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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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episodes

  • [2012/11/27 화]복권은 왕의 뜻인가, 신의 뜻인가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돈 낭비가 뭘까 ...
    미국 포춘지는 1위에 현금자동인출기 수수료 ... 3등에 고급 커피 마신다고 커피숍 가는 것을 꼽았다. 그 다음은 담배, 홈쇼핑 충동구매 등의 순.
    자 그럼 2등은 뭘까? 바로 복권을 사서 긁는 것이다. 미국 내 복권판매액이 700억 달러이다. 재미삼아 사지만 나중에 복권에 쏟은 돈을 계산해 꽤 큰 돈 임을 알거라는 충고.
    어제도(26일) 하루 종일 복권이 화제가 됐다. 로또 복권이 2002년 12월 2일 첫 발행된 이후 국민 1인당 평균 73만원 어치를 샀다고 한다. 로또 구매 열기는 2003년 최고에 이른 뒤 한 때 주춤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 방으로 위기 탈출을 노리는 사람들이 다시 로또로 몰려들었다. 1인당 복권 구입액은 2010년 6만2,635원, 지난해엔 7만1,659원으로 확대됐다.
    복권은 신의 뜻, 왕의 뜻?
    동양에서는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위해 복권을 팔았다고 전해진다. 기원전 3세기의 일이다. 로마 때도 경품 뽑기가 있었는데 복권의 원시적 모습으로 보기도 한다. 번호가 적힌 현대식 복권은 네덜란드, 이탈리아를 거쳐 영국 미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영국은 엘리자베스 여왕 이전 까지는 복권이 금기였다. 복권의 기본이념은 제비를 뽑아서 결정하자는 것이고, 이것은 곧 신의 뜻에 맡긴다는 것인데 신의 뜻을 돈놀이에 쓸 수 없다는 종교적 해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여왕은 국고확충을 위해 1569년 복권을 허용했다. 자본주의를 번성시키고 새로운 국민국가를 형성하려니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영국은 미국 식민지 건설을 위해 복권 발행을 본격화했다가 비리와 사기범죄가 잇따라 19세기 초 한 때 미국.영국에서는 발행을 중단했고 1960년대 미국이, 1990년대에 영국이 발행을 재개했다. 당시 미국의 복권은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쓰여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컬럼비아 등 명문대를 만드는 데도 기여했다.
    즉석복권은 스위스에서 시작됐고 긁어대기는 1974년 미국이 유행시킨 방식이다. 일상생활에 복권을 가장 깊숙이 뿌리내린 나라는 일본.
    우리나라는 1947년 14회 런던올림픽 참가경비를 위해 복권을 처음으로 발행했다. 1969년 정부의 주택복권이 시작됐고 그 다음이 올림픽 복권이다.
    복권, 그 고통 없는 세금
    복권의 문제는 곧 자본주의의 구조와 잇닿아 있다. 첫 번 째가 양극화이다.
    가난한 사람이 복권을 더 많이 사지만 당첨금액을 놓고 보면 더 적게 가져간다는 것이 통설. 영국의 테오스라는 연구단체가 1,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복권 구입 회수와 당첨내역을 조사한 결과 (2009.7.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인터넷판) 노동자와 무직자 등 저소득계층의 67%가 한 달에 한번 이상 복권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 관리직이나 전문직은 47%으로 저소득계층이 복권을 더 열심히 산다. 저소득 계층은 즉석 복권 - 스크래치 복권 위주로 구입하고, 전문기술직들은 번호를 적는 기입식 로또를 선호해 당첨금이 차이가 난다. 마을별로 구입액과 당첨액을 조사하니 가난한 마을 사람들은 살림에 비해 복권에 쏟아 붓는 액수는 컸으나 당첨금 회수 비율은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복권은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쓸 재정을 마련하고자 세금을 대신해 마련한 재정확충 방안이다. 그러니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 수익이 많이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 돈 자체가 가난한 사람들의 호주머니에서 더 쥐어짜여 나오는 돈이라면 그 의미는 무얼까? 소득이 올바로 재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재분배되는 소득역진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복권수익률은 40%가 넘는다. 저소득층을 위해 쓰기도 하고 공공사업도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몫이 저소득층을 위해 쓰여야 한다. 미국의 제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이것을 지적하며 “복권은 고통 없는 세금이고 아주 이상적인 재정 수단” 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회에 가난한 사람이 넘치면 사회에서 어느 정도 이상 혜택을 입은 부유층이 세금으로 그 불균형을 떠안아야 하나 이것을 복권으로 바꿔 저소득층.중산층에게 대박을 사라며 슬그머니 떠맡기는 건 조세정의에도 어긋나는 행위이다.
    국민 정치의식의 마사지
    복권의 다음 문제는 불평등의 정당화이다. 미국의 복권광고는 “미국엔 왕도 왕비도 귀족도 없다. 공평하다. 누구나 왕으로 태어나진 않아도 대박을 터뜨리면 누구든 왕처럼 살 수 있다.”
    슈퍼로또를 사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대다수가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대답했다.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고 대박이 나면 왕처럼 살 수 있는 나라 .... 미국.
    사회가 불평등하고 정의롭지 못하면 국민은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힘을 모아 정치와 정책을 바꿔야 한다. 사회 정의를 향한 국민의 투쟁이 필요하다면 들고 일어서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선거가 치러지면 나서서 투표를 하고 정치인들을 물갈이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정치의식은 ‘한 방에 인생역전’이라는 복권의 마사지에 희석되고 만다. 땀 흘리고, 물건을 만들고, 먹을거리를 길러내고, 정당한 보수를 받아 경제에 합류하는 것이 생활의 가치이다. 그러나 복권열풍은 일상생활과 생업의 숭고한 가치를 일확천금의 환상으로 흔들어 버린다.
