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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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episodes

  • [07/02 월요일]용산상가, 동대문상가 ... 그 때가 좋았지
    25년 전인 1987년 7월1일, 서울 용산전자상가가 문을 열었다. 지금은 6개 전자전문상가에 6천여 개 점포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한때 잘 나가던 이곳 상가들은 권리금이 몇 억 원 씩 붙어 거래되었지만 지금은 권리금이 없다. 대한민국 전자산업을 대표하던 용산전자상가에는 문 닫는 점포들, 임대문의 안내 쪽지만 늘어가고 있다. 2000년쯤만 해도 연 매출 10조원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IT전문상가로 한국 IT산업의 발원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던 곳인데 ......
    조립 PC에서 게임방 열풍까지 .... 그 때가 좋았지
    1987년 7월에 청계천 세운상가에 몰려 있던 전자제품 점포들이 정부 시책에 따라 집단 이주하면서 문을 연 용산전자상가는 나진상가, 터미널 상가, 전자랜드, 전자타운 상가 등이 뒤를 이어 들어와 전자 유통밸리가 형성됐다.
    주력상품은 일본 대만에서 부품을 가져 와 조립한 뒤 값싸게 파는 PC. 삼성과 LG가 자리를 잡기 이전에 용산상가의 조립 PC로 우리나라 IT 시대가 열렸다. 1988년 인구 100명 당 1.12대 이던 PC가 1998년에 18대가 되었으니 용산상가가 대박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값싼 PC가 있고 PC나 게임기,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들이 몰려 있어 용산전자상가는 정보교류센터이자 실험실이자 젊은 IT 세대의 실습훈련장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빼곡히 들어찬 점포들을 돌며 싸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를 수 있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했다.
    그렇게 1990년 초부터 전성기를 누리다 2000년대 들어와 인터넷 쇼핑몰이 생겨 용산 원스톱 서비스는 안방에서 인터넷으로 대체되었다. 용산전자상가에 온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출력한 가격비교표를 내보이며 이만큼 싸야 한다고 할 때부터 쇠락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냉정했다. 비싸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용산 전자 상가 입장에서는 매장 임대료, 인테리어비, 인건비를 포함시켜 가격을 매길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는 비싼 게 비싼 것이다.
    물론 용산 점포들도 인터넷 판매를 도입했다. 그러나 수많은 인터넷 쇼핑몰과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용산 퇴락은 그 후 대형 IT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인터넷 쇼핑몰로 손님이 몰리면서 본격화된다. 대형 업체들이 기술도 있고 판매망도 갖고 있으니 따라 잡을 방법이 없었다. 거기에 정찰제가 없어 신뢰가 높아지지 않고 에프터 서비스의 미흡, 불법복제, 호객행위 등 여러 가지요인이 쇠락을 부채질했다. 물론 덤터기 씌우거나 호객하고 강매 분위기로 몰고 가는 이른바 용팔이의 추억도 한 요인이 되었다. 시대가 바뀌고 소비자와 트렌드가 바뀌는데 쫓아가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또 IT 붐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더 이상 PC 시장이 커지지 않은 것도 결정적 배경이다. 스마트 폰, 테블릿 PC는 시장이 커지고 용산상가가 주로 팔던 카메라, MP3, 노트북, 네비게이션 시장규모는 줄고 있어 회복할 동력도 부족했다. 마지막 호황은 전국에 PC방 창업 붐이 일면서 값싼 조립 PC가 대량 팔려 나가던 시절.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의 예를 흔히 든다. 용산 전자상가보다 15년 쯤 먼저 대형전자상가로 앞서 나갔고 용산전자상가도 모델로 삼고 쫓아갔던 시장. 역시 시대 트렌드가 변하면서 무너지나 싶더니 각종 음악이나 코스프레 이벤트, 카페, 마니아 문화 등을 접목시켜 살아났다. 전자제품을 사러 가는 게 아니라 그냥 구경들 간다. 용산구청도 용산전자상가를 살려 보려 4월말부터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 뮤직 콘서트를 열고 있다. 체질개선과 서비스 확대, 젊은 문화와의 접목 등이 남아 있는 방법.
    시대에 적응 못하고 앞서가지 못하면 어떤 분야든 이제는 마찬가지.
    지역의 중소 서점은 물론 대형 서점들까지 전국 규모 대형서점에 떠밀려 문을 닫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신문사가 조선중앙동아까지 앞이 안보여 울며 겨자 먹기로 방송에 진출해 종편채널을 만들었다가 엄청난 적자로 몰락만 재촉하고 있는 것도 같은 양상이다.
    국가적으로 시급한 쪽은 동대문 의류시장이다. 1980~1990년대 전성기를 지내고 이제 쇠락의 길로 접어들려 하고 있다. 15년 전 동대문 시장의 전성기 때 시장 전체 매출은 50조원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그 절반 수준. 한 두 평 짜리 작은 가게의 권리금이 10억 원 까지 올라갔다 최근엔 권리금이 없다. 빈 점포가 20%를 훨씬 넘기고 있다는 소식.
    소매시장은 몰락하고 있고 도매시장은 겨우 현상 유지를 하는 중이다. 이곳도 용산과 비슷하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해가며 전통 재래시장에 도매로 의류를 대던 동대문 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저가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제품들도 밀려 들어왔다. 가장 타격을 입힌 건 2005년부터 번진 SPA 의류산업. SPA는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 과거에는 옷을 기획하는 업체, 만드는 업체, 유통시키는 업체, 판매점이 따로따로 였다. 그런데 SPA는 옷을 만든 회사가 자기네 상품을 유통판매까지 다 해버리는 방식이다. 기획부터 판매까지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대량생산으로 제조원가도 낮춰 수익성을 높이고, 유통 단계를 축소시켜 값도 가격경쟁력을 갖고, 유행을 앞서가며 빠르게 제품을 개발한다. ZARA, GAP, MANGO, MIXXO, SPAO, Uniqlo, H앤M 등이 대표적 기업.
