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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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episodes

  • [04/09 월요일]교회와 선거, 우물물은 강물에 간섭 안한다?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에서는 역대 최다인 20개 정당이 등장(18대에서는 15개)해 유권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자유선진당, 진보신당, 녹색당, 청년당, 기독자유민주당, 한국기독당, 국민생각, 국민행복당, 국민중심당, 국민의 힘, 민주통일당, 국가재건친박연대, 미래연합, 한나라당, 정통민주당, 한국문화예술당, 대한국당이다.
    그러나 정당들과 정당인들은 잔뜩 널리고 모였지만 국민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게 느껴진다. 유권자의 열기로 보면 2010년 지방선거 당시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9 min
  • [04/06 금요일]국민일보 파업, 일과 소명을 팽개친 건 경영진이다
    얼마 전 국민일보에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 소개 글이 실렸다. ‘신과 인간’이라는 제목의 영화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1996년 5월 아프리카 알제리, 티브히린 지방에서 7명의 가톨릭 사제와 수도사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로 구성된 알제리 반군들이 저지른 짓이다. 숨진 사제 중 한 명은 그 마을에서 의사를 도와 간병인 역할을 맡아 왔다. 숨진 사람 중 사제장은 무슬림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코란을 공부할 만큼 차별 없이 마을 사람들을 아꼈다.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들이 외국인들을 처참하게 살해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사제와 수도사들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떠날 것인지 마을 사람들을 돌보며 남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결국 그들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기로 결심하고 남았다. 눈 내리는 겨울 이슬람 반군이 찾아오고 그 이듬해 늦은 봄 그들은 살해되었다.”
    들꽃은 햇볕을 찾아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알제리 티브히린 아틀라스 수도원 이야기는 실화이다. 실제의 내용은 영화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제와 수도사들은 이슬람 반군들이 수도원을 위협한 이후로 3년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마을 사람들을 돌보았다. 그 3년 동안 보스니아에서는 이슬람교도들이 학살당하고 알제리에서는 기독교도들이 보복학살을 당하며 죽음의 공포가 수도원을 짓눌렀다. 교황청에서 이웃 나라에 피신처를 지정했지만 그들은 떠나지 않고 죽음을 기다렸다. 왜 그랬을까?
    사제들이 말했다.
    --- “우리 떠날지도 모릅니다”
    주민들이 물었다.
    “왜 떠나시는데요?”
    --- “새들이 머물던 가지를 떠나는데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요”
    “신부님, 여러분들이 새가 아니라 우리가 새입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깃든 가지구요”
    이슬람 마을에 잠시 흘러 들어와 주민들을 돌보고 있다고 여겨 온 사제들은 그 때 영적인 눈으로 마을과 수도원, 자신들과 주민들의 처지를 다시 바라 보게 된다. 겉으로는 이슬람 국가에 들어 와 선교하는 기독교 사제들이 이방인이다. 리비아 정부군도 리비아 이슬람 반군도 사제들이 이방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물음을 묵상하며 아틀라스의 사제들은 하나님의 은총과 그리스도의 구원을 전하며 헐벗은 주민과 난민들을 돌보는 자신들이 숲이고 안식처이고, 전쟁과 가난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새이고 이방 나그네임을 보게 된다. 분노와 증오, 이념에 사로 잡혀 살인을 저지르는 점령 반란군들도 죄에 빠져 헤매는 이방인임을 깨닫게 된다.
    사제들은 ‘이 순간, 이 자리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으면 그 뿐’임을 고백한다. “그거면 충분하고 후회나 아쉬움이 없는데 왜 도망을 치겠나!”라며 사제들은 그곳에 남는다. 그리고 결국 죽음을 맞는다.
    그리스도의 한 송이 들꽃으로 그저 피었다 지는 것이다. 들꽃은 햇볕을 찾아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향기를 뽐내지 않고 더 많은 땅을 넘보지도 않는다.
    (이것이 올 고난주간에 붙잡고 기도한 저의 묵상의 주제입니다).
    국민일보 파업 100일, 누가 소명을 어기고 파업한 것일까?
    국민일보에 실린 영화 소개 이야기를 읽고 아틀라스 수도원의 기록을 찾으며 묵상을 이어가다 보니 국민일보 노조의 파업도 달라 보인다.