    번개에 맞아 죽을 뻔하다가 겨우 살아 병원을 나서다가 다시 번개에 맞아 죽을 확률과 비슷한 수백만 분의 1 확률에 사람들이 매달리면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정부, 복권관련 제조업체, 복권판매소, 광고회사, 방송사 등이 수혜자.
    복권을 사기 전에 분명히 되새겨보자. 사회의 정당한 부의 재분배가 중요하고, 양극화가 해소되는 쪽으로 정책이 움직여야 하고, 복지제도가 더 많이 마련돼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복권 수익은 지금보다 몇 배 더 저소득층을 위해 쓰여야하며 이 복권이 우리의 정치의식을 무디게 할 수도 있음을 놓치지 말자.
    9 min
  • [2012/11/23 금]기업은 병으로 죽나, 치료실패로 죽나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 흔히 말하는 정크등급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사가 소니의 신용등급을 BB-로 3단계 깎아내리고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유지했고, 무디스도 소니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소니의 디지털 AV(오디오·비디오)시장의 수요가 급격히 악화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 TV와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의 경쟁력이 나빠졌는데 영업을 통한 현금 이익을 낼 구조도 허약하다는 분석이다. 일본 1, 2위를 다투는 TV 제조업체인 소니와 파나소닉이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와의 경쟁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올 적자액이 7조, 10조 수준이다.
    떠나가는 선진기업들 ...
    소니의 시작은 1946년 도쿄 통신 공업 주식회사. 폭탄으로 부서진 도쿄 백화점 건물에서 라디오 수리점을 연 이부카 마사루가 창업자이다. 직원 20명으로 전기밥통을 만들며 시작했다. 미국이 군사용으로 트랜지스터를 개발하자 기술을 사들여 포켓용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어 낸 것이 성공의 시작. 세계적 명성을 날린 것은 역시 워크맨이다. 소니는 21세기로 접어들며 삼성 엘지 애플 등에 밀려 고전하면서 2005년 목숨을 건 조직개혁을 단행한다. “새로운 피”를 내걸고 외국인 CEO 영입, 서구식 지배구조 도입 등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한 셈.
    파나소닉은 오사카에 기반을 둔 전기제품 생산업체. 창업자는 유명한 마쓰시타 고노스케이다. 2008년까지 마쓰시타 전기라는 이름을 썼고 내셔널, 파나소닉, 테크닉스 브랜드를 소유했다.
    한국에서는 야후 코리아가 화제가 됐다.
    ‘야후’는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이다. 디렉터리, 전자우편, 개인 홈페이지 등의 서비스가 통합된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2006년 미국 웹 검색시장의 50%를 점유할 정도로 번성했으나 인터넷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구글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전성기의 절반도 안 돼 고전하고 있다.
    경영을 축소하면서 한국시장에서 떠나기로 하고 철수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야후는 최근 철수비용이 많이 든다며 일단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사업을 중단하고 한국에서 빠져나가려면 빚을 갚고 세금을 내야 하는데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와 돈을 빼는 게 아니라 집어넣어야 할 판.
    병으로 죽는가, 치료를 못해 죽는가?
    소니는 IT에 적응을 못한 셈이다. 기술이 강점인 회사가 기술을 버린 것이 가장 큰 패착이라 분석들 한다.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기술개발에 나서야 하는데 용감하게 뛰어 들지는 않고 기존의 것을 이리저리 굴리고 합치고 쪼개 최대한의 수익을 낼 생각만 한 것. 남의 회사를 인수합병해 영화 음악 금융 .... 전공분야가 아닌 다른 영역에 마구 사업을 뻗어간 것도 결국 실패한 요인이 됐다. 외국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불러들이고 이사 경영 체제로 간 것도 일본 경영문화와 접목이 성공하지 못한 듯하다.
    IT 1세대에 속하는 야후는 1997년부터 온라인으로 한국 인터넷 산업에서 최고의 지위를 누렸으나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어 물러나게 된 상황. 야후는 현재 전체 검색 점유율상 3%에 못 미치고 있다. 포털 트래픽도 랭키닷컴 20위권. 왜 이리 떠밀려 내려왔나 ..... 본사가 결정하는 대로 기다려하다 보니 서비스 개발이나 마케팅 그 어느 것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제때 해내지 못했다는 평이다. 사업 다각화에서 변화에 둔감했던 것도 패인으로 꼽힌다. 온라인 검색에서 모바일로, 게임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갔어야 하는데 저항과 두려움 때문에 뛰어들지 못하다 퇴출을 겪는 것이다. 그리고 ‘이거다’라는 킬러 컨텐츠가 없었다. 남 따라 메뉴판은 꾸몄지만 손님을 대거 끌어들일 핵심아이템은 없었다.
    역시 야후도 도전을 두려워했던 것이 문제이다. 그저 네이버 따라 하기만 하다 물러서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 야후 본사는 네이버 다음에게 밀리는 야후 코리아는 접고 일본. 대만 야후를 키우고 한국을 철수하려는 의도는 분명한 듯.
    야후 코리아와 함께 온라인 전성기를 누린 네이트는 싸이월드 이외의 조직은 정리해고 절차를 진행했다. 최근 희망퇴직을 받고 구조조정 단행. 파란은 서비스 종료하고 모바일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려 기를 쓰는 중이다. 프리챌은 주가조작과 투자사 마찰로 정리되었다.
    온라인에서 모바일로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환이 가져 온 결과라 하겠다.
    8 min
  • [2012/11/20 화]공평은 정치인의 절대 권리가 아니다
    서강대가 새 학생회관을 짓는다. 오는 2014년에 짓는데 총학생회는 남녀 공용 휴게실 외에 여성용 휴게실을 추가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일부 남학생들은 지금도 캠퍼스에 침대와 소파 등이 갖춰진 여성 전용 휴게실이 두 곳이나 있는데 여성 전용을 또 만든다면 남성전용 휴게실은 언제 생기는 거냐며 반발하고 있다고.
