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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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episodes

  • [08/16 목요일] 인류는 하나 올림픽도 하나. 패럴림픽이 시작된다
    1.하계 올림픽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장애인 올림픽, 패럴림픽이 이어진다. 경기시설, 선수단과 응원단을 위한 편의시설, 서비스 인프라를 재활용하는 것이니 당연히 바람직하다. 그러나 항상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우여곡절을 거쳐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장애인 올림픽위원회가 협정에 의해 하나의 도시에서 잇달아 치르게 된 것이다.
    2.인류도 하나, 올림픽도 하나!
    장애인 올림픽의 기원은 영국 스토크맨드빌 병원이 주관한 1948년 영국척수장애인체육대회이다. 이것이 유럽 선진국들이 참가하는 국제대회가 되고 국제휠체어경기연맹이 만들어졌다. 그 후 장애유형별로 절단 및 기타장애인을 위한 국제장애인경기연맹, 국제뇌성마비인경기연맹, 국제시각장애인경기연맹이 각각 설립되었고, 이것들이 모여 세계장애인스포츠기구국제조정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이 국제조정위원회는 재정난 등 어려움을 겪다 88 서울장애인 올림픽대회를 끝으로 해체되고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가 설립되어 모든 국제장애인스포츠대회를 관리한다.
    하계 장애인올림픽은 1960년 로마에서 시작됐다. 1964년 도쿄까지는 올림픽과 같은 장소에서 관례에 따라 개최됐다. 그러다 24년간 장소를 통일시키지 못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다시 같은 도시에서 공동개최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이고 공식적인 협력관계는 2000년 시드니 장애인 올림픽에서부터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와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가 협약에 의해 같은 도시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 올해 5월에 다시 체결된 협약으로 두 개의 올림픽은 2020년까지 같은 도시에서 잇달아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우리나라는 이번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13개 종목에 걸쳐 150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금메달 11개 이상, 종합 13위가 목표,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결단식을 갖는다. 대회는 오는 29일 개막해 9월 9일까지 이어진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국가 지원에 의해 훈련을 받지만 대표가 되기까지 혹은 대표가 못 되면 지원도 없이 외로운 자기와의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국가 대표가 되어 훈련소에 입소하면 그 기간은 실업자가 되기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선수들도 많다. 상당수의 장애인 대표 선수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걸 보면 어떤 생활을 하며 어떻게 훈련할 지 짐작이 가실 것. 장애인 실업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팀을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기업들이 특정 종목 선수들이나 시설에 어느 정도 정기적인 지원을 할 여력은 충분하다. 기업 기관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3.패럴림픽의 전설들 !
    장애인올림픽에 모인 선수 중 누구의 삶인들 비범치 않겠는가만 돋보인 선수들을 몇 명 살펴보자.
    트리샤 조른. 미국의 수영 선수이다(여성).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선수. 1980년에서 2004년까지 24년간 7번, 모든 패럴림픽에 참가해 55개의 메달을 따냈다. 7살 때 수영을 시작해 16살 때 첫 출전.
    랑힐드 마이클버스트. 노르웨이 스키 선수이다(남성). 1988년 인스브루크 동계패럴림픽에 첫 출전, 이후 1998년 대회까지 참가해 22개의 메달을 따냈다. 마지막 메달을 따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패럴림픽 때 그의 나이가 58세. 우리 나이로 치면 환갑 때.
    데임 태니 그레이 톰슨(여성). 영국 휠체어 경주 선수. 척수이분증을 안고 태어났으나 휠체어 경주를 시작해 18살부터 20년 간 선수로 뛰며 16개의 메달을 따낸 선수. 휠체어 마라톤 대회에도 늘 출전했는데 런던 올림픽에서 6번 우승했다. “꿈과 목표를 세웠으면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아지볼라 아데요(남성). 나이지리아 단거리 육상선수였다. 한쪽 팔을 잃은 장애인. 1992년 바르셀로나 패럴림픽에 첫 출전해 200미터 금메달. 1996년에는 100미터, 200미터 금메달. 멀리뛰기 은메달 모두 5개의 메달을 따냈다. 복지 선진국이 아닌 아프리카 국가에서 장애인으로 거둔 성적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선수.
    아놀드 볼트. 캐나다 필드육상 선수(남성). 어린 시절 한 쪽 다리를 농기구 사고로 잃고 장애인이 되어 초등학교 때 운동을 시작했다. 농장 건초더미와 모래밭에서 뛰다보니 높이뛰기와 제자리 멀리뛰기에 탁월한 실력을 갖추게 되어 7개의 금메달, 1개의 은메달을 따냈다. 88 서울패럴림픽에도 참가했다. 자전거 타기도 좋아해 싸이클 실력도 대단하다고.
    “사람들이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내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하고 싶은 걸 추구할 수 있었습니다.”
    볼트의 이 말이 바로 복지국가의 모습이다. 장애가 있든 없든 피부색이나 인종, 빈부를 가리지 않고 그 사람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뛰어들어 하고 자기 재능과 노력에 따라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사회 ..... 그런 날을 위해 패럴림픽에도 올림픽 때처럼 관심을 가져 주시길.
    8 min
  • [08/15 수요일]오빠는 공영, 오빠 믿지? - 방송의 조작과 연출.
    1.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7월27일 ‘MBC-구글 올림픽 SNS’ 실시간 현장중계라는 것을 실시했다. 구글의 SNS망을 이용해 영국 런던과 서울을 연결해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쌍방향으로 중계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이곳은 서울의 한 기업체 사무실, 다들 모여 계시네요”"라고 서울의 직장인들을 소개했다. 문제는 화면에 나온 곳이 여의도 MBC 사옥 6층 뉴미디어뉴스국 사무실이고, 응원하던 기업체 직원들은 MBC 소속 계약직원들이었다는 것.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는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에 착수해 징계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MBC도 자체적으로 징계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2.오빠는 공영이야, 오빠 믿지?
    오락 프로그램이라 해도 방송 내용의 연출조작은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박수와 함성을 맡고 있는 아르바이트 방청객, 방청석에서 특히 열광하거나 눈물 흘리는 사람들 위주로 찍는 정도? 방송심의규정이 지적하는 대로 ‘사실을 정확히 다루고 시청자를 혼동케 하지 마라’, ‘시청자를 존중하라’는 지침을 지킨다면 이 정도 수준만 가능하다.
    그런데 오락도 아니고 뉴스가 조작이라면 심각해진다. 하루 방송 중 하이라이트인 9시 메인 뉴스에서 벌어진 일이니 현장리포터 수준에서 결정한 것은 아닐 테고 어느 선까지 조작연출 사실을 알고 있었나가 사안의 핵심이 될 듯. 공영이며 국민의 편이라 내세우는 방송의 뉴스가 조작.연출된다면 심각한 사회신뢰의 문제이다.
    최근에 벌어진 우리 방송들이 조작연출 내역을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첫 해 제야의 종 타종식 중계에서 시위대의 반정부 구호가 들어가자 소리를 지우고 효과음으로 대신한 중계방송이 있었다. 대통령 비판구호가 아닌 대통령 지지 구호였더라도 그랬을까? 라는 의문을 남긴 사건.
    TV 방송에서 한국인들이 외국관광객들을 피부색으로 차별해 대우한다며 몰래 찍은 실험 화면을 보여줬다. 길에서 백인 여행자가 길을 물을 때와 동남아 여행자가 길을 물을 때 시민들의 반응과 태도를 대비 시켜 보여줬다. 백인 여행자가 친절하게 길 안내를 받는데 걸린 시간은 거리에서 10분, 동남아인 여행자는 1시간이 걸렸다. 결론은 한국인의 인종차별이 무지 심하다는 것. 그러나 백인 여행자는 말쑥하게 차려 입고 미소를 띤 채 한국인에게 접근했고, 동남아인 여행자는 빈티(?)나는 옷차림에 심각한 표정으로 한국인에게 다가간 것이 지적됐다. 실험 자체가 인종 차별적 아닌가. 더구나 백인여행자는 젊은이들에게 물어보고 동남아 여행자는 나이든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편파적 실험, 사실상 조작이었다.