    또한 동대문 특성상 카드 결제를 꺼리고 교환과 환불이 쉽지 않은 점도 소비자들이 꺼리는 이유이다. 동대문 의류시장의 회복이 급한 이유는 시장 쇠락과 함께 전문 인력도 사라지기 때문. 기술자가 사라지면 다시 일으켜 세우기 어렵다. 아직은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으니 부활 가능성은 크다. 공동브랜드 육성과 정책지원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11 min
  • [06/27 수요일]정권 말, 착각은 오류를 오류는 기만을 낳는다
    최근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난 18대 국회 임기 중에 인천공항 매각을 추진하려다 여론의 반발에 밀려 접더니 19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는 것. 세계 최고수준의 공항인 걸 모두가 알고 굳이 민영화가 필요하냐는 부정적 여론과 반론이 넘쳐났는데 왜 또 저럴까?
    4대강 사업으로 가뭄과 홍수는 걱정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드러나는 결과는 4대강 사업의 구조 자체가 홍수에 물을 모았다 가뭄에 꺼내 쓰는 것과는 거리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눈으로 보면서도 왜 인정 못하는 걸까?
    믿는 대로만 보고, 보고도 안 믿는 정권 말 심리.
    심리학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이것은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는 가설이나 신념을 더 확실히 하려는 쪽으로 자꾸 치우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 쪽의 자료나 증거들을 더 적극적으로 찾고, 더 잘 찾아내고, 그런 증거만 골라내 더 쉽게 믿어 버린다. 자기 마음에 드는 것만 보게 되는 데서 오는 착각과 오류. 눈에 콩깍지가 씌웠다는 말이 그런 의미이다.
    때문에 과학적 연구에서는 자기 가설에 반대되는 논리나 증거를 모두 꺼내놓고 그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하며 반증해 나감으로써 오류를 최소한으로 줄이려 애쓰고 있다. 사회 현실에서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소통의 문제가 그것이다.
    또 다른 오류도 찾아보자.
    학교에서 시험이 끝나고 답을 맞추고 문제풀이를 하다보면 여기저기서 탄식들이 쏟아진다.
    ‘아 그 문제 시험에 나올 줄 알고 있었어....’
    ‘그거 아는 건데, 쉽게 풀 수 있었던 건데 .....’
    ‘거의 다 풀어 정답이 나온 거나 마찬가지 였는데 .....’
    도박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주식에 늘 실패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다들 ‘잘 땄었는데 간발의 차로 놓쳤다’고 말한다. ‘대박 일보직전이었는데 뜻밖의 돌발사건이 벌어지면서 삐끗해 굴러 떨어졌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야 있지만 승부사 기질도 보통 사람도 깨끗하게 진 확실한 패배라는 것은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거의 이길 뻔한 패배만 있는 셈이다.
    운이 잘 안 따르고 돌발적인 상황이 생겨 실패했지만 그것마저도 미리 짐작을 해 대처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간발의 차로 실패했다고 여긴다. 그러니 다시 한 번 하면 경험을 살려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잃고 또 잃고 또 잃으면서도 늘 자신만만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겪게 되는 이런 태도를 ‘사후 해석의 편향’이라고 한다. 일이 다 끝난 뒤 결과를 보며 적절한 자기변명을 생각해내고, 그 변명에 의해 상황을 달리 해석하고, 그 잘못된 해석을 실제 벌어졌던 일처럼 믿어버리고 그렇게 기억하고 사는 것이 ‘사후 해석 편향’이다.
    오류는 변명을 낳고 변명은 기만을 낳는다
    정부가 손대는 것마다 실패하고,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고, 잇달아 실책을 연발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보면서도 오류를 거듭하는 것은 이러한 심리적 배경도 있다 여겨진다. 정책은 제대로 가고 있는데 세계경제가 삐끗해서, 비판세력이 발목을 잡아서, 국민들이 이해가 부족해서, 갑자기 날이 가물어서 ...... 그런 거라고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믿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미 사후해석의 편향에 의해 이미 자기합리화를 끝마치고 밖에서는 실패의 연속으로 보아도 내부에서는 아슬아슬한 거의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인 실패로 믿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편향된 오류는 정부 뿐 아니라 사회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정치와 정책에 대해 사전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비판해야 할 것을 결과가 드러난 뒤에 비난 여론이 갑자기 빗발치는 것도 그런 오류이다. 물론 여기에는 사전에 정보와 분석을 제대로 내놓지 않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누구의 앎이든 불완전하고 세상 또한 변한다. 이것을 인정하는 게 시작이다.
    또 서로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우선 국회부터 제대로 열어야 한다. 그리고 당리당론 아닌 국회의원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폭을 지금보다 넓혀야 한다. 거수기 노릇하는 국회의원 300명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또한 관료들도 고위직부터 자존심을 찾아야 한다. 아닌 것은 아니고 실패한 것은 실패고 어려운 것은 어렵다고 말하면 된다. 언제까지 오류와 변명과 거짓을 늘어놓을 건가.
    9 min
  • [06/25 월요일]저출산 사회가 아니라 저책임 사회
    한국인구가 드디어 5천만 명을 돌파해 세계에서 7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하게 된다고 한다. ‘2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이 넘어야 가입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 이 조건을 만족한 나라는 1987년 일본, 1988년 미국, 1990년 프랑스, 이탈리아, 1991년 독일, 1996년 영국뿐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독립국가 중에서 이 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우리가 처음이다.