    여학생 측에서는 공용휴게실을 만들면 남성주의적이 되어 버려 여성전용이 따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남학생들은 동료 남학생 다수를 구제불능으로 바라보는 듯한 시각이라며 되려 지나치게 여성주의적이 아니냐고 따진다. 논란은 커졌다. 가능할 지 모르나 셋 다 만들면 된다.
    남녀 대학생들의 논쟁을 읽어가다 보니 이쯤에서 야권 대선후보들의 단일화가 묘하게 겹친다. 당으로 한데 모이면 구태정치에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 판이 되지 정치쇄신이 안 된다는 주장과 정권교체의 뜻을 함께하면 뭉쳐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갈라져 접점을 찾아가고 있으나 불안하다.
    NO! - 절반의 지배, 절반의 복종
    서강대 남학생들의 차별금지 촉구에서 남성해방운동을 잠깐 생각해 보자. 사회의 여성차별이 남성도 억압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남성들의 운동이다. 196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남성 의식화 모임에서 시작되어 백인 중산층 젊은 남성들이 주축이 됐다. 1970년대에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에서 “인류의 절반은 지배하고 절반은 복종하는 상황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선언을 [리버레이션 Liberation]지에 실으며 본격화되었다.
    남성해방운동 안에는 크게 2가지 흐름이 있다.
    첫째, 여성해방운동을 지지하고 평등한 사회를 추구.
    둘째, 남성다와야 한다는 강박에서 남성을 해방.
    왜 여자만 강력하게 평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남성이 역차별 받느냐, 남성답게 뭐든 너그러이 양보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남성들만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휴게실을 둘러싼 남학생들의 주장은 위의 남성해방선언에서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평은 지상과제가 아니라 방법일 뿐.
    학생들이 이번 기회를 권리다툼에서 끝내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남학생 여학생들이 남녀 서로의 문제에 대해 가져 온 통념이나 지식, 느낌, 생각, 논점 등을 확실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왜 공용휴게실이 남녀의 평화롭고 따뜻한 공간이 되지 못했는지도 반성해 보자. 여학생 전용 휴게실이 여럿 필요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특수한 상황들은 없는걸까? 남성들도 자신들만의 공간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데 여성전용부터 몇 개 만든 후에 해야 옳은가? 커다란 공간으로 공용 휴게실이 있고 그 안에 남녀 전용을 모두 넣어 모두의 공간이자 서로의 공간으로 조화를 이루면 안 될까?
    휴게실이 아니라 화장실은 어떤가? 여성 화장실 숫자는 모자랄 수밖에 없는데 ..... 이런 생산적이고 인간적인 논의들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게 배움의 현장이다.
    어찌 보면 한 편인데 각자의 소집단에게 유리한 걸 얻기 위해 목표를 정하고 협상하는 두 개의 상황, 단일화와 전용 휴게실.
    남녀 대학생들이나 단일화 협상이나 마찬가지인 것은 성사시키려 한다면 맨 처음 튀어 나오는
    * 자기방어적인 공격성을 자제해야 한다.
    * 아무리 사소하다해도 흑백을 확실히 가려내자, 아닌 건 아닌 거야 그렇게 못 해라는 지엽에 집착하는 태도는 불합리하다.
    * 억울한 느낌, 손해 본 느낌, 분노만 키우고 상대의 차이,합리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파괴적이다.
    * 싸움을 해결하는 포인트는 비난을 위한 비난, 이기기 위한 공격을 자제하는 것.
    * 의견의 차이점만을 확실하게 짚어낸 뒤 성실하게 대안과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
    * 서로의 주장에 객관적이 되어야 하고 마음으로 상대를 경청하고
    과잉반응을 피하고 ..... 모두 학창 시절에 배워야, 배웠어야 할 것들이다.
    공평? 그것은 정치인 당신들의 권리가 아니다
    남녀에게 공평해야하는 건 맞다. 그러나 공평이 목표는 아니다. 당장 산술적으로 똑같기도 어렵다. 무엇을 하려는 것이고 그걸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건지 큰 줄기를 놓치면 곤란하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양측이 공평을 주장하는 건 옳다. 그러나 공평은 그들의 절대 권리가 아니다. 천부의 인권도 헌법적 기본권도 아니다. 가장 우위에 있는 건 자기들끼리의 산술적 공평이 아니라 자신들이 선언한 국민 뜻에 대한 순명이다. 정치인 당신들과 국민 사이는 공평한가? 국민의 뜻은 차별당하고 있지 않는가?
    9 min
  • [2012/11/13 화]과대포장 설탕덩어리 대선 국면
    최근 과자 값이 줄줄이 올랐다. 과자 한 봉이 밥 한공기에 맞먹는 엄청난 칼로리에 각종 첨가물을 넣었다고 올리는걸까? 과대 포장에 교묘한 원가줄이기 눈속임이 난무한다. 그러나 소비자도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인터넷에는 과자 낱알 수를 세어 비교하고, 제과회사가 과자의 길이를 줄이고 초콜릿 코팅을 얇게 해 원가를 줄이는 술책을 썼다고 항의하는 글들이 올려진다. 최근엔 모 피자 회사에서 자기네 피자 한 조각과 김치부침개 1인분을 비교해 피자의 칼로리가 낮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김치부침개는 1인분인데 왜 피자는 한조각이냐 1인분은 3조각이다, 부침개 1인분의 기준이 뭐냐 등 반박이 이어져 피자회사 측은 광고를 철회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기업이 독점하던 정보와 힘이지만 이제는 고객에게로 옮겨지고 있는 것. 조사하고 전파하며 디지털 스마트 소비자가 힘을 키워가고 있다.