    과연 누가 파업하고 일터를 떠나 헤매고 있는 걸까?
    당연히 노조가 제 할 일을 놓고 광야로 떠난 것이라 여겼지만 과연 눈에 보이는 그것이 전부일까?
    교회가, 성직자가, 언론이 자신의 본 모습과 소명을 잃고 기득권과 세습을 위해 시장 거리를 헤매면 그게 파업이고 이방인이고 철새가 아닌가?
    파업 사태의 경과를 간략히 따져 보자.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하나님께 봉헌한 신문사라고 홍보해 놓고 가족이 헤게모니 싸움을 벌였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아들, 사돈댁 어른까지 얽혀들며 고소, 고발, 횡령, 조세 포탈, 해외도피, 1차 큰 아들로의 세습 실패가 이어졌다. 그 다음에 벌어진 2차 작은 아들로의 세습도 결국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신문을 만들고 있어야 할 언론인들이 100일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원들은 언제고 돌아가 회사를 살린다며 국민일보 구독운동도 벌인다.
    한국 목사의 아들이 미국 사람이 되었다. 물론 병역의무는 건너뛰었다. 그러나 신문사를 물려받고 싶어 귀국해 사장이 됐다. 하지만 법으로 외국인은 대표 이사를 할 수 없다 하니 회장으로 자리를 바꿔 맡았다. 회장 자격은 갖추고 있을까?
    미국에 가서 어린 나이에 국민일보 LA 지사에 파트타임으로 2년 일하고 곧바로 프랑스 파리 지사장으로 1년 일했고 이어서 일본 도쿄 지사장으로 1년 반 일했다고 한다. 국민일보 LA 지사나 특파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파리,도쿄 특파원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신문방송사들은 특파원 한 명 보내는 것도 돈이 없어 쩔쩔매며 사무실 마련은 꿈도 못 꾸었던 게 현실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다들 숙소에서 일한다. 국민일보 미주, 유럽, 일본 해외 지사가 있고 거기에 지사장까지 근무를 했다니 언제 그런 글로벌 신문으로 키운 것인지 믿을 수 없다. 더구나 조 회장은 프랑스 파리지사 근무기간과 일본 도쿄 지사 근무기간이 석 달이나 겹친다. 가난한 신문사에서 비행기 타고 파리 도쿄를 옮겨 다니며 근무했다는 것인가?
    들꽃은 햇볕을 찾아 자리를 옮겨 다니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사람도 불로소득과 헛된 명예를 찾아 거짓을 꾸미고 옮겨 다녀서는 안 된다. 출세와 부귀영광이 눈앞에 있어도 험하고 욕된 자리를 지켜야 한다.
    오늘 이 시점에서 하나님의 일과 일터,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지키는 사람이 누군가? 회장의 가족과 경영진인가? 아니면 자유독립 언론을 외치며 광야로 나선 노조원들인가?
    인간의 법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
    10 min
  • [04/05 목요일]몸통,깃털에도 상하좌우가 있다
    방송인 김미화 씨의 불법사찰 피해 폭로에 대해 국정원이 사실무근에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미 법적 해석과 판례를 통해 형사소추나 민사소송이 아닌 다른 경로로 푸는 것이 마땅하다고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지난 2010년 국정원은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 당시 변호사를 상대로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박원순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자신과 시민사회단체를 사찰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가 국민 개인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제기하면 이는 국민의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으며, 국가는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 소송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그 무렵 한국 인권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방문했던 유엔(UN) 의사표현의 자유 프랭크 라뤼 특별보고관은 이런 입장을 밝혔다.
    "공직은 언제든 비판과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비판에 대해 공직기관이나 공직자가 자기방어를 할 수는 있지만 명예훼손이나 형사법 처벌은 있을 수 없다. 국제협약 제20조에 따르면 증오나 폭력을 선동하고 타인의 권리를 제약하는 내용일 때만 제약을 가할 수 있으며 시민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이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일부다"
    하물며 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시민이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면 진상을 밝혀 억울함이나 오해를 풀어야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려 하는 것은 정당치 못하다.