    5천만둥이? 기록도 없이 사라진 아이들은 어쩌고 .....
    20-50 클럽 가입은 국내총생산, 시장규모 차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성장을 이뤘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복지비용의 증가 등 부담도 늘어난다. 결국 꾸준한 성장과 균형발전, 양극화 해소가 병행되어야만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고 다음 30-50으로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5천216만 명을 최고점으로 해 줄어들기 시작하고 2045년에 다시 5천만 밑으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천만 둥이 김태양 군이 대한민국 5천만 명 째라는 건 물론 증명할 길이 없다. 통계청이 주민등록상 등재된 대한민국 인구와 인구증가율을 바탕으로 추산해 6월 23일 오후 6시30분 쯤 태어나는 아기가 5천만둥이가 될 거라고 했던 것. 통계청 인구시계로 1시간당 52명이 태어나고 31명이 사망해 1시간에 21명 씩 인구가 늘고 있으니 3분에 1명꼴로 인구증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식의 계산으로 뽑은 상징적 의미로 보면 될 듯. 그러나 그것도 태어나 기록이 되는 생명을 기준으로 따진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다고 나라에서 저출산고령사회 대책까지 세우고 있지만 낙태로 숨져가는 생명들을 따지면 계산은 전혀 달라진다.
    낙태추방운동 단체들은 매년 수십만의 죄 없는 생명이 죽어간다고 생명경시 세태를 고발한다. 영아유기 사건, 영아 살해 사건도 1년에 100건 안팎이라 한다. 차라리 산모가 양육을 포기할 경우 법적 처벌 없이 아기를 위탁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그래서 나온다.
    낳아서 외국에 내보내는 해외입양도 따져 볼 문제이다. 고아 수출국이란 부끄러운 이름을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2007년부터 쿼터제를 실시해 해외입양 상한선을 낮춰 가고 있다.
    2006년 1,899 ..... 1,264 ..... 2011년 916명까지 내려와 있다.
    (세계 해외입양 아동 상황을 보면 중국, 에티오피아, 러시아, 한국의 순이다. 중국은 2천6백 명 수준으로 970인 우리나라의 3배 정도. 중국 인구는 우리의 20배 인데 해외입양은 3배이니 우리나라가 얼마나 해외입양을 많이 내보내는 지 짐작하실 것)
    어떻게든 국내에서 처리하고자 해도 아직 입양에 대한 의식이 개선되지 않아 국내 입양은 2006년 1,332 ...... 1,388 ...... 2011년 1,548 명으로 좀처럼 늘지 않는다. 2006년에서 2011년까지 5년간의 해외 입양 감소와 국내 입양 증가를 비교해 보면 해외입양은 1천 명 정도 줄었는데 국내입양은 220 명 정도 늘어난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입양을 맡기는 숫자는 줄지 않았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1년에 해외로 입양되는 숫자는 쿼터로 묶여 있고 입양 대상자 전체 규모는 줄지 않고 국내 입양도 빨리 늘지 않았으니 관련시설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늘어나고 대기 기간도 길어진다. 분유 먹다 이유식, 아예 밥까지 먹으면서 기다려야 자기 차례가 돌아온다. 쿼터제 이전에는 돌이 되면 양부모에게 안겨 떠났는데 이제는 자기 발로 걸어서 나가고 있다. 해외입양 대기기간이 예전 12개월에서 지금은 20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특히 장애아동 해외입양이 늦어지고 국내 장애아등 입양은 제자리 걸음이니 장애아동 위주로 시설에 남겨진다.
    저출산이 아니라 저책임이 문제
    불쌍한 버려진 아이를 선진 외국으로 보낸다는 인도적 차원말고 다른 측면에서 비판적 시각으로 따지면 해외입양은 국가가 기획한 사회적 실종이다. 우리가 낳은 아기들을 우리가 키우지 못하고 해외에 수출하듯이 내보내는 것이 OECD 선도국가, G20 의장국, 녹색성장 선도국가라고 자랑할 수 있을까? (미국인이 한국 고아 입양에 지불하는 비용은 2만5천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 참조 ‘인종 간 입양의 사회학’)
    재외동포 가정으로 입양되는 아기라도 해외입양 쿼터 계산에서 빼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버려지는 아이, 살해당하는 아이들을 구해 낼 방안이 더 탄탄하게 마련되고 해외입양의 국가적 도덕성 문제도 함께 고려해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본질은 아이를 낳지 않아서가 아니라 키울 사람들은 낳지 않고 키울 수 없고 책임 못 질 사람들이 계속 낳는 게 문제일 수 있다. 입양아 생모의 90%는 미혼모인 것이 이를 반증한다. 미혼모 문제의 해결은 물론 교육, 청년고용, 부의 양극화 해소, 보편복지의 확대와 맞물려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최저가 아니라 자신들의 아이를 책임지는 사회의 육아책임비율이 최저인 것이다.
    10 min
  • [06/22 금요일]알면 더 재밌는 유로 축구
    한국 축구와 정치의 추억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치러지던 1997년, 우리 대표팀이 엄청 잘하니까 차범근을 대통령으로 하석주를 국무총리로 ..... 하는 응원구호가 등장했다. 차범근 씨를 엄청 좋아했다기보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그런 구호를 만들어 냈던 것.
    정주영 회장은 88 서울올림픽 유치를 배경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고 그 아들 정몽준 회장은 월드컵 축구 유치와 월드컵 4강 신화를 배경으로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부각되기도 했다.
    왜 축구는 사람들을 흥분시키나?