    인기 연예인이 참돔을 잡았다고 잡은 고기를 들어 올리며 호들갑 떠는 장면이 방송됐다. 그런데 참돔이라는 녀석은 밑밥도 뿌리고 오래 기다리며 공을 들여도 만날까 말까 한 귀하신 몸이다. 마치 인기 가수에게 팬들이 달려들듯 낚시 던지니까 참돔이 낚시로 달려들었다고? 그렇다 치자. 그렇게 달려들어 낚시를 물은 참돔이 건져 올리니까 조용히 누워만 있다. 마사지 받으러 나왔나? 또 낚시 바늘이 안에서 밖으로 삐져나온 게 아니라 밖에서 안으로 꿰고 들어간 것이 포착돼 인터넷에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무지하게 맛있는 식당들을 소개한다는 맛집 프로그램의 상당수가 브로커를 끼고 맛있는 집, 맛나게 먹는 손님으로 연출하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조작 방송의 대표적인 예이다.
    3.거짓 인물을 창조하지 말 것, 그건 괴물이다
    케이블로 옮겨가면 더 빈번하다. 프로그램 제목에 ‘리얼’이라는 단어까지 붙인 케이블 텔레비전의 고발 프로그램이 ‘지하철 성추행범을 쫓다’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여기저기 수상한 점이 엿보여 다른 언론사가 취재한 결과 리얼이 아니라 철도공안수사대가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연출한 재연이었음이 확인됐다. 절대 조작이 아니라고 우기다 거짓임이 드러나자 외주제작사가 저지른 짓이라고 변명. 고발당해 마땅한 고발 프로그램이 된 셈이다.
    토론 방송에서 ‘길 가던 시민’을 인터뷰해 주장을 들었다. 그런데 해당 인물은 유명한 보수단체 활동가로 시위현장에서 극렬한 행동을 자주 벌여 네티즌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라 들통 났다. 당사자는 트위터에서 “담당 PD가 인터뷰 요청을 했다. “제 얼굴 아는 분 많은데 나가도 되나?“ 물었더니 그 PD는 “저쪽편도 다 그렇습니다“라고 했다나. 대충 그렇게 만든다는 이야기?
    최근 유행하는 특이하고 독특하고 희한한 사람들을 다루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들도 상당수가 조작연출 논란에 휩싸여 있다. ‘명품녀’가 등장해 몸에 걸친 것만 4억이라고 했다. 욕을 먹고 국세청 세무조사 받아야 한다고 하자 작가가 써준 각본대로 읽은 것이라고 뺑소니쳤다. 이렇게 속여도 되냐고 하자 작가가 ‘우리가 다 커버해 줄 테니 염려말라’고 했다나. 그런데 방송사는 그렇게까지 각본을 짜지는 않았다고 버텼다. 결국 시켜서 한 거짓말과 알아서 한 거짓말이 뒤섞여 버렸다는 걸 실토하는 셈이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날아 온 소녀시대 팬들이라며 열광하는 모습을 찍어 보여주었지만 모두 한국에 살고 있는 유학생 회사원이었던 적도 있다. 물론 외주제작사가 만든 것이긴 하지만 방송사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대충 모른 척하고 있는 건 아닌지 ......
    일본도 조작연출로 말썽을 빚은 예가 많다.
    일본 아사히 텔레비전은 직장 여성들이 밤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혹하러 거리로 나온다고 취재 보도했다. 그러나 회면에 등장한 꽃뱀(?) 여성이 취재팀의 여자 친구로 확인돼 망신당했다.
    망신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다. 일본 NHK는 히말라야 깊은 산 속의 작은 나라 무스탕 제국을 탐사했다며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험한 산 속에 있는 나라라 찾아가는 도중에 물이 없어 말이 쓰러져 죽었다고? 헬리콥터 타고 편안히 도착한 것이 진실. 마을 원주민의 축제 장면? 뒷풀이로 술 취한 모습이었다. NHK는 회장이 감봉 20% 6개월, 제작 책임자 정직 6개월, 이사급 방송총국장 등 관련자 다수 경질에 회장이 회견을 열고 직접 고개를 조아리며 국민에게 사죄 했다.
    어쩌면 우리 현실로는 회장이 나서서 잘못을 사죄하고 자신의 봉급을 깎는 공영방송이 부럽다.
    저널리즘에서 꼭 기억할 교훈 중의 하나가 “회색은 검어지지 다시 희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적 있다. 쉽게 말하면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 그대로이다. 처음에 요만큼만 하자고 조작연출을 하다보면 점점 커지는 건 당연하다.
    저널리즘 수업 중 배우는 기본 윤리에는 이런 것도 있다.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창조하지 마라, 그건 괴물이다. 정직해라, 정직에 실패했다면 최대한 빨리 정정하고 사과하라
    8 min
  • [08/14 화요일]희망을 씻기고 희망을 닦자 ... 영세자영업을 위해
    1.어제(13일) 보건사회연구원이 “공중위생수준제고를 위한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방안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등 10개 도시의 1,760개 숙박·목욕·이용·미용·피부미용·세탁업소를 면접조사한 결과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이용업의 88.7%, 세탁업의 62.3%가 연매출이 2천만 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연매출이 4천만 원을 넘는 업소는 거의 없었다. 또 미용업 48.4%, 피부미용업의 38.1%도 연매출이 2천원만원 아래였고 숙박업과 목욕업은 29.2%, 17.1%로 그마나 상황이 나았다. 연매출 2천만 원은 월매출로 170만원이 채 안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임대료와 공과금, 세금, 종업원 월급, 운영비 빼고 나면 .... 빼고 남을 리가 없다. 문을 닫지 못해 가게를 팔지 못해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대비 20%에서 30% 정도 매출이 감소했다고 추산된다.
    2.또 다른 시한폭탄, 중소자영업 붕괴
    영세자영업소들이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하나. 자영업 점포가 늘어 경쟁은 치열해진다.
    둘. 건물 임대료, 인건비, 전기요금은 오른다.
    셋. 대출이자는 만만치 않다.
    넷. 시설은 개수보수로 자꾸 돈을 먹는다.
    다섯. 재료값도 자꾸 오른다.
    이제 폭발직전인 가계부채에 얹어 자영업의 파산도 한국 경제의 심각한 뇌관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또 공중위생업 분야는 서민 삶의 질 차원에서 중요한 분야이다. 목욕탕이 없어지면 규모가 일정 정도 이상 되는 아파트 거주자는 아무런 불편이 없다. 실내에 목욕시설이 있을 리 없는 서민들이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장애인 목욕탕. 예를 들어 대구에서는 달서구 달구벌종합복지관이 몇 년 전 장애인 목욕탕을 개장했으나 적자에 허덕이다 문을 닫았다. 가난한 장애인들에게 목욕은 치료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서민 거주지역 동네 목욕탕들은 계속 문을 닫고 있다. 아무리 아껴도 하루 유지비가 20~30만원인데 매출이 200만원도 안되니 어쩔 수 없다. 샤워시설을 갖춘 국민체육센터, 헬스장, 피트니스센터 등 대형시설들이 늘어나 골목 상권을 흡입해가는 것도 어려워지는 이유.
    이것이 생존 불안에 시달리다 못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 자영업의 모습이다. 한국 자영업은 연평균 60만개가 생겨나고 58만개가 사라진다. 가게 문을 연지 3년 안에 53.6%가 문을 닫고, 5년 안에 2/3가 포기하고 만다.
    우선은 자영업끼리의 치열한 경쟁을 줄여야 한다. 가능한 재취업을 유도해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여는 비자발적 창업을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역별로 같은 직종이 밀집하는 것도 미리 정보를 주고 권장지도를 통해 막아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소상공인들은 가장 시급한 지원책으로 ‘정책자금 융자’(40.7%)를 정부에 요청했다. ‘경영개선을 위한 교육기회 제공’(23.6%), ‘세금부담 완화’(15.5%), ‘영업상 규제 개선’(7.8%) 등도 호소하고 있다. 2011년 12우러 중소기업청이 대통령 업무보고를 할 때 중소기업 정책금융이 72조원 지원된다고 하던데 제대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지 점검해 보기 바란다. 정부는 책정했지만 금융현장에서는 신용이 낮다고 외면당하는 사례가 많으면 대통령 보고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3.희망을 씻기고 희망을 닦자
    정부가 영세중소상공인들에게 관심이 있다면 전기요금부터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 한국전력공사가 전기료 과다 사용 단속을 강화한 것이 영세상공인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전은 종전에는 한 달 사용량을 기준으로 초과분을 따졌으나 최근에는 15분마다 사용량을 점검해 계약한 전력보다 전기를 많이 쓰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전력낭비를 줄이면서 전기료를 올려 받기 위한 한전의 궁여지책이다. 이 바람에 영세상공인들은 걸핏하면 수십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목욕탕, 세탁소, 떡집 등 손님이 특별히 몰리는 날이 있는 업소들은 모두 한전을 원망하고 있다. 억울하다고 항의하면 용량을 늘려서 계약해 초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한다. 그러면 기본요금이 오르고 공사비도 100만 원, 200만원 겁나게 들어간다.
