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 2부의 주제는 ‘일본은 왜 반성하지 않을까?’인데요. 정말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지나간 일은 그렇다 치고, 왜 그걸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을까요?.
최태성 | 기본적으로 일본의 입장으로는 ‘반성하고, 사과하고 할 거 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국에서 자꾸 이 문제를 갖고 물고 늘어지니까 이젠 지쳤다. 우리가 그렇게 잘못했느냐.’ 라고 일본인들은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박광일 | 심지어 2차 세계대전 말미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걸 갖고 우리는 이렇게 큰 피해를 입었다. 핵전쟁의 피해들을 부각시키니까 소수의 미국 사람들은 일본이 전쟁의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그런 인식을 우리한테까지 투영시켜서 ‘왜 니네들은 일본한테 그렇게 이야기 하느냐’ 라고 하면 정말 펄쩍 뛸 일이죠.
박수진 | 그렇지만 한편으론 우리도 위안부 문제라든가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서 용어와 간단한 의미만 알고 있지,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최태성 | 저번에 학생들과 인터뷰 했던 일이 기억나네요. ‘야스쿠니 신사가 무엇입니까?’ 했더니 ‘젠틀맨이요.’
박광일 | 안중근 의사는 ‘닥터’라고(웃음).
최태성 | 그러니까요. 이게 참. 씁쓸한 웃음인데 일단 거기에 대한 용어 정리부터 하고 지나갈까요?
박광일 | 야스쿠니 신사 같은 경우는 아주 오랜 내력을 가지고 있고 상당히 많은 신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재판을 받았던 사람들을 여기에 같이 모신 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마라.’ 라고 말하는 것을 일본 사람들은 ‘왜 남의 나라에 간섭이야.’ 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야스쿠니에 가려면 전범을 빼든지, 거기에 그들이 있는 한은 가면 안 된다. 라고 명확하게 이야기 해야 되는 거예요.
박수진 | 그렇다면 왜 일본은 왜 야스쿠니 신사에 전범들을 같이 합사한 걸까요?
박광일 | 그게 이제 흔히 말하는 물타기죠. 아까 최태성 선생님이 잠깐 언급하셨는데요. 일본 사람들은 ‘우리가 이만큼 반성했으면 되지 않았느냐’고 해요. 하지만 우리가 볼 땐 그건 반성이 아니죠.
최태성 | 저는 기본적으로 이 지점에서 역사 의식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 하거든요. 예를들면 우리 선조 중에 친일파로 활동했던 할아버지가 있다고 가정을 해볼게요. 우리 할아버지니까 어떻게든지 변명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잖아요. 거기서 역사의식이 나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올바른 역사 의식이 있다면 분명히 이건 역사적으로 범죄 행위였고, 해선 안 되는 민족 반역행위였다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 역사의식이 약하다 보니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그래도 우리 할아버진데, 다른 거는 다 잘 하셨잖아?’ 저는 이게 바로 야스쿠니 신사를 바라보고 있는 일본인들의 역사의식과 바로 연결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광일 | 거기에 견주어 볼 수 있는 게 바로 독일이죠. 얼마 전에도 뉴스에 나왔는데 90 몇 살 먹은 사람을 전범이라고 잡아온 거예요. 나치와 관련된 것들은 시효가 없어요. 그 사람을 잡아다가 어떤 방식으로든 처벌 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비록 이 사람이 독일 사람이고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처벌함으로써, 나치와 관련된 것들은 정확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잘못할 수도 있다는 것들을 독일은 행동으로 보여준 거죠. 두 나라의 격차. 역사의식에 대한 차이입니다.
그럼 주변국들은 독일에 대한 믿음. ‘다시는 독일이 그러지 않을 거야.’ 이런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나 중국이 일본을 볼 때 어떤 가요. 또 다시 어떻게든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이 역사의식이 바로 현실이에요.
최태성 | 독일 같은 경우는 명확하게 어떤 역사 관점을 갖고 일관성 있게 나치를 바라보고 있죠. 아무리 같은 민족, 선조일지라도 나치 활동은 나쁜 거라고 정의를 내린 거죠. 그런데 일본 같은 경우는 ‘전범? 그래 외국 입장에서 보면 전범일 수 있겠네. 그런 부분에선 좀 미안해. 그러나 우리 입장에선 일본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싸운 사람들이야.’ 이런 이중성을 갖고 있어요. 분명히 잘못된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중성을 갖고 전범과 그들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이라는 관점이 왔다 갔다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거죠. 주변 국에선 그걸 제대로 된 관점으로 정확히 보길 바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