    야구는 모든 복잡한 룰에 동작마다 따지고 계산해서 하지만 축구는 인간의 근원적 본능과 영감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 운동화, 공, 옷 한 벌 빼면 선수와 관중만 남는다. 농구도 비슷하지만 키 높이에 크게 좌우되고 경기장이 좁아 스펙터클하지 못하다. 또 점수가 많이 나는 만큼 경기가 흥미를 이어 가지만 기다리던 골이 드디어 터지면서 대중의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축구에 미치지 못한다. 럭비는 축구와 유사하지만 틀에 박혀 답답하고 단순하다. 반면 축구는 최종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막고 기습하고 역습하고, 세밀한 지역 내에서의 국지적 전투와 넓은 공간으로의 전진 패스 등 전쟁 및 전투와 가장 닮아 있다.
    유럽축구는 너무 어렵다? 정말 어렵다.
    유럽리그는 크게 보면 자국리그와 국제리그로 나뉜다. 자국리그는 정규리그, 리그컵, 슈퍼컵(Cummunity Shield), FA컵(Football Association Cup).
    대부분의 국가의 자국리그는 ‘정규리그+FA컵+슈퍼컵’으로 구성됩니다만 영국, 프랑스는 ‘정규리그+FA컵+슈퍼컵+리그컵’으로 진행된다.
    국제리그는 챔피언스리그, UEFA컵, 인터토토컵, UEFA슈퍼컵, 클럽월드컵이 있다. 물론 모든 대회에 마음대로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그 챔피언만 참가하는 대회도 있고, 성적 우수팀들이 참가하는 대회도 있다. 그 때도 우승팀은 예선 건너뛰고 본선으로 바로 가는 등의 특전이 베풀어지기도 한다.
    무슨 대회가 이리 많은가? 우선은 유럽에서의 축구가 갖는 역사적 전통과 정통성, 저변의 광대함이 바탕이 된다. 그리고 무리해서라도 여러 대회를 유치하는 것은 돈과 관련이 있다. 여러 대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성적 나쁜 하위팀이라도 성적 우수한 명문 팀과 자주 경기를 치르면서 양쪽 다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갖는다. 영국FA선수권 대회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경기에서 이기면 해당 클럽에 6천만 파운드(1천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자국리그의 정규리그, FA컵, 국제리그의 챔피언스 리그 - 이 세 가지 대회를 우승'하면 ‘트리플크라운’ 또는 '트레블'을 했다고 표현합니다. 우리말로 하면 3관왕.
    그리고 박지성 선수의 유나이티드 맨체스터처럼 성적이 좋은 팀은 무수히 많은 게임을 치러야 한다. 유명 선수가 팀이 헤매도 출전치 않는 경우는 바로 뒤에 더 중요한 경기가 있거나 할 때이다.
    # 자국리그
    1.정규리그
    해당 국가의 프로리그연맹이 스폰서를 유치해 개최하는 대회. 시즌 내내 경기를 치러 승점이 가장 높은 팀이 우승팀. 다음 시즌 유럽 전체 챔피언스 리그에 직행할 자격이 주어진다. 다음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전 시즌 우승팀 준우승팀의 초청경기인 슈퍼컵(커뮤니티 쉴드 Community Shield) 대회에도 출전한다.
    2.리그컵
    영국과 프랑스에서만 진행되는 리그컵(Carling Football League Cup)도 그 나라 프로리그연맹에서 외부스폰서업체의 자금지원을 받아 개최하는 대회이다. 스폰서에 따라 컵의 이름은 바뀐다. 영국의 ‘칼링컵(Carling Cup)’이 가장 익숙한 이름일 듯.
    프로리그연맹에 가입된 모든 팀들이 출전한다. 영국의 예를 들면 1,2,3,4 프로리그 92개 팀이 모두 출전한다. 정규리그는 주말에 하고 리그컵은 수요일에 하는 게 통상의 경우.
    3.FA컵
    정식명칭은 Football Association Challenge Cup입니다. 각 나라 축구협회에 가입되어있는 모든 클럽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입니다. 영국은 700 여개 팀이 참가한다. FA컵도 주로 주중에 열리는데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 FA컵을 운영한다. 박지성 선수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최강팀인데 형편없는 팀에게 졌는니 쩔쩔맸느니 하는 건 이들 대회에서 벌어지는 일.
    4.슈퍼컵
    자선모금의 행사로써의 의미가 크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과 FA컵의 우승팀이 단판 승부로 새로운 시즌이 개막되기 한주 전에 열린다. 만약 정규리그와 FA컵 우승팀이 같을 경우는 리그 1위 팀과 2위 팀 간에 열린다.
    다음은 국제리그.
    유럽축구협회가 주관하는 국제대회는 ‘챔피언스리그’와 ‘UEFA컵’.
    1.챔피언스 리그(UEFA Champions League)
    유럽 각 나라 정규리그의 최상위권 팀들이 맞붙는 대회. 엄청난 상금과 대회 수준으로 세계에서 독보적인 축구 리그대회. 대회는 예선과 본선리그, 본선토너먼트의 순서대로 진행이 된다. 자국 정규리그의 수준과 성적에 따라 예선을 거치는 팀도 있고 본선리그로 직행하는 팀도 있다. 예전 이름은 유러피언컵으로 보통 7월에 시작해서 이듬해 5월에 끝난다.
    2. UEFA 유로파리그(UEFA Europa League) - 옛 이름 UEFA 컵. 40년 역사의 유럽 축구 클럽들이 참가하는 대회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시되는 대회이다.
    지금 열리는 UEFA 유로 2012는?