    점포나 업소도 어렵지만 그 안에서 따로 일하는 사람들도 걱정이다.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주는 목욕관리사들도 당연히 일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식 때밀기가 ‘코리안 스크럽’(Korean Scrub)이란 이름으로 미국, 일본으로 수출되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절찬리에 애용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특급 호텔 스파에도 ‘때밀이’를 도입하고 학원이 생겨 수강생이 밀려드는 판국에 목욕탕이 문을 닫아 목욕관리사들의 일터가 없어지는 건 아쉬운 일이다.
    구두 닦는 직업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등 노인들이 직업으로 구두를 닦기도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삶을 지탱해 가는 대표적인 직업이 구두미화원이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도 초등학교조차 못 나오고 구두를 닦으며 청년이 되고 노동자가 되고 대통령이 되었다. 2001년 페루 대통령에 당선된 알레한드로 똘레도 대통령도 구두를 닦으며 컸다. ‘올리버 트위스트’, ‘위대한 유산’, ‘크리스마스 캐럴’ 등 숱한 명작을 남긴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도 구두닦이 소년 출신이다. 어느 겨울 구두를 닦는 디킨스에게 지나가던 신사가 “추운데 손도 시리고 구두 닦는 게 고생스럽겠구나?” 라고 물었을 때 소년 디킨스 의 대답은 “아닙니다. 고생스럽지 않아요. 저는 구두를 닦는 게 아니라 희망을 닦고 있습니다”였다.
    어제(13일) 소상공인진흥공단 설립과 진흥기금 조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좋은 법안을 마련해 보자. 그에 앞서 우리 사회가 신경 쓸 부분은 착한 소비, 아름다운 소비이다.
    휴가 관광도 내 나라에서, 물건을 살 때도 동네 상권을 위해, 구두를 닦는 것은 남자의 자존심을 닦는 거라고 했지만 이젠 우리 사회를 닦는다고 여기고 불필요한 소비 대신 착한 소비를 퍼뜨리자.
    9 min
  • [08/13 월요일]스포츠에선 역시 웬수와 라이벌이 제 맛?
    우리나라와 일본은 라이벌을 넘어 운명적 숙적이다. 스포츠에서 라이벌이기 때문에 앙숙이 된 게 아니라 역사 속에서 가해와 피해로 앙숙이 되었기에 스포츠 대결이 진검승부로 번져간다 하겠다. 분쟁과 전쟁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지구촌에서 운명적 숙적이 어디 한일 두 나라 뿐이겠는가.
    1. 잉글랜드 - 아르헨티나
    시작은 1962년 칠레 월드컵. 유럽 최강자와 남미대륙 최강자의 대결로 지구촌의 관심을 모았다. 첫 대결은 잉글랜드의 여유 있는 승리. 그 뒤 1966년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 월드컵 8강전에서 다시 맞붙는다.
    이 경기에서 주심이 언어소통이 안 돼 아르헨티나 주장의 항의를 욕설을 퍼붓는다고 오인해 퇴장 명령을 내렸고, 거꾸로 아르헨티나 선수들도 퇴장 명령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다 퇴장 명령이었다는 게 전해지면서 선수들의 집단항의로 번져 10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경기는 잉글랜드가 1대0으로 승리했다. 그런데 영국 감독이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거친 경기에 화가 나 선수들 간에 유니폼을 벗어서 교환하지 말라고 영국 선수들에게 지시했다. 그러자 경기 후 웃통을 벗고 옷을 바꾸려다 거절당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또 흥분해 잉글랜드 팀 샤워장으로 몰려가 다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을 지켜 본 잉글랜드 감독이 “정말 짐승들 같았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비난을 퍼붓자 드디어 민족감정으로 폭발한 것이 잉글랜드 - 아르헨티나 축구 앙숙의 사연. 그리고 나서 1980년 포클랜드 전쟁으로 민족감정은 다시 불붙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가 손으로 축구공을 쳐넣어 한 골을 기록하는 ‘신의 손’ 사건을 저질러 잉글랜드에게 복수한다. 물론 영국은 축구에서만 아르헨티나를 라이벌로 쳐줄 뿐이다.
    2. 잉글랜드 - 프랑스
    오래 전부터 장미전쟁, 100년 전쟁을 치르며 당연히 앙숙 관계이다. 현대 들어와서는 친미 영국에 대해 유럽의 자존심 프랑스가 사사건건 부딪히며 여전히 앙숙. 엄밀히 따지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영국(스코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 제외), 스칸디나비아국가들은 게르만 계통이고 영국의 윈저 왕가는 독일 하노버 왕가에 뿌리를 두고 있어 독일과 숙적인 프랑스는 이래 저래 영국의 숙적.
    3. 잉글랜드 - 독일
    2차 세계대전을 저지른 독일은 원수지간인 나라들이 많다. 두 나라는 1차 대전 때 확실히 갈라섰고, 2차 대전에서 히틀러가 영국에 폭격을 가하면서 이를 가는 앙숙이 됨. 축구로는 2000년대가 시작되기 전에는 독일이 우세했으나 그 이후는 영국이 우세하다.
    4. 네델란드 - 독일
    네덜란드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가 독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는 독일의 침공을 반나절도 견디지 못하고 수도 암스테르담을 내주는 치욕을 당했기 때. 지금도 무지 수치스러워하며 독일이라면 치를 떤다.
    5. 독일 - 폴란드
    히틀러가 세계 제 2차 대전을 일으키고 가장 먼저 침략한 곳이 폴란드. 그리고 독일 민족의 우수성을 뽐내려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폴란드와 축구경기를 펼쳤다. 이때 독일군은 히틀러 앞에서 혹시나 체면을 구길까 싶어 폴란드 선수단에게 알아서 무너지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폴란드 선수들은 오기로 독일팀을 눌러 경기 후 총살당했다고 ..... 폴란드는 과거 세 조각으로 찢겨져 러시아, 프로이센(독일), 오스트리아에 분할통치를 받은 아픈 역사가 있어 숙적과 앙숙이 여럿이다.
    이스라엘 대 독일이나 이스라엘 대 팔레스타인, 아랍국가는 생략한다. 그 다음으로 눈여겨 볼 나라들은 러시아와 일본이다.
    6. 러시아 - 일본
    러시아 쪽에는 러일전쟁에서 패배한 멘붕이 가시지 않고 남아 있고, 일본은 북방 4개 섬 반환 문제가 숙원으로 남아 있어 앙숙 관계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 때 요코하마에서 열린 H조 예선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러시아 축구팬들은 폭동 수준에 이르러 러시아내 일본제 차들을 부수기까지 했다고. 일본의 보수 세력들은 “북방 4개 섬 반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라도 축구에서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민족 감정을 부추겨 잔디밭에서 벌이는 제 2의 러ㆍ일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7. 브라질 - 아르헨티나
    남미 대륙을 대표하는 두 나라이고, 국토 크기나 축구 솜씨도 비슷하고 전쟁의 상처도 있어 라이벌.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고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여서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또 아르헨티나는 유럽계 백인들이 99%를 차지하고 브라질은 물라토나 메스티조등 여러 혼혈인종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과거 아르헨티나가 남미에서 독보적으로 잘나가는 나라 일 때 브라질, 칠레, 페루, 파라과이 등을 거렁뱅이들이라고 무시한 상처도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도 1825년부터 3년 간 전쟁도 치렀다. 브라질의 시스플라티나 지방이 자치를 요구하면서 아르헨티나의 지원을 받아 브라질에 전쟁을 일으켜 결국 우루과이라는 독립국이 되었다. 두 나라 축구경기가 있거나 할 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어느 브라질 축구팬이 아르헨티나 술집에서 아르헨티나가 다른 나라 팀에게 골 먹는 순간 무심코 와 ~! 소리쳤다가 몰매 맞아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었다.
