당을 지지한 건 아니나 그 후보가 총리감이어서 그 쪽 당에 표를 줬다고 대답했다.
    갈 길은 먼데 측근은 썪고 집안은 콩가루 ....
    현재 우리나라의 대선구도에서는 단일화가 가장 강력한 변수임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의 팽팽한 3각 구도에서 단일화는 무엇으로 결정될까? 대한민국 정당은 정책 정당이 아니다. 우리 유권자의 투표성향은 분위기를 타는 바람의 기질이 짙다. 그리고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어버리는 걸 꺼리기도 한다. 또한 후보 단일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 단일화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여론조사 지지율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도 후보들의 방송토론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커진다.
    대선 후보들의 방송토론을 지켜보고 찍을 후보를 선택했다는 유권자 비율은 3 ~ 5%라고들 한다. 3 ~ 5%면 크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팽팽한 대결에서라면 상당히 의미 있는 비중이다. 한편으로 대선 토론을 보고 새로운 정보와 판단의 근거를 얻었다는 유권자는 50%~70%로 나타난다.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는 의미이다. 특히 방송토론 현장에 상대적으로 자주 등장하지 않은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방송토론이 그만큼 중요하다. 더구나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다른 때보다 크다면 중요도는 더해간다.
    궁금한 것 하나는 ‘3자 방송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것이 단일화에 유리할까,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지지율 상승과 야권단일 후보가 되는 것에 더 유리할까?’하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 여론이 너무 강하고,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역시 단일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갈 길은 바쁘고 길은 미끄러워 지지율이 뒤로 가는데 측근 비리는 터져 나오고 캠프의 중진들은 툭탁거리며 싸우고 답답한 노릇이다.
    벗어날 방법은 있다. 방송토론에 나가서 멋지게 솜씨를 뽐내면 된다. 대선 후보 3 명에 대한 방송토론이 곧 시작된다. 처음부터 3자 토론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개별 초청 토론을 먼저 시작하고 3자 토론이나 양자 토론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특히 박근혜 후보 측은 협공을 당하기보단 두 후보가 단일화해 하나만 나오라 요구하며 시일을 끌 수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빨리 단일화를 하라는 것이어서 선뜻 내놓을 카드도 아니다.
    방송토론은 어떻게 치려야할까? 방송토론은 어떻게 지켜봐야 할까? 다음 시간에 계속!
    10 min
  • [2012/09/25 화]언론 장학생, 장학 언론사 .... 장허다.
    새누리당 대변인으로 내정됐던 김재원 의원이 사퇴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다. 김 대변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기자들에게 “사적인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정보보고를 하느냐, 너희들 정보보고를 내가 다 알고 있다. 우리한테 다 들어온다.”고 언성을 높인 뒤 기자들을 한명씩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네가 정보보고를 했느냐, 병신 XX들아. 너네들이 기자가 맞느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기자가 취재활동 중 수집한 정보를 소속 언론사에 보고했는데 동료 기자나 간부가 이 정보보고를 다른 누군가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해 왔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회사 재산을 빼돌려 사익을 취한 것이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언론의 자유 및 기자의 취재가 정파적으로 정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신문편집인협회 지침은 이를 경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 2조. “언론의 자유는 국민 대중의 소유이다. 그것은 어떤 세력으로부터도 방어되어야 한다. 언론인은 이기적인 목적으로 언론을 이용하려는 자들에 대해 경계하여야 한다.”
    제 3조. “언론인은 부정이나 부도덕한 일로부터 그리고 이해관계의 상충으로부터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 언론인은 그들의 청렴성을 타협하거나 혹은 그렇게 보이는 어떠한 행위도 수락하여서는 안 된다.”
    그러고 보니 ‘너네들이 기자냐?’는 김재원 대변인의 마지막 물음은 의미심장하다. 기자가 소속 언론사로 보고한 정보가 내부 간세에 의해 정치인에게 꼬박꼬박 다시 보고되는 상황에서 ‘병신’과 ‘너네가 기자냐?’라는 모욕에 뭐라 대꾸하기가 난감하지 않은가.
    들어는 보셨나? 유신기자, 새마을방송본부
    언론 내부에서 특정 정치 파벌에 동조해 협력하는 사람들을 흔히 장학생이라고 불러왔다.