    유럽축구협회(UEFA)의 주관으로 4년마다 열리는 축구 대회로 각 나라들이 국가대표팀을 구성해 겨루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다. 올해는 유럽 16개국이 참가해 6월9일 ~ 7월2일(한국기준)까지 폴란드, 우크라이나에서 열린다.
    월드컵에는 유럽보다 수준이 낮은 아시아 및 아프리카 대표들도 출전하는 데 비해 유로컵은 실력들이 모두 만만치 않고 역사 속에서 전쟁과 지배 피지배의 경험들이 얽혀 있어 오히려 월드컵보다 인기가 높다.
    유럽 축구와 한국 축구 비교.
    물론 첫째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돈.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 중계방송권 비용은 3억6천7백만 파운드. 6천 억 원이다.
    둘째 한국은 국가대표팀 경기에만 너무 몰리고 유럽은 클럽 축구에도 몰려
    셋째 한국 프로축구클럽은 대기업이 소유하고 이름도 기업명칭을 붙이지만 유럽은 대부분 기업과 스폰서관계일 뿐 기업을 앞세우지 않는다. 그대신 해당 도시의 브랜드와 이미지에 더 주력하는 것이 다르다. 축구클럽과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유지되고 통합을 이루니 유지발전이 쉬운 것.
    9 min
  • [06/21 목요일]21세기 부자로 산다는 것은
    인터넷 언론사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함께 한 ‘2012년 당당한 부자 관련 전국민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전국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62.2%가 “부자의 노력을 인정은 하지만 존경하지는 않는다”고 대답했다. “부를 이룬 노력도 인정하고 존경도 한다” 17.2%, “부자들의 노력을 인정하지도 않고 존경하지도 않는다” 19.3%였다.
    ‘부자는 싫어’는 복합적 일반화의 오류
    조사 문항과 내용을 자세히 읽지 않고 기사 내용만 훑어본다면 자칫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우선 ‘부자가 누구냐?’하는 정의의 문제도 명확히 따질 필요가 있고, 부자 중에 존경할만한 사람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데 부자를존경하냐는 질문에 yes or no 로만 대답하면 그것도 오류에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여의도에 갈 때마다 차가 밀려 고생했다, 그러니 여의도는 언제나 차가 밀리는 곳이다”
    --- 과연 그럴까? 이것을 논리학에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불충분한 표본의 오류’라고 한다.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많았다. 부자들이 불법편법불공정을 저지른다는 기사를 자주 접했다 ..... 그러니 부자는 모두 나쁘다. 존경할 이유가 없다 - 이것 역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또 질문의 내용은 복잡하고 복합적인데 대답은 예, 아니오 둘 중 하나로 강요하면 오류가 생긴다, ‘복합질문의 오류’이다.
    형사가 도둑에게 “이봐 조사하면 다 나와. 시간 없으니 예 아니오로 간단히 대답해. 너 요즘 부자집만 골라서 털고 다닌다며?”
    --- “아니요 아닙니다”
    “아냐? 그럼 부자집 가난한 집 가리지 않고 죄다 털고 다닌다는 얘기네. 그건 더 악질이야”
    ..... 이런 식으로 ‘부자 싫어? 좋아? 하나만 고르시오’하면 복합질문의 오류이다.
    오류는 계속 나온다. ‘존경하는 부자가 누구냐?’ 물었더니 안철수 교수, 정주영 회장, 이건희 회장이 비슷하게 답이 나왔다. 결국 아는 부자가 몇 명 되지 않고 부자로서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도 많이 알고 있지 않은 듯하다. 이걸 그대로 받아들여 한국 사회에서 훌륭한 부자로 인정한다면 그것도 오류이다.
    ‘부자는 존경받아야 한다’는 당위
    외국 부자 중에 존경할만한 사람은 빌 게이츠가 압도적이고 워렌 버핏, 스티브 잡스 순이었다. 세계 금융을 쥐고 흔드는 조지 소로스는 등장하지 않는다. 워렌 버핏도 조지 소로스도 공통적으로 기업을 일군 부자가 아니라 돈 굴려 돈을 번 부자들이다. 두 사람 모두 검소하게 살아갔는데 워렌 버핏은 들어가고 조지 소로스가 빠진 이유는 뭘까?
    문제는 돈 버는 방식이다. 그리고 사회와 관계하는 방식의 문제이다. 조지 소로스는 돈을 버는 목표가 돈 그 자체라고 평가 받는다. 워렌 버핏은 자신의 부가 사회로부터 왔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편법을 피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데 소로스는 초단기 투자를 더 선호해 외환 시장에서 투기를 즐긴다. 결국 시장을 흔들고 혼탁케 한다.
    그 다음 자식에게 물려주는 문제인데 우선 워렌 버핏은 일생 번 돈의 3/4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런데 자기가 재단 만들어 놓고 거기다 쏟아주고 자기 가족들이 차지하고 앉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자기 재단을 제쳐 놓고 빌게이츠 재단에 기부해 버렸다. 그리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도 사회적으로 활동하는데 필요한 만큼만 물려주었다. 필요 이상 많이 물려주면 자식들의 사회적 성장과 활동을 왜곡시킨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배경이 있으니 상속세를 통해 부자들의 재산을 사회로 가져와야 한다고 떳떳하게 선언할 수 있는 것이다.
    조지 소로스는 한 마디로 불투명하다. 자식이 몇 명인지도 정확히 모른다.
    지구촌 부자 가운데 가장 비난을 많이 산 부자들을 소개한다.
    바즐 자하로프
    - 20세기 초 전쟁을 부추긴 뒤 무기를 팔아 돈을 번 악덕 무기거래상. 세계 1차 대전에서 포탄과 총알 등 거의 모든 탄약이 자하로프 제공이었다. ‘죽음의 상인’이라는 말이 이 사람 때문에 생겼다.