    뻥 튀기 과자만도 못한 정치
    그런데 정치에서는 소비주체는 물론이요 정치 자체의 주체인 유권자의 정보와 권리가 여전히 묶여 있다. 미국의 양당제를 살펴보자. 미국은 매스미디어와 홍보광고가 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국민도 텔레비전에 매달려 산다. 그래서 미국의 선거에서는 매스미디어가 선거의 꽃이다. 선거전에서 텔레비전 광고와 토론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선거자금도 쏟아 부어진다. 대선 방송광고로 자기 후보의 이미지 홍보도 하지만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만약 미국 선거에서 텔레비전 광고할 돈이 없거나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면 그 후보는 투명인간으로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
    바꿔 이야기하면 이런 시스템은 기득권을 가진 양대 정당의 교묘한 카르텔이다. 민주.공화 양당의 조직력과 정치후원금 흡수력이 아니라면 소수 정당의 후보들은 명함을 내밀기가 지극히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개혁도 불가능하다. 카르텔 속에서 권력을 주고받는 민주.공화 양당은 서로 싸우는 척해도 정치 자체를 바꾸지는 않는다. 마치 그림을 붉은 색, 파랑 색 두 가지로 그리는 것과 같다. 민주.공화 양당이 불편해하는 정책과 정치제도도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가장 불쌍한 건 후원금만 꼬박 꼬박 바치는 유권자들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선택권은 박탈당했는데 여전히 선거 캠페인에 참여하며 후원금을 낸다. 이것이 국민의 눈을 가리는 정치의 뒷모습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는 이런 미국과 비교해 어떨까? 국민이 늦게 퇴근해도 투표할 수 있게 시간을 연장해달라는데 돈 드니까 그만 두란다. 후보 간 토론, 후보 별 토론하는 것 보고 싶다는데 그건 특정 후보가 불리하니 안 된단다.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대선 후보 방송토론도 후보별로 갖는 초청 토론회도 없다. 제도로 민주주의는 갖춰져 있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정치의식과 문화는 빈민주적이자 수준 미달이다.
    이럴 때 선거에서의 권리를 빼앗긴 국민을 위해 나서줄 세력은 언론이다. 방송에 출연을 못하겠다면 그 행태를 비판하고 우선 토론 방송을 정치 탐사보도로 메워야 한다. 정책과 공약을 비교하고, 후보의 정치여정과 경력을 헤집어 들추면 되고, 문제점을 따져 물으면 된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와 대부분의 신문들은 침묵한다. 따져 묻는 취재는 방송사에서 쫓겨난 뉴스타파가 맡아 하고 있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취재현장에서 쫓겨나고 감금당한다. 유권자의 권리는 생매장에 가깝다. 이런 일이 벌어져도 비판이 없다. 미국의 방송을 통한 선거운동 시스템이 양당 카르텔이었다면 한국의 선거방송은 집권여당의 전횡과 횡포에 동조하고 있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한국의 지상파 방송은 선거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선거판에 끼어들지 못해 정보 전달에 실패한 텔레비전 방송이 소비자 주권 시대에 과거처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방송사가 자신의 존재 의의를 깎아내리며 침묵하는 이유는 목표는 무엇인가? 경영진의 몸보신, 달랑 그거?!
    9 min
  • [2012/11/12 월]농업인의 날에 농촌은 없고 가래떡만 즐비해?
    11월 11일 가래떡 데이다. 삐쩍 마른 과자를 먹어야 한다고 여기저기 길쭉한 과자들이 과대포장에 싸여 널려 있는 것보다는 국가 공식기념일인 농업인의 날도 알리고 우리 쌀의 소비도 늘리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임은 모두 아는 일. 한자로 十 一 이라는 숫자를 합치면 흙 土가 되니 수확의 기쁨도 함께 나누고 농업이 국가의 근본임도 일깨우려는 취지이다.
    그런데 주말 언론의 보도들을 살펴보니 가래떡 데이라고 정말 가래떡 데이 기사만 잔뜩 등장하고 농업과 농촌에 관한 기사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넌센스라고 해야 할 지 추태라 부를 수준인지 모르겠다.
    ‘국무총리실이 가래떡 먹는다’, ‘기업체들이 이미지 홍보 차 가래떡을 돌린다’, ‘대학생들이 가래떡데이 행사를 하며 과자보다 우리쌀을 가까이하자고 캠페인을 벌인다’ ..... 이 날의 취지를 살리는 행사들 좋다. 그렇다고 그런 행사만 보도하고 농업발전과 농촌개선에 대해선 무관심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고 평소에 농촌과 농업에 대해 열심히 진지하게 보도를 해온 것도 아니다.
    가래떡 데이에 정말 가래떡만 있다니 ....
    우리 농어촌의 상황을 숫자로 잠깐 살펴보자. 60세 이상의 나이든 농어민 숫자는 88만3천명 (2011년 기준). 전국의 실업자가 80만 8천명. 나이 들어 농사일.뱃일이 힘들다고 농어촌 노인들이 일손을 놓으면 대한민국 실업자 수와 실업률은 곧 바로 2배로 뛰어오른다.
    농촌도 정보화되고 아이디어를 잘 짜내면 소득을 크게 올릴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격차가 도시보다 크게 벌어지고 있다. 2010년 농가소득 1분위 계층과 5분위 계층 간 소득격차는 12.1배에 달한다. 그러니 20대부터 40대까지의 청.장.중년 층이 농촌을 떠나고 농업 후계인력 확보가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농가소득이 불안하고 양극화로 대부분 농민이 가난에 찌들다 농촌을 떠날 경우 도시 소비자의 먹을거리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농촌의 문제는 농민 것이 아니다. 모두 하나로 묶여 있는 것이다.