    물론 법원도 역시 “국가는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항상 국민의 비판과 감시를 받아야하므로 심히 경솔하거나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저히 악의적으로 그런 비판을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가가 증명해야 한다. 국가는 잘못된 보도 등에 대해 스스로 진상을 밝히거나 관련부처를 통해 국정을 홍보할 수 있다. 또 언론사 등을 상대로 정정이나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등 충분한 대응수단을 갖추고 있다”며 국정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국세청장을 비판했다가 국세청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당한 나주 세무서 직원, 오세훈 시장을 비판했다 고소당한 지하도 상가 상인들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명예훼손 형사소추나 민사소송을 남발하는 건 한국이 세계에 퍼뜨리고 있는 인권침해의 한류 현상이다. 국제 인권단체 조사 보고서에 2005년 1월부터 2007년 8월까지 20개월 동안 168개국에서 명예훼손죄로 구금된 사람은 146명뿐이다.(한국은 이 조사에서 빠졌다). 1년에 한 사람이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명예훼손 형사사건은 1년에 2건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부터 2009년 7월까지 55개월 동안 136명이 명예훼손으로 형사 처벌을 받았다.
    개인들끼리의 문제는 그렇다 치자. 국가기관과 공직자까지 나서서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시도하는 건 국민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 그 문제를 두고 국가 기관이 공권력인 검찰 수사와 기소권을 이용해 국민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이 일자 방법을 바꿔 민사 손해배상소송으로 1억을 내라 2억을 내라 하면서 간접적으로 위협하는 것도 부당한 처사이다. 이미 법원이 국가기관과 책임공직자는 명예훼손의 대상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판시를 했는데도 소송을 거는 것은 국민의 입을 막아버리겠다는 악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몸통과 깃털도 상하좌우가 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전하는 언론 보도들을 살피면 다음과 같은 의문과 미비한 점들이 남는다.
    1. 공직사회를 관리감독하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는 사찰기능이 없다. 법에 없는 사찰기능을 부여한 최종결정자는 누구인지 끝내 밝혀내야 한다. 총리실의 불법적인 사찰행위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비리의 깃털이고 불법사찰의 임무를 부여한 행위가 비리의 몸통이다.
    2. 총리실을 움직일 수 있는 상위부서는 청와대뿐일 거라는 전제 아래 비판적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정보기관과 사정감찰 기관이 협력한 과거 5공 시절의 관계기관대책회의가 구성되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다. 즉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수직적으로 지시를 받는 깃털이 아니라 수평적으로도 여러 깃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의심을 털어버릴 단계가 아니다. 언론이 추적해 박혀야 한다.
    3. 국무총리실의 책임 규명도 미흡하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속상관인 총리실장이 국회에서 ‘보고를 받지 못해 몰랐다’고 대답한 것을 근거로 총리실은 일단 비위 취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청와대 해명대로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있었고 현 정권에서도 이어 간 민간사찰이라면 총리실에서 직속상관 모르게 비밀스런 사찰임무와 요원들이 정권에서 정권으로 인수인계되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으로의 전환은 그렇게 연속성을 갖춘 선순환 구조가 아니다. 국무총리실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가 이뤄져 진상을 밝혀야 한다.
    4. 청문회와 특검을 두고 여야가 옥신각신 하는데 의미가 없다. 청문회와 특검 두 가지 모두 추진되어야 한다.
    국회 청문회는 증인 채택과 시일 조정으로 여야가 다투느라 허송세월하다가 채택된 증인들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게 뻔하다. 그리고 청문회에 나선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자기 과시하느라 진상 규명이 속시원하게 이뤄진 적이 없다.
    특검 역시 검찰력이 동원된 집중적인 수사에 미치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만큼 청문회, 특검, 국정조사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9 min
  • [04/04 수요일]사랑 때문에, 원전 사랑 때문에 .....
    법무부가 지난 2일 세계적인 환경보호운동단체 그린피스 간부 3명에 대해 입국을 거부했다. 이들이 ‘국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사무총장 한 사람만 입국하도록 허가했다. 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시의 ‘원전 1기 줄이기’ 사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달 중순 그린피스 선박 ‘에스페란사호’를 타고 강원 삼척 등 원전 건설 예정지와 원전 지역을 둘러보기 위해 사전 준비 작업을 하려고 온 것이다.