    유신 정권은 언론을 언론으로 취급하지 않는 무지막지 스타일이었다. 1972년 KBS에 새마을운동 홍보를 위한 ‘새마을방송본부’를 만들고 1973년에는 모든 방송들을 소집해 ‘새마을방송협의회’를 구성했다. 여기에서 정부의 각종 보도 및 제작 지침이 하달됐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청와대가 나서 대통령 우상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북한의 노동신문이나 평양방송은 김일성 소식을 전하면서 ‘말씀하셨다’고 보도하는데, 우리는 대통령이 ‘밝혔다’는 식으로 보도하니 그래서야 되겠느냐”고 불쾌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 후 일부 방송국은 한동안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뉴스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 때 집권당인 공화당과 친분을 과시하며 방송사에서 떵떵거린 사람들을 ‘유신기자’라 부른다. 아예 공화당에서 일하다 방송사로 특채돼 기자가 된 사람들도 있던 시절.
    5공 정권 시절엔 언론 장악을 위해 언론계 간부들의 성향을 분석한 뒤 넘어 올만한 사람들을 포섭했다. 그리고는 ‘언론정화’ 계획에 의해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해직시켰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정화보류자 44명, 정화자 938명 등 982명의 이름과 등급이 적힌 ‘언론정화자 명단’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 다음에 작업한 것이 ‘전두환 장학생’이다. 전두환 장학생들은 설 세배 등 인사를 하러 갔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인사 온 언론인들에게 돈봉투로 답례했다 한다. 이런 식의 관리는 대통령직을 물러난 뒤에도 계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태우 정권을 거쳐 문민정권으로 넘어가서도 마찬가지. 김영삼 전 대통령의 ‘YS 장학생’은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을 만큼 유명하다. 언론사 취재정보는 물론이고 언론사 내부의 동향을 대통령 되기 전인 후보 시절부터 일일이 캠프에 보고해 사랑받은 장학생들이 많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때에는 장학생을 ‘위스키 앤 캐시’라고 불렀다.
    언론 로비 작업을 지금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청와대나 문화관광부에 있으면서 주로 맡았는데 술자리를 함께 하고 용돈을 쥐어 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 비자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 모 씨가 검찰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 흘러나오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술과 밥만 열심히 샀고 돈 봉투를 돌린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언론장학생과 장학언론사?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의 정치특보나 가까운 인물을 아예 언론사 사장으로 앉혀 손 쉽게 방송사를 관리해 아직도 주요 방송들이 곤경에 처해 있음은 보시는 대로이다.
    요즘은 ‘장학생’만 있는 게 아니고 ‘장학사’도 있다는 소문이다. 장학생 언론사란 뜻이다. 사연인즉 언론사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유력 후보를 놓고 여론 조사를 실시해 누가 어느 정도 앞서고 있는지를 열심히 전하고 있는데 조용히 몸 사리고 있는 언론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MBC,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최근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언론사들이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 실시와 안철수 출마선언 효과 때문에 의도적으로 침묵하는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다. 지금 조사하면 출마선언 직후인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올 것이고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니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린다는 해석이다.
    역시 장학금을 타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겠지!
    10 min
  • [2012/09/21 금]감옥 탈출의 달인들, 그러나 밖도 힘들어
    대구에서 전과 25범 최모 씨가 가로 45cm, 세로 16cm의 직사각형 배식구로 유치장을 탈출해 경찰이 쫓고 있다. ‘고무인간’ ‘미꾸라지 탈출’이라고 다들 놀라고 있는데 .....
    구멍 통한 감옥탈출, 한국 신기록
    대한민국 탈옥 사건 중 비슷한 사건은 조세형 탈출 사건. 전과11범인 대도 조세형은 서울 서소문동 법원에서 구치감 벽의 환기통을 뜯고 탈주했다. 이 때 환풍기는 가로 세로 40센티미터. 수갑을 풀 수 있었던 것은 수갑이 너무 조여 손목이 아프다고 꾀를 내 수갑을 느슨하게 풀어줬기 때문이다.
    1997년 1월 재소자 신창원도 부산교도소 화장실 환기구 철창을 잘라내고 탈출했다. 창살 절단 작업은 소음을 숨기기 위해 음악 방송이 나오는 오후 6∼8시에 이뤄졌고 작업이 끝나면 껌으로 절단 부위를 붙여놓아 감시를 피했다. 그는 가로 33cm, 세로 30cm 크기의 환풍구를 빠져나가기 위해 80kg이던 체중을 60kg으로 줄였다. 탈출도 탈출이지만 탈주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2년6개월간 도피행각을 벌였다.