    농어촌 주민은 국민연금·국민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에서도 도시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 미가입률이 44.4%이다. 도시주민의 28.5%보다 훨씬 높다. 연금 가입기간도 짧고 연금액이 적어 노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국민건강보험도 본인 부담 비중이 50% 이상에 이르고 있다. 보장성이 대단히 취약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제도 운영에서 농어촌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못해 빈곤 인구는 많은데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사람은 비율로 따져 도시보다 매우 적다.
    몰라서 못하나? 최소한의 성의 문제다.
    이런 내용 모두 국회농어촌 발전 포럼에서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눈 것이다. 몰라서 못할 게 아니다. 국회 농어촌 발전 포럼의 경우는 농업과 농촌에 애정이 많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20명이 만들었다. 여당 의원 20명이면 웬만한 정책은 이룰 수 있다. 과연 대선용인지 아닌지 지켜 볼 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 희망공약 모음집’을 18대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이 가운데서 농촌 농업 관련 희망사항들을 살펴보자.
    1. 마을별 협동조합을 살려내 역할을 더 키워야 한다. 이를 통해 농산물 직거래센터를 크게 늘려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유통과정이 불합리하기 때문에 농민도 소비자도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한다. 또 공무원 복지포인트의 일부를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돌려 지역농산물을 소비시켜야 한다.
    2. 농번기엔 아가.아이들을 맡길 탁아시설을 늘려주어야 한다. 보건지소를 활용하든 초등학교의 병설유치원을 활용하든 농번기만이라도 탁아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요구.
    3. 사회적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면 시설을 준비한 뒤 기간제 도우미를 농촌에 배치해주면 좋겠다.
    4. 나이 든 농민들은 차를 타면 5분 걸릴 거리의 병원을 차비를 아끼려 걷다 쉬다 10번, 20번 반복하면서 다녀온다. 무료셔틀 버스를 마련할 방안은 없을까?
    5. 농촌지역에 보건소는 있지만 정작 부족한 건 산부인과이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아가와 엄마 모두 건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
    6. 농작물재해보험을 개선하고 홍보도 더 해야 한다. 태풍으로 참다래 나무의 잎이 죄다 떨어지고 잎이 없어 햇볕으로 광합성을 못하니 과실은 쪼그라들어 피해가 막심하다. 그런데 참다래 열매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재해보험은 땅에 떨어진 과실에만 해당된다. 농작물재해보험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하는 대표적인 예. 수확량에 대한 보장이지 품질에 대한 보장이 아니라는 것인데 말라비틀어진 열매가 나무에 붙어 있어봐야 무슨 소득이 되겠는가.
    7. 농.어.산촌 모두 다문화 가정이 많다. 이에 대한 대책도 당연히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에게 원하는 농민들의 목소리이다. 마지막 대목에 등장하는 다문화 가정 문제를 살피자면 다문화가정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장에선 일손 없다 사람들은 일자리 없다, 도시에 사람이 넘치고 농촌은 비고, 결혼을 위해 해외에 원정소개팅을 나가는 현실은 비정상이다. 그것은 농촌의 피폐를 드러내 보이는 현상들이다. 농업과 농촌의 주거환경을 살려 이농을 막고 귀농을 늘리고 농촌 지역 학교도 지원해 아이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후보들은 인구 많은 도시만 돌지 말고 어서 어서 농촌으로 가보라.
    9 min
  • [2012/11/09 금]젊은 노인, 끈질긴 청춘이 정치를 바꾼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오바마는 미국을 바꿔 놓을 수 있을까? 어려워 보인다. 미국을 바꿀 수 있는 힘은 누구에게 있을까?
    미국의 회색 거인, 전미퇴직자협회
    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20대 청년층의 투표율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오바마는 2008년 “우리는 각자가 아니고 ‘우리’이다”라며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고 투표장으로 가게 만들었다. 오바마는 압승을 거뒀다.
    그로부터 2년 뒤 벌어진 중간선거에서 오바마의 민주당은 참패했다. 왜 그랬을까? 정치보다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들어진 청년들이 투표장에 가질 않은 것이다. 왜 가지 않았을까? 오바마 정부가 계속해 전쟁에 국가재정을 쓰면서 교육예산은 늘지 않았고 청년실업은 해결되지 않아 청년들의 삶이 고단해지며 실망했기 때문이다.
    역시 정치인들은 젊은이들 편이 아니야 ... 라는 자괴감들 젊은이들을 덮어버렸다.
    할아버지들 편이다. 왜 할아버지들 편을 들까? 힘이 세니 그렇다. 얼마나 힘이 센가? 미국의 포츈(Forture)지가 미국의 권력자 서열을 꼽았는데 거기서 2위는 전미퇴직자협회(AART)의 사무총장이다. 직장을 그만 둔 나이 50세 이상의 고령자가 가입하는 미국퇴직자협회는 회원 수가 거의 4천만 명에 이른다. 미국최대의 이익단체이다. 별명이 ‘미국의 회색거인’이다. 미국의 정치인들 누구도 퇴직자협회를 무시하지 못한다. 퇴직자 협회는 막대한 재정을 바탕으로 로비스트를 고용해 미국의 정책을 움직인다. 절대 노인에게 불리한 법이나 정책이 만들어지지 못한다.