    서울시 원전 1기 줄이기 사업은 서울시가 에너지 과소비 도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이는 에너지 절약 켐페인이다. 이것은 절전, 절수 등 에너지를 줄이자는 운동이니 정부가 심각하게 문제 삼을 건 아니다. 두 번 째 활동계획, 배를 타고 원전 지역을 둘러보는 것이 정부의 신경을 거스르고 있는 것.
    그린피스가 배를 타고 원전지역을 둘러보는 게 왜 문제가 될까? 그린피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푸른 지구촌의 무지개 전사들
    1971년 미국이 알래스카 암치카 섬에서 핵실험을 시작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캐나다 서부 벤쿠버 항구에 12명의 환경보호운동가들이 모여 환경운동단체를 결성했다. 그 당시 단체의 이름은 ‘Don't make a wave 파문을 만들지 마시오’ (이하 오마이뉴스 칼럼 모음집 ‘국가의 거짓말’ 참조)
    배를 타고 섬으로 갈 때 환경보호를 상징하는 푸르른 지구의 평화를 의미하는 “green peace”라고 쓴 깃발을 내걸었는데 후에 이것이 단체의 공식 명칭이 되었다. 지구 환경을 위해 묵묵히 음지에서 일하던 그린피스에게 1985년 7월 레인보우 워리어 사건이 터진다.
    레인보우 워리어는 40미터 길이의 트롤 어선을 개조한 그린피스의 전용 선박이다. 레인보우 워리어라는 이름은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그린피스에게 선물한 책의 이름이다. 인디언 전설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신들의 탐욕 때문에 자연을 망가뜨리고 오염시키면 곳곳에서 서로 다른 색깔의 사람들이 모여 들어 힘을 합쳐 자연을 되살려 낸다고 한다. 그 때 모인 색깔이 제각각인 사람들을 레인보우 워리어 - 무지개 전사들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배가 1985년 7월 10일 밤 뉴질랜드 오클랜드 항에서 폭발해 산산조각 난다. 한 사람이 숨지기까지 했다. 뉴질랜드에 정박한 이유는 프랑스 핵실험기지인 남태평양 프렌치 폴리네시아 모루로아 환초섬 일대를 돌며 시위를 벌이려고 준비 중이었다.
    당연히 모두 프랑스를 의심했다.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은 프랑스 정보기관이 그런 일을 할 리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뉴질랜드 경찰이 용의자와 증거물을 찾아내 프랑스 정보기관이 저지른 짓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프랑스 해외정보를 담당하는 대외안전국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흥분하며 펄쩍 뛰었다. 한 달 뒤인 1985년 8월 프랑스 신문 르몽드지가 프랑스 대외안전국 짓이 거의 확실하다고 대서특필했다. 이후 현장에서 휴가를 즐기던 스위스 관광객 부부의 여권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고 진짜 신분은 프랑스 정보원임이 밝혀졌다. 다른 정보원들은 도망쳤고 갑자기 사라진 그린피스 단원 한 명은 프랑스 정보기관이 위장잠입시킨 정보원임이 드러났다. 국제적인 민간인 불법사찰이었던 셈.
    사랑 때문에, 원전 사랑 때문에 ......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해명
    “프랑스 국민 여러분,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 제가 진상조사를 지시해 알아 봤더니 최종 책임자는 국방장관이었습니다. 국방장관이 시킨 건 아니고 해군이 이런 짓을 벌이겠다고 결재를 올렸는데 새로 사귄 애인하고 사랑에 빠진 국방장관이 업무를 대충대충 볼 때여서 보고서를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배를 고장낼까요 폭파시킬까요 묻자 폭파시키라고 싸인을 했다지 뭡니까. 끔찍한 범죄행위이자 미친 짓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저 미테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저는 정말 아무 것도 알지 못했음을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어떻게 저한테는 보고도 않고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단 말입니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미테랑 대통령이 원자력과 핵실험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배를 폭파시켜 그린피스를 저지하라고 지시했음이 밝혀졌다.
    그 이후 그린피스의 모든 활동이 국제적 관심거리가 되었다. 특히 선박 시위는 아슬아슬하다 할 만큼 위험을 무릅쓰고 벌어진다. 배들끼리 충돌하기도 하고 밧줄로 상대 배에 몸을 묶고 시위하는 등 상당히 격렬해 주목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6월 17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앞 바다에서 그린피스의 선박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고리원전 1호기 폐쇄, 추가 건설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입국이 거부된 세 명은 이전에도 한국을 여러 차례 다녀간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번에 입국이 거부된 것은 정치적 배경을 살펴 볼 수 있다.
