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7월27일 ‘MBC-구글 올림픽 SNS’ 실시간 현장중계라는 것을 실시했다. 구글의 SNS망을 이용해 영국 런던과 서울을 연결해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쌍방향으로 중계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이곳은 서울의 한 기업체 사무실, 다들 모여 계시네요”"라고 서울의 직장인들을 소개했다. 문제는 화면에 나온 곳이 여의도 MBC 사옥 6층 뉴미디어뉴스국 사무실이고, 응원하던 기업체 직원들은 MBC 소속 계약직원들이었다는 것.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는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에 착수해 징계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MBC도 자체적으로 징계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2.오빠는 공영이야, 오빠 믿지?
오락 프로그램이라 해도 방송 내용의 연출조작은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박수와 함성을 맡고 있는 아르바이트 방청객, 방청석에서 특히 열광하거나 눈물 흘리는 사람들 위주로 찍는 정도? 방송심의규정이 지적하는 대로 ‘사실을 정확히 다루고 시청자를 혼동케 하지 마라’, ‘시청자를 존중하라’는 지침을 지킨다면 이 정도 수준만 가능하다.
그런데 오락도 아니고 뉴스가 조작이라면 심각해진다. 하루 방송 중 하이라이트인 9시 메인 뉴스에서 벌어진 일이니 현장리포터 수준에서 결정한 것은 아닐 테고 어느 선까지 조작연출 사실을 알고 있었나가 사안의 핵심이 될 듯. 공영이며 국민의 편이라 내세우는 방송의 뉴스가 조작.연출된다면 심각한 사회신뢰의 문제이다.
최근에 벌어진 우리 방송들이 조작연출 내역을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첫 해 제야의 종 타종식 중계에서 시위대의 반정부 구호가 들어가자 소리를 지우고 효과음으로 대신한 중계방송이 있었다. 대통령 비판구호가 아닌 대통령 지지 구호였더라도 그랬을까? 라는 의문을 남긴 사건.
TV 방송에서 한국인들이 외국관광객들을 피부색으로 차별해 대우한다며 몰래 찍은 실험 화면을 보여줬다. 길에서 백인 여행자가 길을 물을 때와 동남아 여행자가 길을 물을 때 시민들의 반응과 태도를 대비 시켜 보여줬다. 백인 여행자가 친절하게 길 안내를 받는데 걸린 시간은 거리에서 10분, 동남아인 여행자는 1시간이 걸렸다. 결론은 한국인의 인종차별이 무지 심하다는 것. 그러나 백인 여행자는 말쑥하게 차려 입고 미소를 띤 채 한국인에게 접근했고, 동남아인 여행자는 빈티(?)나는 옷차림에 심각한 표정으로 한국인에게 다가간 것이 지적됐다. 실험 자체가 인종 차별적 아닌가. 더구나 백인여행자는 젊은이들에게 물어보고 동남아 여행자는 나이든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편파적 실험, 사실상 조작이었다.
인기 연예인이 참돔을 잡았다고 잡은 고기를 들어 올리며 호들갑 떠는 장면이 방송됐다. 그런데 참돔이라는 녀석은 밑밥도 뿌리고 오래 기다리며 공을 들여도 만날까 말까 한 귀하신 몸이다. 마치 인기 가수에게 팬들이 달려들듯 낚시 던지니까 참돔이 낚시로 달려들었다고? 그렇다 치자. 그렇게 달려들어 낚시를 물은 참돔이 건져 올리니까 조용히 누워만 있다. 마사지 받으러 나왔나? 또 낚시 바늘이 안에서 밖으로 삐져나온 게 아니라 밖에서 안으로 꿰고 들어간 것이 포착돼 인터넷에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무지하게 맛있는 식당들을 소개한다는 맛집 프로그램의 상당수가 브로커를 끼고 맛있는 집, 맛나게 먹는 손님으로 연출하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조작 방송의 대표적인 예이다.
3.거짓 인물을 창조하지 말 것, 그건 괴물이다
케이블로 옮겨가면 더 빈번하다. 프로그램 제목에 ‘리얼’이라는 단어까지 붙인 케이블 텔레비전의 고발 프로그램이 ‘지하철 성추행범을 쫓다’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여기저기 수상한 점이 엿보여 다른 언론사가 취재한 결과 리얼이 아니라 철도공안수사대가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연출한 재연이었음이 확인됐다. 절대 조작이 아니라고 우기다 거짓임이 드러나자 외주제작사가 저지른 짓이라고 변명. 고발당해 마땅한 고발 프로그램이 된 셈이다.
토론 방송에서 ‘길 가던 시민’을 인터뷰해 주장을 들었다. 그런데 해당 인물은 유명한 보수단체 활동가로 시위현장에서 극렬한 행동을 자주 벌여 네티즌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라 들통 났다. 당사자는 트위터에서 “담당 PD가 인터뷰 요청을 했다. “제 얼굴 아는 분 많은데 나가도 되나?“ 물었더니 그 PD는 “저쪽편도 다 그렇습니다“라고 했다나. 대충 그렇게 만든다는 이야기?
최근 유행하는 특이하고 독특하고 희한한 사람들을 다루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들도 상당수가 조작연출 논란에 휩싸여 있다. ‘명품녀’가 등장해 몸에 걸친 것만 4억이라고 했다. 욕을 먹고 국세청 세무조사 받아야 한다고 하자 작가가 써준 각본대로 읽은 것이라고 뺑소니쳤다. 이렇게 속여도 되냐고 하자 작가가 ‘우리가 다 커버해 줄 테니 염려말라’고 했다나. 그런데 방송사는 그렇게까지 각본을 짜지는 않았다고 버텼다. 결국 시켜서 한 거짓말과 알아서 한 거짓말이 뒤섞여 버렸다는 걸 실토하는 셈이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날아 온 소녀시대 팬들이라며 열광하는 모습을 찍어 보여주었지만 모두 한국에 살고 있는 유학생 회사원이었던 적도 있다. 물론 외주제작사가 만든 것이긴 하지만 방송사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대충 모른 척하고 있는 건 아닌지 ......
일본도 조작연출로 말썽을 빚은 예가 많다.
일본 아사히 텔레비전은 직장 여성들이 밤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혹하러 거리로 나온다고 취재 보도했다. 그러나 회면에 등장한 꽃뱀(?) 여성이 취재팀의 여자 친구로 확인돼 망신당했다.
망신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다. 일본 NHK는 히말라야 깊은 산 속의 작은 나라 무스탕 제국을 탐사했다며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험한 산 속에 있는 나라라 찾아가는 도중에 물이 없어 말이 쓰러져 죽었다고? 헬리콥터 타고 편안히 도착한 것이 진실. 마을 원주민의 축제 장면? 뒷풀이로 술 취한 모습이었다. NHK는 회장이 감봉 20% 6개월, 제작 책임자 정직 6개월, 이사급 방송총국장 등 관련자 다수 경질에 회장이 회견을 열고 직접 고개를 조아리며 국민에게 사죄 했다.
어쩌면 우리 현실로는 회장이 나서서 잘못을 사죄하고 자신의 봉급을 깎는 공영방송이 부럽다.
저널리즘에서 꼭 기억할 교훈 중의 하나가 “회색은 검어지지 다시 희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적 있다. 쉽게 말하면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 그대로이다. 처음에 요만큼만 하자고 조작연출을 하다보면 점점 커지는 건 당연하다.
저널리즘 수업 중 배우는 기본 윤리에는 이런 것도 있다.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창조하지 마라, 그건 괴물이다. 정직해라, 정직에 실패했다면 최대한 빨리 정정하고 사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