    어네스트 오펜하이머
    - 20세기 전반기에 광산업으로 돈을 번 인물. 정치를 상업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모략을 짠 뒤 경쟁자들을 몰락시키는 비열한 경영수법으로 유명하다. 아프리카 독재자.부패정권은 오펜하이머의 뒷돈으로 권력을 유지했다. 그 대가로 오펜하이머가 움켜 쥔 것은 아프리카의 광산 채굴권.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 드비어스가 이 사람의 대표기업이다.
    폴 케티
    20세기 미국의 석유 재벌. 방탕과 탐욕으로 악명을 높인 인물. 고대 유적과 예술품 수집으로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폴 게티를 싫어 했지만 가장 미워한 사람들은 폴 게티의 가족들.
    루퍼트 머독
    - 지구촌 언론재벌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 신문사만 170여개, 위성TV채널, 영화제작 20세기 폭스사, 헐리웃의 제작사 등을 움켜쥐고 지배했다. 언론의 선정성과 극우.수구화에 크게 기여한 20세기 언론계의 공공의 적.
    존 데이비슨 록펠러
    - 석유재벌로 성실하게 일했으나 사업확장 방법은 너무 지독해 기업계에서는 혐오 인물. 미국의 독점금지법이 이 사람 때문에 생겼다. 세계 최고의 부자소리를 들은 뒤 하나님의 뜻에 따라 엄청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이후 일생을 소박한 농사꾼으로 살아갔다.
    우리 재벌이나 큰 부자들이 사회에 영향력은 있지만 존경을 못 받는 건 분명 현실이고 바로 잡히기를 바란다. 재산을 사회에 내놓으라는 요구는 굳이 하고 싶지 않다.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사회이니 그렇다. 그러나 사회문제 해결에는 책임의식을 갖고 나서야 한다. 자기 소유의 기업 현장에서 사람들이 백혈병으로 자꾸 죽어 나가면 돈을 들여 서둘러 치료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돈으로 변호사를 사서 노동자 개인 책임이라고 떠넘기고 자신이 빠져 나가는 게 옳은가?
    사회적 책임의식이 없다는 건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긍심이 없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어차피 편법탈법을 동원해 벌었는데 이제 와 뭘 어쩌겠냐는 천민자본주의의 발로이다. 스스로에게 ‘안 돼!’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거기에서 자긍심은 시작된다.
    10 min
  • [06/20 수요일]동포가 사랑하고 동포에 유익하면 그게 정의!
    세계 여러 나라의 국가에 얽힌 사연들을 살펴보자.
    * 일본 - 기미가요
    메이지 유신 때 단가집에 있는 노래를 고쳐 가사로 지은 뒤 곡을 붙였다. 독일 군악대 지휘자를 지내고 일본으로 파견된 프란츠 에케르트가 일본에 서양음악을 전파하다 부탁을 받고 일본 옛 곡조를 서양 악기에 맞게 고쳐 지금의 기미가요를 완성했다. 일본 곡의 독일식 해석인 셈. 에케르트는 서양음악에 관심이 많던 대한제국 고종황제를 만나 대한제국 애국가도 작곡해 줬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독일보다 일본에서 더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1945년 패망 후 공식 국가가 없어졌다가 1999년 국기국가법을 만들면서 다시 부활했다. 일부 양심 일본인들 국가 제정 거부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 독일.
    학교 교사가 가사를 짓고 하이든의 현악 4중주에서 곡을 따왔다. 1922년 정식국가가 됐으나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금지곡이 되었다. 가사 중에 u(:)ber Alles, ‘모든 나라에 앞서 모든 나라에 우선해 독일.....’이라는 내용이 세계 지배의 야욕을 떠올린다는 게 이유였다. 본래는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조국 독일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내용이다.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없는 3절 가사로만 국가로 사용한다.
    * 미국
    ‘성조기여 영원하라 The Star-Spangled Banner’
    가사는 1814년 독립전쟁 때 영국 함대의 공격에 맞서 볼티모어 항을 지키던 맥킨리 요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국함대가 밤새 포격을 퍼부어 전멸했을 거라 예상했는데 다음날 새벽 여전히 성조기가 펄럭이는 것을 보고 배위에 포로로 잡혀 있던 미국인이 쪽지에 그 감동을 써내려간 것이 미국 국가의 가사가 되었다.
    “오 말해주게, 그대 보고 있는가. 새벽의 여명 사이로 ...... 그 깃발을 ..... 자유인의 땅 용감한 자들의 고향 ......” 곡은 당장 작곡이 어려워 영국 사람들이 술 권할 때 부르는 권주가, 하늘의 아나크레온 이란 곡을 가져다 썼다.
    1931년 공식 국가가 되었다. 미국은 남북전쟁 때 남부연합국 국가로 불리던 노래도 있었다. 딕시스 랜드.
    * 프랑스
    1792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이웃나라 왕들은 시민혁명이 자기들 나라로 전염될까봐 프랑스 시민혁명을 제압하러 군대를 이끌고 프랑스 파리를 공격했다. 그 때 프랑스 장교가 하룻밤 사이에 작사작곡한 노래가 라 마르세예즈, 프랑스 국가이다.
    “일어서라 조국의 젊은이들, 영광의 날은 왔다. 진군이다. 놈들의 더러운 피를 밭에다 뿌리자.....”
    그렇게 불리다 100년 뒤에 국가로 채택되었다. 이름을 마르세예즈라고 부른 것은 마르세유 지방에서 온 시민의용군들이 가장 먼저 이 노래를 부르며 진군한데서 비롯되었다. 제목을 번역하면 ‘마르세유 군단의 노래’.