    살아 있는 한 정년은 없다
    미국에서는 나이가 얼마 이상 되었으니 직장에서 나가라는 정년퇴직 규정은 법에 어긋난다. 일부 직종에만 정년퇴직이 허용된다. 공식적인 정년퇴직이 없으니 직장인 평균퇴직연령이 65.8세이다. 유럽은 61.8세이고 우리나라는 53세이다. 미국에서는 공식적인 정년퇴직이 없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예로 들면 평균 연령은 45세~50세라고 알려져 있다. 60세 넘어 간호학을 공부해 취업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 병원도 싫어하지 않는다. 숙련된 간호사들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누가 노인들의 정년을 없애버렸을까? 바로 미국퇴직자협회이다. 퇴직자 협회는 1978년 “고용에 있어서 연령차별금지법”을 뜯어고쳐 ‘살아있는 한 정년 은 없다’로 바꿔 버렸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
    1958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퇴직한 여교사가 건강보험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국민이 가입해 조금씩 부담하고 혜택을 누리는 공적의료보험이 없다는 게 퇴직 후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민간보험을 들어야하는데 민간보험은 비싸고 혜택도 광범위하지 않았다. 그래서 퇴직자건강보험조합을 만듭시다.....라며 사람들을 모은 것이 협회의 시작이다. 건강보험조합을 만들기 위해 모인 퇴직자들은 일자리를 떠난 고령자에 대해 사회가 어떤 편견을 갖고 있고 어떻게 차별하는지 인식하게 됐다. 또한 그런 문제들에 대해 어떤 문제제기도 하지 않고 자포자기 상태로 지내 온 자신들에 대해 반성도 했다.
    건강보험사업은 성공적이었다. 개인이 민간보험을 들면 보험료가 비싸지만 공동으로 가입하면 보험료는 내려가고 혜택은 늘어난다. 회원들은 모여들었고, 대규모 회원이 모여들자 금융기관들이 자기네와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퇴직자협회는 고령자 여행사업을 추가했다. 이것 역시 대규모 인원이 고객인만큼 여행사들이 투어비용을 낮춘 질 좋은 여행상품들을 들고 찾아왔다. 다양한 노인우대 서비스 사업이 확대되어 갔고 회원은 늘어갔다.
    1987년 2,600만명. 2003년 3,600만명 ..... 미국인구의 1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제는 직원이 1,800 명, 자원봉사자가 20만 명이다. 1년에 우리 돈으로 2만 원 정도의 회비만 내면 된다. 건강이나 세금문제, 재산관리, 주택, 취업알선 등등 언제든 상담해 준다. 그리고 값싸고 좋은 상품이 실린 회원용 잡지(모던 매추어리티, 워킹에이지)와 뉴스레터가 배달된다. 상품정보가 실린 2개의 회보는 발행부수가 2,200만. 뉴스레터는 4천만이다. 내용이 푸짐하고 알차니 미국인들은 이 회보들을 늘 뒤적인다. 기업들은 이 회보에 광고를 실으려고 애쓴다. 그래서 광고 수익은 연 7천만 달러에 이른다. 사업 매출액은 300억 달러 정도이다. 협회는 정치활동에 연간 예산의 10%를 사용한다. 정치토론모임을 통해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퇴직자에게 유리하도록 정치권에 압력 넣는 것이 주된 정치활동이다. 지역별로 나눠 주의회, 하원, 상원을 압박하고 로비스트를 고용해 활동한다. 선거가 다가오면 회원들에게 관심 가는 공약들을 묻고 정리해서 후보자들과 인터뷰를 가진 뒤 회보에 싣는다. 노인들의 삶과 권리에 관한 내용들이라 신뢰와 집중도가 TV토론보다 높다. 선거 후에도 공약의 실천 경과와 결과가 추적취재를 통해 회보에 계속 실린다. 이것으로 노인들은 정치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고 선거 때면 뭉쳐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구경꾼에겐 그들만의 역사가 없다
    뭉쳐서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 힘이 된다. 조직력으로 뭉쳐도 정치적 힘을 갖는다. 불타는 청춘들만 혁명을 일으키는 게 아니고 젊은 노인들이 뭉쳐도 혁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왜 미국 정치인들은 불타는 청춘들에게 집중하지 않고 냉정한 노인들에게 집중했을까? 그것은 바로 투표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거리로 뛰쳐나가 외친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으면 포기하고 중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불신과 자괴감, 냉소주의가 빨리 번진다. 젊으니까 기회가 많아서일까? 그러나 노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끈질기게 관심을 갖고 투표를 한다. 그렇게 은발의 거인이 된다.
    9 min
  • [2012/11/02 금]그들만의 방송, 그들만의 국가. MB와 MBC
    MBC 노조원들이 삭발을 했다. 170일 파업을 벌였고 파업 종료 후 복귀해 110일 가까이 지났다. 그러나 아무 것도 나아지지 않고 밤 9시 ‘MBC 뉴스데스크’는 ‘KBS 9시 뉴스’와의 맞대결을 포기하고 8시로 옮겨졌다. 그런데 8시에 메인 뉴스를 방송하고 있는 SBS는 아무런 동요가 없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12년 지상파 3사 저녁 뉴스 시청률 자료(AGB닐슨, 수도권가구시청률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9월 중 MBC 뉴스데스크 평균 시청률은 6.9%이다. 같은 기간 KBS 9시뉴스는 21.4%, SBS 8시뉴스는 12.8%이니 SBS의 반토막, KBS의 1/3이다. 소신 있고 일 잘하는 제작요원들이 변방으로 쫓겨나고 일감이 주어지지 않은 채 샌드위치 만들기 교양교육 받으러 다니는데 무슨 재주로 시청률이 올라가겠는가. 당연히 MBC의 살림살이는 이야기 꺼내기 난감할 만큼 엉망이 되어있다.