    우선 핵안보 정상회의를 유치하고 원전 수출을 위해 원자력산업을 북돋우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그린피스가 원전 문제로 소란을 피우는 걸 원천 봉쇄하려는 것이다.
    더구나 4.11 선거 전에 핵안보 정상회의를 유치해 나름 짭짤한 보수층 결집 효과를 거둔 마당에 원전 폐쇄, 원자력 산업 폐기를 주장하는 그린피스가 선거 직전에 물을 흐려 놓는 걸 정부가 방치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사토 다이스케 반핵아시아포럼 사무국장의 입국도 거부했다. 또 부산항으로 입국한 일본 환경단체 활동가를 경찰이 차량으로 쫓아다녀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막아냈는데 정작 핵안보정상회의 직전에 고리원전이 고장을 일으켜 망신을 당하긴 했지만 ..... 다음 골칫거리는 당연히 원전 반대 캠페인을 위해 한국에 들어올 예정인 그린피스의 에스페란사호의 입항이다. 막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절대적 과제?
    이명박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사업과 녹색성장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적인 ‘자이드 환경상’을 수상했다. 환경분야에서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상이다. 그런데 국제환경운동가들을 내쫓았니 다음엔 무지개 전사들이 세계 곳곳에서 몰려오는 건 아닐까?
    9 min
  • [04/03 화요일]아웅산 수치와 박근혜 위원장? 비교불가 !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민족민주동맹이라는 야당을 이끌고 있는 아웅산 수치 여사(66)가 지난 1일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전해진다. 승리가 확정되면 수치 여사는 생애 처음으로 미얀마 중앙정치 무대에 서게 된다. 지난해 3월 군사정부로부터 정권을 이어받은 테인 세인 대통령의 민간 정부는 국가 재건을 위해 민주화 절차를 밟고 있어 선거 결과를 거부하는 과거의 엉뚱한 사태는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군부정권이 아직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어 민주화의 길은 아직 멀기만 할 듯.
    버어마에서 미얀마로 바뀐 사연은 ....
    미얀마로 이름을 바꾸기 전 버어마는 동남아시아에서 태국에 이어 2번째로 큰 나라였다. 19세기 영국이 강제로 점령해 식민통치를 했고 2차 대전 후인 1948년에 독립 했다. 이후 민주국가를 유지하며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1962년 군사 쿠데타로 사회주의 국가로 전환해 군사정권의 부패타락으로 지금은 전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
    국민의 민주화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던 1988년에는 귀국한 아웅산 수치 여사를 중심으로 전 국민적인 민주화 봉기가 일어났다. 1988년 8월 8일에 거국적인 봉기가 있었기에 ‘8888 민주운동’이라고도 부른다. 민주화가 이뤄질 듯 했으나 또 다른 군사세력에 의해 쿠데타가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민간인 2만여 명이 학살되었다. 군부는 1989년에 나쁜 이미지를 가리려 국명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꿨다.
    1990년 실시된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야당이 82%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고 UN까지 나서 결과를 인정하도록 촉구했으나 군부가 거부하고 아웅산 수치 여사는 가택연금 됐다. 1,400 여명이 정치범으로 감옥에 갇힌 것도 이때고 대대적인 정치망명이 시작됐다. 모든 정치적 발언과 집회가 금지되고 독재 정권의 공포 정치가 이어졌다. 여기에 맞서는 아웅산 수치 여사를 격려하고 지원하는 의미로 노벨 평화상이 1991년에 수여 됐다. 수치 여사가 가택연금이라 시상식 갈 수 없었고 10대 소년인 아들이 어머니 대신 시상식장에 가 수상소감을 대신 읽었다.
    그녀의 이름은 The Lady
    아웅산 수치 여사는 독립운동지도자이자 온 국민이 숭앙하는 국민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이다. 아버지가 군부 정권에 의해 살해된 뒤 영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며 영국인 학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어머니가 위독하자 귀국했다. 영국의 남편은 민주화 운동으로 헤어지게 된 수치 여사를 만나기 위해 미얀마로 들어가려 했으나 군사정권이 비자를 거부했다. 수치 여사에게는 부부가 만나고 싶으면 당신이 영국에 가면 될 것 아니냐, 얼마든지 마음대로 가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나가면 다시는 못 들어오게 할 것이 뻔해 버어마를 떠나지 못했고 남편은 얼마 뒤 병으로 사망해 부부는 영원히 이별했다.