    * 영국
    하나님 여왕을 굽어 살피소서. God Save the Queen.
    지금 여왕 치하이니 여왕이라 쓰고 남자가 왕이 되면 얼른 킹으로 제목과 가사를 바꿔 부르도록 되어 있다. 영국 민요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옛 찬송가 79장 ‘피난처 있으니 환난을 당한 자 이리 오게’가 이 곡이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2개) 자메이카 캐나다 투발루 지브롤터 등에서도 왕실 찬가로 쓰인다. 영국령 국가들은 자신들의 국가를 대개 따로 갖고 있고 왕실찬가를 먼저 연주한 다음 국가를 연주한다. 스포츠 경기 때는 자기들 국가만 연주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잉글랜드는 엘가가 작곡한 ‘희망과 영광의 땅(위풍당당 행진곡 1번)’을 국가로 갖고 있다.
    * 호주
    1984년 여러 노래를 두고 투표를 해 공식 국가로 ‘어드밴스 오스트레일리아 페어’라는 노래를 채택했다. 그런데 호주 국민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때 다수결에서 2등으로 탈락한 노래를 더 애창한다. ‘왈칭 마틸다’. 양을 훔쳐 달아나는 날강도 일꾼을 묘사한 노래라고 재밌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 누가 그런 노래를 제 2의 국가로 부르겠는가.
    호주가 시민군의 전투로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날 때 가장 용감히 싸운 사람들이 양털 깎는 노동자들이었다. 그런데 독립 쟁취 후 몇 년이 지나도 노동조건은 나아지지 않고 가난에 시달리자 다시 양털깎이 노동자들의 쟁의와 폭동이 벌어졌다. 노동자 투쟁이 격해지며 농장에 불도 지르고 양을 죽이기도 했다. 나중에 경찰이 주동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폭동을 이끌었던 지도자가 노예가 되느니 자유롭게 죽겠다며 자신의 몸에 총을 쏜 뒤 연못에 몸을 던진 사건을 빗대어 묘사한 노래이다.
    * 스페인
    국가를 연주하긴 하는데 공식 가사가 아직도 없다고 한다. 군대에서 군악대가 연주하던 곡으로 작곡자가 누군지는 모른다. 1770년에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3세가 왕실 행사 때마다 이 곡을 연주하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가가 되었다. 공화국, 프랑코 독재정권 때 국가가 바뀌었다가 1997년에 공식 국가로 확정. 국가에 가사가 없어 흥얼거려야 하는 게 망신스럽다고 생각한 알레한드로 블랑코 대통령이 국가적으로 가사를 공모했으나 실패. 스페인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쉽다. 종족으로는 이베리아, 켈트, 게르만, 페니키아, 무어 족 등이 섞이고 섞인 다인종 국가에 언어도 10개 정도나 존재하니 국가 제정도 쉽지 않을 듯.
    * 네덜란드
    1574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 곡은 프랑스 노래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가사는 네덜란드가 스페인에 맞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몸부림친 역사를 이야기한다. 16세기 스페인이 네덜란드를 지배할 때 네덜란드인 총독이 스페인의 차별과 학정에 맞서 독립전쟁을 벌이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독립해방의 결의를 다져 나가는 내용이다. ‘나는 평생 스페인 왕을 공경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싸우겠다 .....’ 이런 내용의 연설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 가사이다. 그래서 네덜란드 국가를 부르면 가슴이 뿌듯해지는 건 스페인 사람들. 나는 평생 스페인 왕을 공경해 왔다 ..... 이 부분은 스페인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도 한다. 450년 전의 옛날 말로 쓰였고 6절까지 있어 네덜란드 국민들도 확실히 외우지 못해 대충 부른다.
    * 스위스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로만시아어 4개를 공식 언어로 해 국가 가사도 4개의 언어로 돼 있다.
    * 인도
    원래 가사는 뱅골어이나 지역마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른다. 공식 언어가 22개.
    * 남아프리카 공화국
    남아프리카는 공식 언어가 11개인데 이 가운데 5개를 골라서 국가에 썼다. 1절부터 4절까지 가사의 언어가 다르다. 1절은 코사어.줄루어가 섞였고 4절은 영어.
    *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따라 1947년 6월에 심의를 거쳐 국가를 채택했다. 북한헌법(165조)에도 이 노래가 애국가라고 명시해두고 있다. 그러나 자주 부르지는 않고 대부분 행사에는 김정일 장군의 노래를 불러왔다.
    애국가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흠결이 있다 한다. 친일파의 흔적도 들어 있고 공식적으로 국가로 채택한 것도 아니라 한다. 그러나 험한 역사 속에서 내 동포가 함께 부르고 울고 웃고 한 노래면 국가로서의 자격과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 아닐까? 국가와 조국은 의미가 다르다. 공식적인 국가가 필요해 만들겠다면 국가적으로 만들어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치면 된다. 멋지고 아름다운 국가를 새로 만들자는 것은 국민이 의견만 모아지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 나라사랑의 마음을 담아 불러 온 노래는 애국가로 함께 부르면 된다. 세계 모든 나라도 저마다 아픈 역사 속에서 우연히 운명처럼 만들어진 노래를 국가로 쓰고 있다. 그런데 공식 절차를 밟지 않았고 헌법에 들어 있지 않아 애국가를 국가로 인정할 수 없고 안 부르겠다고 한다면 너무 완고하고 편벽하지 않은가?