    8. 페루 - 칠레
    남미 대륙에서 칠레 라는 나라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유럽의 영국 같고 아시아의 일본 같은 나라? 함께 뭘 하자고 하면 꼭 혼자 튄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 .....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와 골고루 분쟁을 겪었다.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포클랜드 전쟁을 치를 때 뒤에서 영국을 도운 나라도 칠레. 칠레의 항구 Iqiqi, Arica는 원래 페루 영토였으나 칠레가 빼앗은 지역이다. 페루의 Tacna지역은 칠레에 빼앗겼다가 주민들이 투쟁해 페루로 돌아 온 땅. 더구나 칠레에 빼앗긴 땅들이 지금 칠레 와인의 주산지 인 것을 생각하면 페루로서는 열불이 날 수 밖에 없는 일. 페루와 에콰도르가 국경 분쟁으로 싸울 때 에콰도르에 무기를 대 준 나라도 칠레. 페루 사람들 앞에서는 무조건 칠레 욕을 해야 친해질 수 있다.
    9. 호주 - 뉴질랜드
    오세아니아 대륙의 라이벌? 럭비 경기에서는 두 나라가 라이벌 의식을 보인다. 특히 뉴질랜드는 죽기 살기로 대들고 호주는 떨떠름 받아주는 정도.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 호주는 뉴질랜드를 가난한 시골 사람들 정도로만 여긴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모든 분야에서 호주를 경쟁상대로 여기고 이야기마다 호주를 들먹거리고 돈 벌러 갈 때는 호주로 간다.
    10. 미국 - 캐나다
    호주 - 뉴질랜드와 비슷한 경우가 미국 - 캐나다. 북미대륙에 덩치 큰 두 나라이지만 미국은 캐나다에 별로 신경 안 쓰고 산다. 하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미국을 숙적이라 여긴다. 미국이 조금 흥분하는 경우가 아이스하키 경기 정도. 한 때 육상 100 미터에서 스포츠 라이벌이 된 적은 있었다. 칼 루이스와 벤 존슨이라는 걸출한 스타들 때문. 미국사람들은 캐나다를 사실상 미국의 한 부분이라고 여기며 무시하기도 한다.
    우리도 감정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우리는 무시하지만 우리를 라이벌로 여기는 나라들이 있다. 대만에게 우리는 신경 끄고 산다. 하지만 대만 사람들은 아시아에서 일본이 앞서가고 그 다음이 대만이라고 여기며 살아오다 자기네를 제치고 앞서 간 한국을 몹시 경계하고 견제한다. 더구나 한국이 중국하고 수교하며 대만을 버렸다고 감정이 좋지 않다.
    말레이시아도 우리를 라이벌로 여기고 싶어 한다. 스포츠로는 축구나 배드민턴 종목에서 두드러지지만 경제 분야에서 늘 한국을 의식한다. 베트남도 한국을 경계하는 나라. 스포츠 경기가 있으면 몹시 신경 쓰는 분위기.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에 대해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는 감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불쌍한 나라 정도로만 여기며 무시하기 일쑤이다. 상대의 감정도 존중할만큼은 하며 문화강국, 동방예의지국답게 행동하자.
    9 min
  • [08/10 금요일]일생에 멘토가 될 올림픽의 명예를 지킨 전설들
    오심 편파판정과 판정번복 소동으로 얼룩진 런던 올림픽이 끝나간다. 올림픽 정신이란 무얼까, 금메달과 은메달.동메달의 값어치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 것일까? 등등 물음을 던지기도 했던 런던 올림픽. 그에 대한 답을 적자면 논문만도 수십 수백편이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스포츠답지 못하다. 스포츠라면 트랙에서 필드에서 몸으로 대답해야 하는 것 아닐까? 땀과 열정으로 답한 올림픽의 전설들을 만나보자.
    올림픽의 전설들 ..... 자신과 올림픽의 명예를 지키다
    1932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의 주디 기네스(영국).
    오스트리아 선수와 결승에서 만나 팽팽한 대결을 펼쳤는데 심판이 주디 기네스의 판정승을 선언했다. 금메달이다. 그러나 주디 기네스는 상대의 칼에 자신이 2차례 찔렸기 때문에 자신의 승리일 수 없다고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은메달로 메달을 바꿨다. 자신과 자신의 칼과 올림픽의 명예를 지킨 멋진 검객.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캐나다 요트 대표선수인 로렌스 르뮤가 경기 도중 갑자기 불어 닥친 강풍으로 싱가폴 선수들이 바다에 빠지자 싱가폴 선수들을 구하고 오느라 2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르뮤에게는 아무나 받지 못하는 귀하디 귀한 쿠베르탱 메달이 수여됐다.
    영국의 조정 대표선수였던 스티븐 레드그레이브도 올림픽 역사에 남을 인물. 당뇨병 말고도 여러 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하지만 올림픽에 5번 참가해 5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은퇴 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그런데 마지막 성화주자로 이번 올림픽에 한 번 더 참가했다.
    이번 런던 올림픽 최고의 영웅이라면 역시 다리절단이란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 육상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육상경기에 참가한 의족의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프리카 공화국)를 꼽고 싶다. 400미터에서는 결승진출을 못하고 준결승 진출로 물러서야 했고, 1600미터 이어달리기에서는 동료가 달리다 넘어져 부상을 입는 바람에 뛰어보지 못하고 경기를 포기했지만 그의 인간 승리와 스포츠 정신을 어찌 메달로 잴 수 있겠는가.
    장애인 메달리스트로 지금까지 가장 유명한 선수는 미국의 레이 유리이다. 그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불편했다. 1900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높이뛰기, 삼단뛰기, 멀리 뛰기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3개를 하루에 모두 따낸 것.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도 출전 역시 금메달 3개를 땄고, 1908년 런던 올림픽에 또 출전해 금메달 2개를 더 따낸 엄청난 선수. 역대 모든 올림픽 참가 선수를 놓고 따져도 최고라 일컬어지는 선수가 소아마비 장애인이라면 쉽게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올림픽의 감동은 올림픽이 끝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프로권투 헤비급의 최강자(4개 기구 통합챔피언)로 등극했던 우크라이나의 블라디미르 클리츠코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권투 헤비급 선수 출신이다. 클리츠코가 올해 3월 자기가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을 경매에 내놓아 100만 달러, 11억 원에 팔렸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에서 열렸던 경매에 불우청소년 돕기 자선기금을 마련하고자 내놓은 것이다. 100만 달러에 금메달을 산 부자는 존경하는 스포츠 영웅과 좋은 일에 함께 한 것으로 만족한다며 금메달을 넘겨받자마자 곧 바로 클리츠코에게 되돌려 줬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스포츠 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아프리카의 에킨슨이다. 지금으로부터 7 ~ 80년 전 쯤에 활약한 선수인데 기록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 (30년 전 쯤 스포츠동아에 실린 기사내용이 유일할 것인데 지금은 언론사 창고 속 박스에서 유물이 되어가고 있어 다시 찾아보지 못했다.)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를 하자면 이러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에킨슨이라는 이름의 육상 선수는 영국인 부모를 둔 백인으로 어린 시절 아프리카에서 초원을 달리며 육상선수로 성장했다. 아프리카 지역의 육상대회를 휩쓸고 급기야 유럽에까지 이름이 알려져 스카웃 제의도 있었지만 자신을 길러 준 아프리카를 위해 뛰겠다며 거절했다.
    그러다 드디어 세계대회에 단거리 육상 아프리카 대표 선수로 출전했고 결선에 올랐다. 예선 성적이 너무 압도적으로 뛰어나 금메달은 이미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결승전이 열리기 전날 하필 비가 내렸고 땅이 젖어 경기가 연기되었다가 땅이 마른 후 결승전을 치르게 됐다. 예선 1위이던 에킨슨은 1코스를 배정받아 트랙에 나섰는데 문제는 1코스 옆이 축구장 잔디밭이라 1코스의 트랙은 겉으로만 말랐지 속은 질퍽거렸다는 것. 그러나 경기는 시작됐고 질퍽이는 땅에서 뛴 에킨슨은 메달을 따지 못하고 조용히 경기장을 떠났다. 그러나 그 다음 경기들을 치르려다 1코스 트랙이 질퍽거리는 걸 발견한 경기위원회는 즉각 남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사람들은 몇 번 씩 스타트 연습을 하며 1코스를 달려본 에킨슨이 왜 코스가 질퍽거리는 걸 몰랐을까 의아했지만 선수는 사라졌고 사람들은 곧 그 소동을 잊었다.