    1990년 10월, 전주 교도소 무기수 살인범 등 3명의 탈주 사건. 이들은 아예 감옥 쇠창살을 자르고 교도소 담벼락을 넘었다. 사물함으로 쓰이는 선반으로 2.7m짜리 사다리를 만들어 4.5m 높이의 교도소 담을 넘었다. 검문하던 경관으로부터 권총을 빼앗아 탈주극을 벌인 끝에 충북 대청호 야산기슭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2명은 자살했고 1명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경찰에게 보내진 탓에 목숨을 건졌다.
    지구촌 탈출의 달인들
    지난 9월 멕시코 북부 국경지대 피에드라스 네그라스의 감옥에서 지하 땅굴 탈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길이 7m, 직경이 1.2m 크기의 굴을 팠다. 도망친 죄수는 131명.
    지난 1월엔 인도네시아 자바섬 북동부 수라바야에 있는 밀입국자 수용소에서 파키스탄인과 아프가니스탄인 30명이 정문 밑으로 굴을 파고 탈출했다. 수저와 못, 나무막대를 이용해 수용소 내 교회 화장실에서 정문 아래로 2m정도 굴을 팠으며 굴을 파는 동안 다른 동료들은 간수들과 보드게임하며 시선을 돌려놨다고.
    1962년 6월12일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灣) 앨커트래즈 섬 감옥에서 은행 강도 3명이 탈출했다. 침대에 머리모형만 남겨 놓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경찰은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상어떼에 먹히거나 익사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단.
    탈옥의 진짜 달인은 19세기 프랑스의 흉악범 프랑수아 비도크.
    절도, 강도, 인신매매, 도박, 지폐위조 등으로 수십 번 투옥됐으나 탈출에 성공한 것이 무려 50회 이상. 변장술도 뛰어나 밖에 나가서는 마음 껏 거리를 누볐다 한다. 결국 경찰은 그를 스카우트해 수사에 활용했다. 비도크는 특별수사과장까지 올라가며 혁혁한 검거성과를 올렸다. 은퇴한 다음엔 세계 최초로 사설탐정 사무소를 열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권좌에서 내쫓겨 엘바 섬에 갇힌 적이 있다. 그러다 엘바섬을 탈출해 권력을 되찾기 위해 파리로 진격했는데 이때 점점 바뀌어가는 프랑스 언론의 보도는 언론사에 길이 남아 있다.
    " 폭도 나폴레옹, 리옹을 지나다"
    " 도둑 나폴레옹, 수도권에서 목격되다"
    " 나폴레옹, 파리에 도착하시다"
    " 황제폐하께서 백성들과 함께 하루 밤을 주무셨다"
    나폴레옹이 권력을 되찾고 나서 감옥을 찾아갔다. 죄 없이 억울하게 갇힌 사람은 손들라하니 모두 손을 번쩍 들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런데 단 한 사람만 흉악한 죄를 지었으니 여기 갇혀 있어야지 어쩌겠냐고 시큰둥했다. 나폴레옹 왈, “모두 결백한 데 저 친구만 흉악하니 다른 사람들이 물들지 않게 저 친구는 내보내!”
    조선 조 세종 때도 죄를 지은 관리가 사형에 처해지기 전날 밤, 하인이 여자 옷을 입고 감옥에 마지막 부부면회를 간 뒤 옷을 바꿔 입고 주인을 탈출 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종은 ‘하인은 충직하고 의로우니 풀어주고 도망친 주인은 당장 잡아다 처형하라’ 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감옥 안도 힘들고 밖도 힘들어
    일제 강점기에 YMCA에서 기독교신앙으로 민족주의를 이끌었던 월남 이상재 선생. 1902년 수구파들이 조작한 개혁당 사건으로 감옥에 갇힌 이상재 선생은 우연히 감방 벽 틈에 누군가가 끼워 둔 종이쪽지를 발견하는데 마태복음 5장과 산상수훈이었다. 이때 기독교도 가 된 선생은 감옥에서 나와 환갑이 가까운 나이로 YMCA에 투신해 민족운동을 시작했고 신간회를 결성했다. 1927년 3월 선생의 장례행렬에는 10만의 인파가 뒤를 따랐다.
    선생이 감옥에서 나오신 뒤 문안 인사를 하러 간 사람이 물었다.
    “선생님, 감옥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 “그럼 자네는 감옥 밖에서 호강하며 지냈는가?”
    세상이 이 모양이고 민족이 이꼴인데 감옥 안과 밖 무엇이 다르겠냐는 가슴 아픈 탄식이다.
    감옥 생활 힘들다. 혹은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감옥 밖으로 나오면 평안할까? 억울한 일도 없고? 감옥 밖도 만만치는 않다. 결코 만만치 않아 .....
    “속리산에서”
    나희덕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 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영글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 아래에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 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9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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