    추락하는 MBC에 날개가 없다
    MBC 노조가 사장에게 문제가 있다며 횡령과 배임, 부도덕한 행위들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지 한참이 지났다. 꽤 두툼한 근거자료들을 제시했으니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이사회가 철저한 진상조사를 벌여 결과를 바탕으로 처리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눈치만 보며 자꾸 처리를 미룬다. 결국 국회까지 나서 청문회를 열어도 사장은 해외출장 간다고 빠져나간다. 국회가 출장에 맞춘 건지 사장이 국회에 맞춘 건지 모르지만 방송의 위기에 사장을 국회가 청문회로 불렀다면 그 어떤 출장 일정도 우선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도망이고 도피이다. 그리고서 회사 지분을 팔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와 다시 한 번 소동이 벌어졌다.
    MBC 피디수첩 ‘광우병’ 편도 다시 문제가 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판했던 2008년 4월 방송내용에 대해 정부 관료들이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한 것은 모두가 아는 내용. 이 소송으로 지난해 9월 대법원이 ‘PD수첩’ 제작진은 모두 무죄라고 확정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MBC 사측에서는 ‘PD수첩’이 일부 허위내용을 보도한 걸로 판결이 났다며 시키지도 않은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제작진은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정직과 감봉이라는 징계까지 당해야 했다. 이번엔 억울한 제작진이 소송을 제기했다. 며칠 전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이 사건 담당 재판부는 MBC경영진이 대법원 판결을 잘못 해석해 엉뚱하게 사과방송을 하였으므로 다시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MBC vs BBS, 달라도 너 ~ 무 달라
    도대체 MBC는 왜?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걸까?
    최근 PD저널에는 영국 통신원의 흥미로운 기사가 실려 있다. 지난해 8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미 새빌이라는 영국 공영방송 BBC의 간판 앵커 이야기이다. 무려 40년 간 국민의 존경을 받은 유명한 저널리스트. 그런데 최근 ITV(우리나라 SBS와 비슷한 방송)에서 지미 새빌의 성범죄 사실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됐다. 지미 새빌과 그 주변사람들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수백 명에 이른다는 깜짝 놀랄 내용으로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더 큰 문제는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공영방송 BBC가 이런 성범죄 사실을 알고도 쉬쉬해 왔다는 것. 그런데 BBC는 지난해 12월 그의 악행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방송을 제작했다 한다. 그런데 BBC의 다른 제작팀은 지미 새빌을 추모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상극의 내용인 두 프로그램이 동시에 만들어진 것이다. 둘 중에 결국 추모 특집이 방송되고 폭로특집은 방송되지 못했다. 결국 ITV가 이 범죄사실을 폭로했고 BBC는 사실을 숨겼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
    더 흥미로운 건 BBC의 다른 프로그램이 범죄사실 폭로 프로그램을 방송 못하게 한 경위와 그 책임자를 비난하는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낸 것. 그리고 이제라도 진실을 보도하겠다는데 협조하지 않은 간부들이 있었음도 폭로했다. 이후 성범죄 폭로 방송을 막았던 편집장은 보직을 내놓고 물러났고 10여명에 이르는 전·현직 직원들이 BBC 자체 조사를 받고, 국회청문회에 불려 나가고, 경찰 조사도 받고 있다. BBC 역사에서 최악의 위기가 닥쳐 온 것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이렇게 언론동업자끼리 비리를 폭로하고, 내부의 양심고발이 터져 나오고, 책임자는 누구든 조사받고 처벌받는 이것이 민주주의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도 외국 출장 가면 그만이다. 그런 사장을 호위하는 간부들만 득세한다. 대법원이 제작진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도 제작진을 처벌하고 억지 사과방송을 한다. 권력자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살 수 밖에 없다. 엄청난 판공비 유용과 부적절한 여성 관계에 대한 내부의 의혹 제기로 여론이 들끓어도 이사회는 그저 겉돌기만 한다. 공적 방송을 둘러싼 영국의 민주주의와 한국의 민주주의, 얼마나 엄청난 차이인지 한 눈에 드러나는 사건이다.
    무엇이 우리를 어리석게 만드는가?
    왜 이런 어리석음이 등장하는 걸까? 무엇이 이런 어리석음을 만드는 걸까? 사람들은 정치인이 어리석어 그렇다고 믿는다. 천만에, 그건 사회문화적인 어리석음이다. 사회문화적 어리석음이란 이런 것들이다. 50여년 역사의 방송을 망치면서도 국회와 이사회에서는 무조건 여야 정파로 맞선다. 그러다보니 이사회도 국회도 방송사 사장이 무슨 일을 벌여도 힘을 못 쓴다. 모든 건 최고 권력자에게 맡겨져 있다. 정책이 실패해도 여야, 진보보수 대결로만 겉돌지 문제의 해결로는 가지 않는다. MBC 사태도, 4대강도 뭐든 말만 나오면 권력이 바뀌어야 해결되지 않겠냐고 한다. 선거 때 약속했어도 최고 권력자가 되고나면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 모든 건 최고 권력자와 그 친위세력에게 달려 있다. 국민사찰에 청와대가 끼어들고, 국민이 대통령 선거일에 투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늘려달라고 집권세력에게 빌다시피 해도 꿈쩍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게 우리 민주정치 문화의 수준이다. 이걸 뒤집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나라의 사회문화적 어리석음이다
    노엄 촘스키 교수는 국민에게 필요한 국가와 권력자에게 필요한 국가는 같아 보여도 전혀 다르다고 설명한다. “권력자에겐 국가가 필요하다. 그래야 세상을 지배하고 권력의 비용과 위험을 국민에게 떠넘길 수 있으니까.” . 독재자에게 국가는 지배라는 짜릿한 재미와 거느릴 부하들, 술과 여자와 향락의 비용과 평생 쓸 노후 비용을 제공한다. 국민의 혈세가 그것을 대주어야 한다. 그런데 MBC 사장도 엄청난 권력인가 보다. 그에게도 먹고 놀고 여행하고 노후의 정치적 보장까지 MBC가 대주고 있다.