    그로부터 1년 쯤 지나 다른 곳에서 에킨슨을 만난 한 신문기자가 그 때의 상황을 물었다.
    --- 땅이 질퍽거리는 걸 몰랐습니까?
    “아니요 연습하는 과정에서 바로 알았습니다.”
    --- 왜 경기를 중단시켜달라고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바깥 쪽 빈 코스로 얼마든지 바꿔줄 수 있었는데요?
    “스포츠는 남과 똑같은 조건을 부여받거나 메달을 따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자기가 맞닥뜨린 상황에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스포츠의 시작이고 본질입니다. 어떤 코스가 주어지든 내 앞에 가로놓인 장애와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그 뿐이죠. 그게 스포츠입니다.”
    자기 운명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운명과 함께 최선을 다해 한계에 부딪혀 가는 당당한 인간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그 겸허함 ..... 그러나 그의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메달을 따지 못했으니까.
    9 min
  • [08/07 화요일] 올림픽 국가순위 집계방식, 엿장수 맘대로 하자.
    올림픽 때마다 메달 순위 집계방식을 놓고 혼선과 논란이 빚어진다. 정리를 해보자.
    금메달 우선 순위집계는 한국식?
    우리나라의 메달순위 집계방식은 당연히 금메달 우선이다. 역시 1등만 높이 쳐주는 세상이어서? 아니다. 아시아와 유럽 대부분 나라들이 금메달 우선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개의 국제대회에서 사용하는 방식도 금메달 우선 방식이다. 런던 올림픽을 치르는 영국은 우리와 같은 방식이다. 영연방국가인 호주도 당연히 영국을 따라 우리와 같고 독일, 프랑스, 일본도 금메달 우선 방식으로 국가순위를 적는다. 영국은 언론마다 다르기도 해 the SUN 지 등은 총 메달수로 순위를 정해 발표한다고 .......
    미국과 캐나다가 금은동을 모두 합한 총 메달수를 집계해 순위를 매기는 대표적인 나라.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어느 방식을 채택한 것이 아니라 어느 때부턴가 언론들이 저마다 더 적절하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제각각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중국에게 금메달로 뒤지기 시작하니 방식을 총계로 바꿨다고 주장하나 확인되지 않는다.
    USA투데이.ESPN 등은 메달총집계 방식, CNN.CBS는 금메달 획득 순위로 기록한다고 알려져 있다.
    IOC는 공식적으로 국가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금메달 수가 많은 순서대로 홈페이지에 적어내려가기만 한다. IOC는 “단순한 정보일 뿐 국가 간 메달 순위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고 있다. 올림픽 헌장 제 1조도 “올림픽은 선수 개인 혹은 팀 사이의 경쟁이지 국가 간 경쟁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렇게 IOC가 특정 방식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으니 나라마다 다른 메달 집계방식으로 성적을 내게 되는 것. 이러다 보니 요즘은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해 국가 순위를 기록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번 런던 올림픽도 두 가지를 병행해 표시한다.
    올림픽은 올림픽일 뿐, 그냥 한 번 그래봤어
    올림픽에 임하면서 악착같이 메달의 색깔을 따지고 국가의 순위를 매기는 건 성적보다 참가에 의미가 있다는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 또 특정 방식을 채택하면 그 방식에 따라 경쟁이 과열될 수도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어느 방식이든 허점이 있다. 금메달 1개 딴 나라가 은메달 10개와 동메달 10개 모두 20개를 딴 나라보다 성적이 좋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반대로 금메달 9개 딴 나라보다 은메달 5개, 동메달 5개 합쳐 10개를 딴 나라가 우수한 성적이라고 하는 것도 설득력 없다. 거의 모든 종목에서 상위권에 들었지만 유독 메달을 따지 못한 나라도 있을 수 있다. 또 국가대표를 선발해 죽어라 훈련시킨 나라와 생활 스포츠 저변이 넓어 순수한 아마추어 선발전을 거쳐 자연스레 출전권을 부여한 나라를 비교하는 것도 멋쩍은 일이다.
    이런 불합리한 점을 절충해 조정하는 방식으로 포인트를 주자는 의견도 있다. 승점방식처럼 금메달 3점, 은메달 2점, 동메달 1점 ..... 이렇게 포인트를 주어 합산하는 방식도 있다. 그러나 1등과 2등 차이가 1점이고 2등과 3점 사이도 1점이라는 건 챔피언이라는 빛나는 이미지를 빛바래게 한다. 대통령 뽑을 때도 1표 차이만 나도 1등이 대통령되고 나머진 모두 탈락자가 되는 세상 아닌가. 그렇게 따지면 금메달 10점, 은메달 7점, 동메달 5점, 본선진출 3점, 참가는 1점 이렇게 환산하는 것이 마땅한데 이러면 정말 복잡하고 재미없어진다.
    우리나라 전국체전 집계방식이 철저한 포인트 부여 방식이다. 금은동메달 그리고 4위를 포함한 결선 진출에도 점수를 준다. 그것을 시도별로 총점을 매기면 순위가 나온다. 이것은 학교체육과 사회체육의 발전을 위해 모두들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는 뜻으로 채택한 순위 결정 방식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방식은 국민소득 수준에 따른 집계방식이다. 영국의 가디언 지가 인구.국내총생산.선수단 규모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는데 가난해 선수단을 적게 보내고도 메달을 짭짤하게 따낸 북한이 당연 1위를 차지했다.
    그밖에 등장한 방식은 인구비례별 메달 개수 집계방식. 뉴질랜드의 한 온라인 신문이 머리를 짜낸 방식으로 인구 440만 명에 메달 2개를 딴 뉴질랜드가 3위가 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인구가 많아도 미국같이 잘 사는 나라가 있고 아프리카 국가처럼 사람만 많고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도 있다. 인구가 적은 나라로 따져도 아시아 변방의 나라가 있고 잘사는 유럽 복지국가도 있다. ‘그냥 한 번 그래 봤어’로 여기면 되겠다.
    9 min
  • [08/03 금요일]해고작가의 작가정신을 지지한다!
    MBC가 PD수첩 작가를 모두 해고했다. 해고 사유는 누가 봐도 노조의 파업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MBC 시사교양작가들은 노조 파업 지지 의사를 외부에 이런 저런 경로로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MBC는 PD수첩 작가의 해고가 정치적 해고가 아니라 시청자를 위한 공정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해왔다.
    작가면 시키는 대로 글이나 쓰라고?
    그런데 최근 회사 특보에 실린 시사제작국장의 해고 사유를 보면 “최근에 교체된 작가를 포함해 피디수첩 작가들은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노사분규 사태에서 일방적으로 노조의 파업을 옹호하고 노조 측에 가담하여 회사 측을 상대로 싸움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노조 편을 든 것이 불쾌했고 그것이 해고의 사유임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급기야 한국방송작가협회가 긴급 집행부 확대회의를 열어 ‘작가 해고 철회 서명운동’에 들어갔고 MBC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오늘까지 (3일) 작가해고 사태에 대한 MBC의 입장을 정확히 밝힐 것이며 내용을 봐서 오는 6일 김재철 사장을 항의 방문하기로 하겠다고 한다. 또 한국방송작가협회는 해고된 PD수첩 작가를 대체하기 위해 다른 작가를 모집할 경우 응하지 말자는 서명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방송작가는 방송사에 고용된 프리랜서이니 사측이 해고할 지위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 특정 프로그램 작가를 정치적 이유로 모두 해고해 버리는 것도 부끄러운 처사이고, 프리랜서라지만 1년 고용을 계약한 작가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것도 부당하다. 또한 제작자와 작가는 고용의 ‘갑을’ 관계만으로 보아선 안 된다. 엄연히 파트너로 일하는 것이다. 상명하복의 관계나 부속품처럼 여기는 태도는 인식의 수준을 짐작케 한다.
    방송원고를 쓰는 작가들에게 MBC는 커다란 ‘갑’이다. 더구나 시사전문 작가들에게 일터가 되는 방송사는 몇 곳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작가들이 하나가 되어 갑을 상대로 싸움에 나선 것도 주목할 일이다.