    10 min
  • [06/19 화요일]축구는 조국이다, 유로 축구 엘레지
    유럽이 축구 열기에 뒤덮여 있다. 유로 2012 조별 리그가 진행 중이다. 밤 사이에(우리나라 시각 19일 새벽) C조 최종전이 펼쳐졌다. 스페인이 크로아티아를 꺾고 C조 1위로 8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이탈리아도 아일랜드를 누르고 C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스페인, 이탈리아 국민이 자기 나라 대표팀의 8강 진출을 응원하는 동안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인 7.22%를 기록했다. 국채금리가 7%를 넘어서면 국제자금 조달이 불가능해 국가 부도에 준하는 위기상황이다. 또 이탈리아도 국채금리가 6.15%를 기록해 불안하기만 하다. 축구라도 8강에 올랐으니 위로가 될까?
    그래도 좋댄다 ..... 하긴 우리도 그랬지
    이미 부도상황인 그리스도 이번 유로 2012 축구대회에서 막강 전력의 러시아를 꺾으며 B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마침 그리스 총선에서도 유로에 극렬히 반대하던 좌파세력이 뒤로 밀리고 친유로 세력이 승리를 거뒀다. 축구에서 그리스가 극적으로 러시아를 이기며 8강에 진출한 것이 그리스 사람들의 반감을 조금 누그러뜨린 건 아닐까 해석도 하는데 아주 터무니없어 보이진 않는다. 그리스의 유로존 위기를 풀려면 독일이 적극 도와줘야 하는데 오는 23일 유로축구 2012 8강전에선 독일과 그리스가 승부를 겨룬다. 유럽 각국은 독일이 축구에서 이기고 대신 그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돈을 확실히 좀 풀었으면 하는 분위기.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축구는 8강에 오른 3 나라, 축구가 끝나면 뭐가 남을 진 몰라도 당장은 좋댄다.
    우리 축구 팬들은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때의 상황을 떠올리는 모양이다.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 대표팀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폴란드와 함께 세계 4강에 진출해 한국의 벌떼 축구를 세계에 선보였던 대회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한국이 당시 국가부채 세계 최고 수준의 나라들로 꼽혔는데 모두 4강에 진출해 쓴웃음을 자아냈었다.
    온 국민이 열광하는 축구와 국민 여론에 따라 뜨고 가라앉는 정치는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자국 팀이 국제대회에서 선전하면 정치가 슬그머니 치적으로 삼으며 국민통합의 방편으로 이용한다. 자국 팀이 형편없는 졸전을 펼치면 국가대표 감독, 선수, 축구협회를 공공의 적으로 돌려 여론의 뭇매를 맞게 한 뒤 정치권은 정책 실패의 비난에서 슬그머니 빠져 나가기도 한다.
    축구는 조국이야!
    유럽 축구와 정치의 동반 역사를 살펴보자.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축구 경기가 열리면 어김없이 경기장에 나타나는데 왕림하신 김에 연설까지 하는 걸로 유명했다. 무솔리니는 아예 1934년 월드컵을 유치해 파시스트 정권 홍보에 잘 써먹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경기 전 본부석의 무솔리니에게 오른팔을 쭉 뻗는 파시스트 인사를 해 무솔리니를 부각시켰고 우승컵까지 선물했다.
    1938년 히틀러도 월드컵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다. 선수들은 가슴에 나치 문장을 달고 경기장을 뛰어다녔다. 그러나 스위스에게 패해 일찌감치 독일로 돌아왔고 히틀러는 축구대표팀을 구속시켜 버렸다. ‘축구는 조국이야, 조국을 망치다니...’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FC는 정치적 숙적 관계가 축구 라이벌로 변형된 경우이다. 마드리드는 카스티야 지방의 중심도시이고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지방의 중심도시로 언어부터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양쪽 모두 산업과 상업의 중심지로 막대한 부를 지녔지만 중앙 정치권력이 마드리드에 몰려 있어 카탈루냐는 몇 백 년 정치적 차별을 받아왔다. 카탈루냐 국기 사용 금지, 언어 사용 금지, 학살까지 자행됐다. 학살의 원흉 프랑코가 레알 마드리드 팀의 광팬이었는데 프랑코 점령군들은 도시를 점령하면 공산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카탈루냐 분리독립주의자를 색출해 처벌하고 난 뒤 카탈루냐 사람들의 자존심인 바르셀로나 축구클럽을 해체해 내쫓아 버리는 걸 주요 임무로 여겼을 정도라 한다. 물론 관영 방송들도 주로 레알 마드리드 축구 경기를 중계하고 바르셀로나는 찬 밥. 그 후 정권이 프랑코에게 완전히 장악된 뒤 카탈루냐 사람들은 홈경기장 안에서만큼은 자기들의 언어로 자기들의 노래를 부르고 정치적 구호를 외쳤다. 프랑코 독재정권도 정치적 반감과 분노를 축구 경기장에서 해소하도록 그냥 내버려두고 지냈다. 이렇게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FC 축구팀은 숙명의 라이벌이 되어 버렸다. 눈여겨 볼 것은 마드리드 중앙집권과 레알 마드리드 팀은 미워해도 레알 마드리드 팬에 대해서는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동질감 내지는 관용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첼시 팀. 영국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이벌로 잘 알려진 첼시는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인수했다. 아브라모비치는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계적 축구팀의 주인이라는 타이틀을 마련했다고 한다. 20세기 후반 들어서 독재권력이 정치.경제.문화.여론을 몽땅 장악한 뒤 축구를 정치에 직접 이용하는 사례는 사라지고 있다. 대신 국제적 자본이 축구를 지배하고 정치는 거기서 떨어지는 떡고물이나 챙기는 정도로 시대가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유럽의 정치 경제와 유로 축구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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