    MBC는 무엇을 위한 존재일까?
    9 min
  • [2012/10/30 화]공무원이나 봉이 김선달이나 거기가 거기?
    여수시 8급 공무원 김 모씨가 10년 가까이 76억 원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돼 떠들썩하다. 근로소득세, 상품권 환급금, 퇴직공무원 급여 등을 빼돌려 등 차명계좌만 100여개에 감춰두고 있었다 한다. 처가.친가에 고급아파트를 선물하고, 사채놀이도 하고, 출퇴근은 국산소형차로 평소에는 BMW, 벤츠 타고 정말 영화같은 이야기. 왜 그랬냐고 하니까 아내 때문이란다, 치사하다.
    봉이 김선달은 단독일까, 조직일까?
    공직 비리 중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순서로 치자면 광주 이석호 씨 사건이 단연 수위를 차지한다. 이석호 씨는 1971년부터 1985년까지 세무서와 광주국세청에 근무하면서 국유지 매각관재업무를 담당했다. 그리고 야금야금 국유지를 삼키다보니 여의도 면적의 21배에 이르는 5,260만평의 국유지를 불법취득했고, 이 토지를 친인척들에게 위장분산시킨 사건이다. 1994년에 대법원이 3,580만평에 대해 불법취득토지 환수판결을 내렸는데 아직도 거둬들이지 못한 토지가 남아 있다. 광주지방국세청에는 이석호 토지환수 담당팀이 따로 구성되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건의 경우 토지가 팔리고 팔려 제 3자에게 넘어가고 매입당사자가 전혀 장물인 줄 모르고 사들였으면 국가가 되돌려 받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구조적인 비리와 결함이다. 여수 시청 횡령 사건의 경우는 전산 시스템, 감사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도 전산시스템은 본인이 손으로 하는 게 더 편하다며 거부했고, 지역 자체 감사도 몇 번이고 있었는데 못 잡아냈다. 서로 적당히 봐주고 넘어가기가 발동되어 왔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엄청난 땅을 꿀꺽했다는 광주 이석호 씨 사건도 마찬가지. 90년대 초 이 씨가 7년 징역형을 치르고 나와 2000년대 중반 공무원들과 짜고 또 토지사기 사건을 벌여 공무원들이 줄줄이 처벌받았다.
    정말 기가 막힌 건 이런 상황에도 2010년 가을, 국민권익위원회가 ‘고위공직자 청렴도 평가 연구보고서’를 마련하며 공무원들에게 고위공직자 청렴도를 물었더니 점수가 93.8점이 나왔다는 사실.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이 비리 종합세트로 판명돼 해임됐다. 연구사업 인센티브 가로채기, 부하직원에게 돈 뜯어 쓰기(직원은 어디서 가져 왔을까?). 이렇게 수천만원 챙긴 것도 모자라 자격 없는 조카딸을 국제협력전문가로, 감사 사위를 홍보팀에 없던 자리 만들어 정규직으로 각각 채용하고 조카의 동서도 특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겨가며 다른 직장 겸직까지 했다하니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정도이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라고 했는데 그 동네를 살펴보니 이해가 간다. 지난 18일 국정감사 내용을 보니 이 동네, 즉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의 기초기술연구 관련 10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2008년부터 5년간 직원들의 징계형사입건 수가 238건에 이른다. 여기는 도대체 뭐하는 동네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중징계는 4명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에서 세수를 .....
    공직비리는 2006년 216명에서 2011년에는 1,226명으로 5년간 4배 이상 급증했다.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자도 2008년 764명, 2009년 1,089명, 2010년 1,436명 2011년 1,506명으로 3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다. (행정안전부 집계). 한국투명성기구의 발표로 이명박 정부 4년간 공직비리는 61% 증가했다. 너무 엄격히 감사하고 처벌해서 적발자가 많은 걸까?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그건 아닌 듯하다. 탈세 캐내러 다니는 세무서의 비리, 각종 공직비리를 수사할 검찰 등 사정기관의 부패스캔들, 이 모든 정부기관을 감독관리할 청와대 측근들의 비리 ..... 이렇게 새는 바가지로 공직자비리를 샅샅이 뒤졌을 리는 없다.
    국제투명성기구의 2011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세계 183개국 중 43위로 지난해보다 네 계단이나 떨어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7위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24위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치 신뢰(105→111위), 공무원 편파성(84→94위), 정책 투명성(111→128위), 정부 지출 낭비(71→95위), 정부 규제 부담(108→117위) 등이 점수를 깎아내린 취약부문이다.
    부패인식지수에서 성적이 좋은 나라 중 뉴질랜드가 있다. 2004년 당시 뉴질랜드 총리이던 헬렌 클라크 일행이 과속운전을 했다. 목격한 주민들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총리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것이 반부패 인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청렴도 높은 나라로 꼽힌 스웨덴. 공직자의 모든 정보는 국민에게 공개한다는 원칙이 바탕이 되고 있다. 정보공개 관련 법률이 마련된 것이 240여 년 전이다. 헌법으로 정보공개와 청구권 등 정보자유권을 국민기본권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들이 공적인 문제로 주고받은 편지나 이메일 등도 공식기록으로 보고 공개청구가 가능하다. 교회도 공적 기관이어서 시민들이 정보공개를 요구하면 재정과 운영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이런 나라들과 비교한다면 대통령 가족이 퇴임 후에 묵을 사저 땅 문제로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직 민주주의라 부르기도 부끄럽다. 총선이나 대통령 선거 때 지지 후보에게 한 표 찍어주고 오는 걸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의 권리, 국민의 재산에 대해 국민이 감독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제도와 절치들이 정립되어 있어야 하고, 그런 능력이 훈련에 의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휘되기까지 우리의 민주주의는 초보일 뿐이다.
    9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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