    시대의 어둠에 저항하는 것이 작가정신
    굳이 실천문학론을 거론할 것 없이 작가는 작가로서의 시대정신과 책임이 있는 법이다. 이것은 큰 작품을 쓰는 유명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 고용되어 있던 자신의 지식과 판단을 대중에게 내보이는 사람이라면 작가, 기자, PD, 비평가, 학자 모두에게 해당된다.
    이런 가르침은 동서고금 다르지 않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불의를 비판하여야 지식인이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 일 수 없고,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고, 옳은 것을 칭찬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 쓸 자격이 없다”고 일러 가르쳤다. 빅톨 유고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 하는 것이 작가 정신”강조했다.
    작가가 불의한 시대에 뛰어든 대표적인 사건은 에밀 졸라의 드레퓌스 구명운동이다. 사건의 배경은 인종차별과 국수주의, 군국주의가 범람하던 19세기 말 프랑스. 극우파와 다수 언론은 애국심을 팔아 여론을 선동하고 있었다. 당시 프랑스는 독일과의 보불 전쟁에서 패배해 배상금을 물어주고 알짜배기 알자스-로렌 땅도 내줘 경제난을 겪으며 반독일 정서가 폭발 직전이었다. 하필 유대계 금융자본의 해외투자도 실패해 반유대주의까지 번지는 상황. 이때 프랑스 육군이 독일에 군기밀정보를 넘기고 있는 간첩이라며 유대인 포병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를 체포해 기소했다. 그러나 스파이는 따로 있었고 드레퓌스라는 죄 없는 유대인 장교가 반역죄를 뒤집어쓰고 섬으로 유배됐다. 반독일 정서의 민족주의와 반유태주의가 한데로 합쳐지면서 12년 간 프랑스를 뒤흔든 사건. 드레퓌스는 결백하고 스파이는 따로 있다는 것을 발견한 양심적 인사들이 재심을 요구했으나 진범은 만장일치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혐오스런 재판결과에 분노한 에밀졸라가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에밀 졸라는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나는 고발한다!’를 발표하여 사건의 불씨를 되살려 냈다. 드레퓌스가 재심을 받고 무죄가 아니라 사면되는 걸로 사건이 엉거주춤 마무리되자 논란은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에밀 졸라는 온갖 탄압과 비난, 조롱, 협박을 받으며 가난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그 때 남긴 에밀 졸라의 말 “진실은 전진하고 있다,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샤르트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인이지만 알제리 독립단체의 기금 전달책으로 알제리 독립을 도왔다. 샤르트르의 반국가적 활동이 정보기관에 발각되었고 당시 대통령이던 드골에게 보고되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인이 프랑스를 배반하고 알제리를 돕는 건 그냥 둬선 안 되고 당장 잡아들여 반역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측근들에게 드골 왈,
    “놔 둬, 그도 프랑스야”.
    피카소는 나치 게쉬타포의 감시를 받았다. 게쉬타포 요원이 집을 뒤지다 엽서 한 장을 발견했는데 ‘게르니카’였다. 스페인 내전 때 독재자 프랑코가 바스크 자치독립을 탄압하기 위해 나치의 지원을 받아가며 게르니카 마을을 폭격해 학살한 것을 규탄하는 그림이다.
    ---- 어? 이거 당신이 한 거요?
    “아니죠, 당신들이 한 거죠.”
    루마니아 작가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잠수함에 싣고 다니는 토끼 이야기로 작가의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을 강조한다. 잠수함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토끼가 가장 먼저 느끼며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 작가 역시 시대의 모순과 어두움을 누구보다 먼저 느끼며 아픔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경고이다.
    그런 대표적인 또 하나의 인물이 ‘양철북’으로 19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귄터 그라스. 나치에 부역했었다는 크르트 키징어가 내일이면 민주연합세력의 대표로 수상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 전날 그에게 공개편지를 보낸다.
    “심각한 전력을 가진 당신이 수상 자리에 앉게 된다면 ..... 도대체 앞으로 학생들에게 역사수업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당신은 정치적 책임만 지면되지만 우리는 그 결과와 치욕을 감수해야 합니다.”
    8 min
  • [08/01 수요일]국제심판도 국가대표, 국제심판을 키우자
    런던올림픽이 심판의 오심판정과 판정번복으로 시끄럽다. 그동안 오심편파 판정으로 얼룩진 올림픽으로 아테네 올림픽을 꼽아왔는데 이번 런던 올림픽은 한국 대표팀이 겪은 사건만 모아도 아테네 올림픽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남자 유도 66㎏급에서 조준호 선수에게 3심이 전원일치 판정승을 선언하고도 심판위원장의 지적에 의해 전원일치 판정번복 해프닝을 벌인 것은 세계 유도계의 불행한 사태가 될 듯싶다. 판정번복 당사자인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이탈리아 심판은 ‘바보 삼총사’라는 별명을 얻고 다음 유도 경기에서 심판배정을 받지 못한 채 벤치를 지켰다. 그리고 3심 만장일치를 뒤집은 심판위원장의 전횡에 맞서 심판들이 심판 보이콧을 할 거라는 소문도 돌았지만 일단 올림픽 경기는 진행되고 있다.
    펜싱 여자 에페 신아람 선수는 준결승에서 연장 승부 끝에 종료 1초 전 찌르기를 당해 5-6으로 졌다. 연장전 종료 1초를 남겨놓고 독일 선수가 공격하는데 걸린 시간은 첫 공격이 0.2초, 두 번 째 공격은 0.6초, 마지막 공격은 두 번의 공격을 연속적으로 하며 1초17. 일정한 거리를 떨어져 시작하는 펜싱에서 0.2초 공격은 불가사의. 동영상을 확인해 보니 독일 선수는 규정된 거리를 지키지 않고 바짝 붙어서 시작했고 시작 구령이 떨어지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신아람 선수가 이런 상황에 당황하고 심판의 경기운영에 의구심을 품는 순간 집중력과 사기가 동시에 떨어져 경기운영이 정상적이지 못했을 것은 당연하다.
    선수 따라가기 바쁘고 위원장 눈치도 봐야 하고
    오심은 우선 심판의 인간적 한계에서 빚어진다. 선수의 동작이 너무 빨라 눈으로 판단되지 않거나 순간적으로 상대 선수의 몸에 가려 타격순간을 심판의 시선이 놓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 다음은 판단능력, 즉 자질의 부족이다. 경기의 룰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거나 상황이 벌어진 순간 그 자리에서 신속히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에 경험과 판단력이 부족한 경우에 오심이 발생한다. 선수들의 경기력은 향상되는데 심판의 판정 능력은 선수들 기량만큼 비례해 향상되지 않는 경우에도 오심이 발생한다. 선수들은 아주 고난도 플레이를 연습해 출전하는데 심판이 그런 테크닉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면 정확한 평가가 어려워진다. 또 선수들은 하루가 다르게 교묘하고 지능적인 반칙이나 헐리웃 액션, 위장 공격, 시간 끌기 작전을 개발해 내는데 심판이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다음은 의도된 오심 즉 편파판정의 문제이다. 상대적으로 국력이나 위세가 약한 나라의 선수에게 자꾸만 억울한 판정이 발생하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건가. 아예 사전 담합에 의해 특정 팀을 밀어 주는 부정한 심판행위는 엄격히 따지자면 범죄행위에 해당되므로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기도 하다. 그 이유는 심판이 경기를 진행하다 오심을 했거나 오심이 아닐까 스스로 의문을 품으면 손해를 본 선수에게 자신도 모르게 동정심이나 보상행위로 한 번 쯤 봐주고 싶어진다. 나름 균형을 찾아가려는 본능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오심을 반복하는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인간적인 미안함이나 보상해주려는 관대함 때문에 공정함이 다시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그냥 묻어두고 가라는 의미에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판정을 잘못하고 잘못된 판정에 공식항의가 있고 규정된 절차대로 검토와 판독을 거쳤다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하든지 실수를 인정하고 번복해야 한다. 신아람 선수의 경우처럼 특별 메달을 줄 테니 그냥 넘어가자는 건 있을 수 없다.