    뤽 베송 감독이 만든‘ The Lady’ 라는 영화가 있다. 바로 수치 여사의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얀마 사람들은 수치 여사를 부를 때 ‘더 레이디’라고 부른다.
    이로 인해 세계 주요 국가들이 미얀마의 민주화를 촉구하며 교역을 중단했다. 경제적으로 고립된 버어마는 탈출구를 찾는데 그것이 해외관광객 유치였다.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관광 인프라로 호텔 리조트 등을 건설하고 교통시설을 확충했다. 이후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에 나서 꽤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1990년 대 말 영국 등에서 버어마 여행 보이코트 운동이 벌어졌다. 군부 독재가 민중을 탄압하는 상황에서는 버어마 여행을 거부하겠다는 취지였다. 호텔과 여행사, 교통수단 대부분을 군부정권이 독점하고 관광객이 쓰는 외화 역시 여러 경로를 통해 군부가 빨아들인다는 점을 아웅산 수치 여사가 전하면서 벌어진 일.
    한 쪽에선 여행 보이코트 운동이 벌어졌지만 다른 한 쪽에선 군부가 운영하는 시설은 절대 이용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매뉴얼을 짜서 미얀마돕기 관광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허름하고 불편한 좁은 숙소에서 묵고 덜컹 거리는 낡은 교통수단들을 이용하고 반정부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코스.
    2010년 가을 미얀마 정권이 총선을 수락하는 걸로 물러서고 민간 정부로 권력을 이양하는 절차를 밟자 수치 여사가 관광 보이코트 운동을 접는다고 선언했다. 다만 군부정권이 소유한 시설을 이용하지 말고 지역 소규모 관광을 해달라는 당부를 곁들이고 있다.
    아버지가 정치적 이유로 살해당하고 딸이 정치에 나선 행로가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과 비슷하다 해서 가끔 비교를 하지만 같고도 다른 이야기.
    군부 독재 권력자의 딸과 군부 독재에 의해 살해된 민주화 운동가의 딸,
    잠시 후 5.16장학회 이사장, 육영재단 이사장, 영남대 이사장을 거치며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치 일선에 나선 것과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야당 지도자로 민주화 투쟁을 벌인 것.
    26년의 망명, 귀국해 21년 중 15년을 가택 연금당한 것과 ‘나도 사찰 당해 본 적 있다’는 비교불가로 보인다. 두 사람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간단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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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2 월요일]불법사찰에도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비리가 폭로되기 시작하고 여론이 악화될 때 궁지에 몰리는 쪽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잡아 떼기’ ‘꼬리 자르기’ ‘시간 끌기’, ‘물 타기’, ‘덮어 쓰기’가 있다.
    떼고 자르고 덮고 .... 바쁘다 바빠
    1.‘잡아떼기’는 당사자들이 끝끝내 아니라 하고 증거를 감추면 효과를 본다. 그러나 민간인 사찰처럼 당사자들이 증언을 하고 증거가 확실히 나온 사건에는 써먹을 수 없는 것이 한계.
    2.‘시간 끌기’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 관련자들에게 확인해 보겠다며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는 방법. 강풍은 한나절 내내 불지 않는 법이지만 강풍이 아니라 태풍이라면 며칠 내내 분다는 것이 문제.
    3.‘물 타기’는 다른 사안과 섞거나 범위를 크게 넓혀서 강도를 낮추거나 복잡하게 만들어 비판의 초점을 흐리는 방법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대한 혐오를 더 짙게 만드는 것도 ‘물 타기’의 한 방법. 정치판이 다 그렇고 그렇게 너저분하니 신경 끄고 살자며 유권자의 관심과 투표 의욕을 흩어 놓으면 유리해지는 어느 한 쪽이 생기기 마련이다.