    오심과 편파판정에 의해 국제대회의 권위가 손상되고 스포츠를 통한 화합이 깨뜨려 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1. 심판자격 획득 과정과 재연수 과정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고
    2. 고의성 짙거나 결정적 오심에 대한 징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3. 경기협회와 심판들의 기득권 지키기와 권위의식을 어찌 처리할 것인가도 문제다. 이에 대한 선수단의 대응 능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비디오 판독이나 이의 제기 및 재심 절차를 확보하는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번처럼 모든 절차를 다 거치고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잘못된 판정을 덮고 넘어가려는 것을 보면서 그 이상의 다른 절차도 필요함을 느낀다. 마치 절대적인 정치권력을 견제하려는 민주시민사회의 노력과 비슷해 보인다.
    심판에 있어 가장 특이한 종목은 일본의 스모이다. 교오지라고 부르는 일본 스모 심판은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심판을 본다. 아주 진지하고 엄숙하게 경기를 진행한다. 선수는 심판의 판정이 어떻게 내려지든 살짝 미소를 짓거나 살짝 찡그리는 것 이상의 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
    그런데 스모 심판은 허리 춤에 주머니를 하나 차고 있다. 그 주머니 속에는 단도 즉 칼이 들어 있다. 잘못된 판단으로 오심을 할 경우 스스로 책임을 지고 목숨을 끊어도 좋다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스포츠의 신성함에 따른 감정의 절제와 무한책임 의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현대 스포츠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현대 스포츠가 바라직한 모습에서 얼마나 멀리 떠나와 있는지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사족 - 국제심판도 국가대표이다.
    체육외교나 국제심판에 대한 육성과 지원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제심판의 경우 국내 심판을 일정 기간 이상 거치고 국제 경기와 국제 심판자격시험을 거쳐 임명받는데 여러 등급으로 나뉜다. 실제 각 종목 별 대회에서 국제심판위원장의 힘은 상상 이상이다. 심판위원장은 국제심판 자격시험을 주관하며 모든 경기 룰과 판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휘두른다. 국제심판을 적극 육성해 상위급 심판들이 각 종목에 고루 배치돼 있어야 한다. 적어도 억울한 피해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고 다른 시각으로 보면 대한민국 국제심판 역시 국가대표이다. 심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9 min
  • [07/30 월요일]박태환 선수와 기자, 기자도 때로는 울고 싶다.
    런던올림픽에서 벌어진 박태환 선수와의 방송 인터뷰가 논란이 됐다. 경기 후 언론의 선수 인터뷰는 공동취재구역 인터뷰든 기자가 찾아가는 플래시 인터뷰든 선수와 코치가 판단해 거부할 수 있다. 다음 경기를 위해서나 선수 보호를 위해서 사절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태환 선수는 인터뷰에 일단 응한 것으로 보인다. 실격이유를 물은 첫번 째 인터뷰도 그렇고, 눈물을 보이며 ‘인터뷰 다음에 하면 안 되겠냐’고 양해를 구한 것도 은메달 획득 이후 인터뷰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다가 후반에 감정이 격해지며 벌어진 상황이다.
    그리고 400 미터에서 은메달을 딴 뒤 자유형 예선 경기를 막 끝내고 숨을 헐떡이는 박태환 선수에게 2분간에 걸쳐 질문이 쏟아졌다. 200미터 준결승을 곧바로 치러야 하는 박태환 선수에게 다시 ‘어제는 울었는데 .....’ 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 “선수를 그만 괴롭혀라”라고 비난을 샀다. 힘들어 하는 선수에게 기자가 접근하고 취재해야 하는 윤리적 기준이란 존재하는 걸까? 어느 선까지가 기자에게 허용되는 것일까?
    취재하랬더니 취재거리를 없애버려....?
    기자가 직업 상 해야 할 작업은 ‘보도할 가치’, ‘보도의 윤리’가 흔히 충돌한다. 남의 사고와 고통에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대 들여다보고 캐물어야 하니 당연히 직무와 윤리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1982년 미국 ‘게이내슈빌 선’지의 윌리암 오우니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편집장이 오우니 기자에게 취재 지시를 내렸다. 6살 난 꼬마소녀가 친구 소녀의 코를 막대기로 때린 사건이다. 이게 무슨 기사거리가 되겠는가 하겠지만 문제는 피해 소녀의 아버지가 가해 소녀를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때린 소녀의 아버지도 만만치 않아 변호사를 선임해 배심원 공판으로 가서 옳고 그름을 가려 보자고 버티었다. 6살 난 소녀 피고와 원고가 배심원 앞에서 자기들이 왜 어떻게 싸웠는지를 설명해야 할 판이다. 편집장의 판단은 옳았다. 좀처럼 등장하기 어려운 법정 기사가 될 것이었다.
    그런데 취재에 나선 오우니 기자는 사건에 접근할수록 두 아버지를 뜯어 말리는 것에 열중했다. ‘아버지들이 화가 난 건 이해하지만 부인과 딸이 떠들썩한 재판의 당사자가 되어 이제 곧 전국에 유명인물이 될 것이고 평생 이 이야기가 그들을 따라 다닐 것인데 당신들이 아버지라고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가?’라고 따지며 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아버지들을 말리고 나섰다. 편집장이 지시한 것은 재판이 열린다는 기사를 멋지게 써오라는 것이었는데 오우니 기자는 재판이 성사되지 않게 뜯어말린 것이다. 그 결과 양측 아버지들은 굽히지 않았고 오우니 기자는 결국 기사를 써야 했다. 그러나 기사에는 자신이 애써 말리고 설득한 과정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 재판 예고 기사는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고 오우니 기자의 설득한 내용을 검사가 받아들여 법정 밖에서 해결해야지 배심원들 앞에 6살 꼬마들을 세울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아버지들 간에 중재협상이 벌어지고 20달러를 치료비로 물어주고 사건은 끝났다. 이때 보여 준 오우니 기자의 행동과 보도는 훌륭했다고 평가받았다.
    일본의 한 방송사는 경쟁 조직의 보스를 언제 어디서 공격하겠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해 히트맨의 공격 장면을 특종으로 낚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범죄행위를 사전에 알고도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범죄현장을 찍는 데만 골몰한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이었을까? 이 행동은 옳지 못한 직업적 행동으로 지탄 받았다.
    비슷한 예로 굶주린 소녀의 죽음을 기다리는 독수리를 찍은 보도사진으로 1994년 퓰리처상을 받았던 케빈 카터 기자는 그해 7월 목숨을 끊었다. 셔터를 누를 게 아니라 독수리를 먼저 쫓았어야 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사진을 찍은 후 곧장 독수리를 쫓아냈다"고 항변했지만 사람들은 비난을 멈추지 않았고 카터 기자는 번민에 휩쌓였던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발생한 초대형 산불 현장에 출동한 KFMB-TV 방송 기자인 래리 힘멜은 자신의 가족이 25년 동안 거주한 집이 타고 있는 걸 발견하고 그 앞에 섰다. 누구보다 집 구조를 잘 알고 있어 오히려 생생한 중계방송이 이뤄지긴 했으나 ......
    국민과 박태환 .... 그 둘 사이에 놓인 기자
    올림픽에서 박태환 선수를 인터뷰한 방송팀도 ‘보도의 권리와 책임’, 그리고 ‘국민정서’라는 두 개의 일치하지 않는 가치 사이에 놓였던 것이다. 위에 예를 든 사건보다 심각하지 않지만 그래서 그만큼 애매하기도 하다.
    국민이 전하고 싶은 위로, 궁금한 실격 이유, 박태환 스스로도 모른다는 황당한 오심판정에 대한 문제제기, 남아 있는 비디오 판독과 재심절차, 그리고 번복의 가능성, 혹시 모르는 번복 후 경기와 남은 다른 종목 경기에 대한 격려 ..... 그 상황에서 국민들이 화면을 통해 기자에게 요구하는 것들이고 보고 싶은 것들이었을 것, 여기에 현장 기자는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 과연 기자가 그것까지 따져야 하는가라는 미묘한 문제이기도 하다.
    박태환 선수가 울분을 삼키며 혼란스러운 그 순간, 온 국민이 박태환 선수에게 전하고 싶은 게 있고 박태환 선수가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순간 국민과 박태환 선수, 그 둘을 이어주는 유일한 메신저가 바로 인터뷰에 나선 기자뿐이었다는 것. 이럴 때 기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통상 해온 대로라면 궁금한 걸 자세히 물어보고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이 그것보다 다른 걸 더 절실히 원했다면 그 상황에서 그것이 다일까? 혹시 박태환 선수를 왈칵 안아주며 우선 기운을 차리라고 격려하고 이깟 인터뷰 나중에 하자고 했으면 어찌 됐을까? 아니면 실격의 이유가 뭐냐고 짤막히 묻고 이유를 모르겠다는 답을 들은 뒤 그럼 인터뷰는 나중에 하고 우선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등을 토닥거렸다면?
    과거 언론은 전하고 국민은 전해는 것을 듣고 보는 시청자였다. 그 후 시청자는 소비자가 되었다. 방송에 대가를 지불하고 방송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 사람이다. 이제 시청자는 이용자가 되었다. 국민이 SNS, 인터넷으로 거대한 정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언론은 그 중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방송사가 실격 이유가 뭔지 취재도 못하고 당황하고 있는 순간 트윗 등에서는 이미 잠영 거리나 출발대에서의 사전 움직임 등 분석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는 현장의 기자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SNS에 뜨는 시청자의 제보와 분석.지적을 반영하며 취재하고 중계하는 시대가 되었다. 일방적 전달자가 아닌 쌍방향의 전달 매개자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방송인들은 직업으로서의 저널리스트가 아닌 소통과 대화의 메신저라는 새로운 직무를 부여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9 min
  • [07/27 금요일]올림픽. 누구는 돈을 걸고 누구는 목숨을 걸고
    올림픽이라는 단어와 오륜마크, 금메달 ..... 이런 단어들을 마케팅에 사용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제소당할 수 있다고 지난 시간에 소개했다. 실제로 영국에서 정육점 주인이 소시지로 오륜 마크를 만들어 가게 앞에 내걸었다가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열받은 소시지 아저씨는 동그라미를 네모로 만들어 다시 내걸었다고 ...... 이렇게 올림픽이 돈으로 치장한 자본의 스포츠 잔치가 되어가지만 안 그런 구석도 남아 있다. 참가 선수들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는 개막 이후 전하고 우선 언론을 통해 전해진 성화 봉송 주자들의 사연을 살펴보자.
    런던 올림픽을 빛낸 성화봉송 주자들
    마틴 콤슨, 전투 중 전신화상을 입어 혼수상태에서 3개월 만에 깨어나 새 삶을 찾아 성화 봉송에 나섰다. 벤 파킨슨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하다 낙하산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뇌를 다친 참전병사.
    골수 종양을 극복하고 걷기 뛰기를 연습해 마라톤맨이 된 폴 캐번 할아버지, 올해 나이 70세, “계속 뛸 거요. 늙고 병든 채 인생을 낭비할 순 없잖아.”
    여자 장대높이뛰기 선수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꿈꾸다 심장 이상으로 심장이식수술을 받아야했던 라나 포일 역시 성화봉송 주자로 뛰었다.
    런던올림픽 성화봉송의 모토는 “당신이 빛날 순간(Your moment to shine)”이다.
    씁쓸한 플라스틱 대표선수들
    Plastic Brits 라는 단어도 이번 런던 올림픽을 뜨겁게 달궜다. 후다닥 찍어낸 인조 영국인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이 말을 전파시켰다. 금메달을 따내 기 위해 영국으로 귀화했고 금메달을 위해 영국이 받아들인 선수들.
    미국 미시간주 출신인 포터는 여자 100m 허들 선수. 미국 주니어대표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나서려다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국적을 영국으로 바꿨다.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 아버지와 영국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중 국적을 갖고 있었으니 국적 변경이라기 보다는 편한 대로 골라 쓴다고 해야 하나?
    쿠바 하바나 출신인 알다마. 세단뛰기 선수로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대회 때도 영국 대표로 뛰어 화제가 됐다. 세계적인 선수인데 2001년 스코틀랜드 출신 남성과 결혼해 영국으로 갔으나 남편이 마약 범죄로 감옥에 가 오갈 데 없이 되었다. 영국은 알다마를 쫓아냈고 아다마는 아프리카 수단으로 갔다. 그런데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올림픽 금메달감 선수로 성장하자 영국이 부랴부랴 다시 부른 선수. IOC 규정에 특정 국가의 올림픽 대표가 되려면 귀화해 3년이 지나야 하나 1년이 모자란다. 그러나 영국이 뒷배로 때를 써 IOC가 승인했다. 주최국이 이래서 좋은 거지.
    스프린터 사이클의 힌데스. 2010년 세계 주니어선수권대회에 독일 대표로 출전한 걸 마지막으로 영국으로 귀화해 이번에 출전한다. 영국 뿐 아니라 뒤지면 나라마다 별별 선수가 다 있을 것이다.
    올림픽을 올림픽답게 만든 메달리스트 열전
    과거 올림픽 정신을 빛낸 선수들을 만나보자.
    스티븐 레드그레이브, 영국의 조정선수로 1984년 LA올림픽부터 2000년 시드니 올림픽까지 5번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5개를 땄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더 중요한 건 심각한 당뇨병 환자였다는 사실.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에티오피아 장거리달리기 선수. 1만 미터와 마라톤이 주종목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땄고 2005년에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 5개를 휩쓴 기록의 사나이. 이봉주 선수의 라이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팔을 흔들 때 왼팔은 굽힌 채로 마치 장애가 있는 것처럼 흔든다. 가난한 농촌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학교까지 10킬로미터를 매일 뛰어서 다녔는데 책가방을 왼쪽에 끼고 달리느라 몸이 그렇게 굳어 버렸다고.
    1930년대를 휩쓴 미국 육상 선수 제시 오웬스를 빼놓을 수 없다. 흑백차별이 심하던 미국에서 흑인이 육상 대표선수가 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으나 대회마다 우승하고 세계신기록을 3개나 세우는 데야 어쩔 것인가. 미국의 벽을 넘으니 기다리고 있는 것은 히틀러의 나치 독일. 아리안족 우월주의에 흑인을 사람 취급도 않던 히틀러 앞에서 그는 금메달을 4개나 목에 걸었다.
    그런데 제시 오언스는 멀리뛰기 예선에서 긴장한 나머지 두 번 실격판정을 받았다. 한번만 더 실격하면 탈락. 한 백인 선수가 다가오더니 “구름판을 넉넉히 10센티 쯤 뒤를 밟아라, 네 실력으로는 그래도 충분하다”. 그 충고 덕분에 예선을 통과해 결선에 나섰다. 그 때 조언을 건넨 선수는 독일의 멀리뛰기 1인자로 제시 오웬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히틀러가 기대를 걸었던 루츠 롱이라는 선수. 결선 결과는 오웬스가 금메달, 루츠 롱이 19센티미터 뒤져 은메달이었다. 금메달이 확정된 오웬스의 검은 손을 먼저 잡고 높이 들어 관중에게 인사를 시킨 것도 루츠 롱이었다.
    훗날 제시 오언스는 “내가 가진 모든 금메달을 녹여도 루츠 롱의 우정을 금빛으로 칠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당시의 감격을 회상해기도 했다. 그러나 루츠 롱은 1943년 2차 세계대전 전장에서 숨졌다. 제시 오웬스는 미국으로 돌아가 계속해 흑백차별에 시달렸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금메달을 4개나 따고 세계적인 영웅이 된 오웬스를 백악관에 초청하지도 않았다. 흑인 노예제를 옹호하는 남부지역 유권자들의 표를 잃을까봐 정치적 꼼수를 부린 것.
    오웬스는 “히틀러는 나를 모욕한 적이 없다. 오히려 나를 모욕한 건 미국의 루즈벨트였다”라며 담배로 설움을 달래다 폐암으로 사망했다.
    흔히 올림픽이 물질문명에 찌들어 올림픽 정신을 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오해이다. 올림픽은 그 시작부터 정치와 상업으로 요란했다. 도시국가들끼리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고대 올림픽에서도 남녀차별, 빈부차별이 있었고, 상업의 중심이었으며, 우승자는 자기 도시로 돌아가 개인연습장과 저택을 챙기기도 했다고 한다.
    피타고라스는 올림픽을 이렇게 설명한다.
    “세상은 올림픽 경기와 흡사하다. 어떤 사람은 가게를 열어 돈을 벌고, 어떤 사람은 목숨을 걸고 겨루고, 어떤 사람은 구경하는 걸로 만족한다.”
    9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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