    4.‘꼬리 자르기’는 비리와 의혹, 처벌을 어느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나머지는 빠져 나가는 방법. 이번 민간 사찰도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김충곤 전 점검1팀장 등 3명을 민간인 불법 사찰 혐의로 기소하고 끝내려다 장진수 씨의 폭로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이영호 씨가 나서 꼬리 자르기를 한 번 더 시도했다. 문제는 꼬리 자르기를 서둘러 엉성하게 하는 통에 물 타기와 섞이면서 의혹이 자꾸 커진다는 것.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은 자기가 몸통이라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그 다음 물 타기에서는 대부분 노무현 정권 때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이영호 씨가 노무현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결론이 된다, 이야기가 되나?
    더 웃기게 된 건 국무총리실이다. ‘정부 조직이 사찰한 문건 내용을 공개하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중단돼야 하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점잖게 나오던 총리실이었다. 이렇게 현 정부에서 행해진 사찰에 대해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던 총리실이 과거정부에서 이뤄진 자신의 허물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런 일들을 마구 저지르고 살았어요’ 라며 적극 고백하고 나섰다.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관이 거의 동급으로 꼬리로 취급되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그렇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면 안 된다. 청와대야 정치적으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바람을 타는 곳이지만 국무총리실은 이 나라 전체 전문관료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기껏 ‘도마뱀 꼬리’ 노릇이나 하려 했다면 치욕스런 일이다.
    다국적 사찰 조직 ‘에셜론’, 들어나 봤나?
    이제 남은 ‘덮어 씌우기’에는 어떤 내용이 등장할까?
    민간 불법사찰이 터져 나온 지난 30일에는 불법 사찰과 관련된 사건이 또 하나 있었다.
    1988년 8월 영국의 주간지 뉴스테이츠먼에 Sombody's listening (누군가 엿듣고 있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지구 전체의 통신을 감청하는 조직이 영국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쓴 기자 던켄 켐벨은 체포되어 처벌을 받았지만 그 조직을 끈질기게 추적해 1998년에 에셜론이란 첩보조직에 관한 보고서를 유럽의회에 제출한다. 세계 곳곳에 감청기지를 두고 첩보위성, 잠수함,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 바다 밑 해저 케이블에까지 감청장치를 달아 두고 불법적인 감시를 일삼아 온 조직 - ‘에셜론’의 정체가 폭로되는 순간이었다.
    미국 국가안보원(NSA)이 주도하고 영국 정부정보본부, 캐나다 정보보안청, 호주 국방보안국, 뉴질랜드 정보안보총국이 협력자로 나선 글로벌 전자통신감시망 에셜론은 지구촌의 전화, 텔렉스, 팩스, 이메일, 휴대전화 등 모든 형태의 통신 내용을 검색하는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영국의 가디언 지는 이 에셜론이 1947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의 앵글로 섹슨 국가가 체결한 비밀조약의 일부라고 보도했다. 알려지기로는 그보다 더 이전에 미국과 영국이 2차 세계대전 중 정보교류 협력을 위해 비밀협정을 맺으며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후 소련에 맞선 냉전체제 속에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까지 끌어들여 확대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은 계속해 아무 것도 없다고 부인하나 다른 나라들은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44개 조항으로 만들어진 권고안을 채택해 에셜론의 정보력 남용을 경고했다. 공산권의 위협, 테러 위험에 대한 정보 수집이면 몰라도 민간인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 세계 각국의 경제산업 동향 파악 등 인권침해나 산업스파이 노릇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29일 미국 월 스트리트저널지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에셜론 이란 다국적 정보연합 내에 있던 기밀 내용이 대량으로 유출됐다고 한다. 캐나다의 한 정보 장교가 5년 치 정보를 대량으로 빼내 러시아에 넘겼다가 체포됐고 에셜론 5개국 담당자들이 이 문제 때문에 뉴질랜드에서 대책회의도 가졌다는 것. 캐나다 정부는 자기 나라 군 장교에 의한 간첩 사건이 터지자 캐나다에서 활동하던 러시아 대사관 직원을 추방하고 정보조직 인사를 단행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 한다. (프레시안 보도 참조)
    흥미로운 건 ‘에셜론 보고서’를 쓴 캠벨의 동료인 니키 헤이거가 ‘비밀 속의 권력’이라는 책을 썼는데 거기엔 제3가입국(Third Party member)이라는 또 다른 존재가 등장한다. 5개 동맹국 외의 협력국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언급된 나라들은 독일.일본.노르웨이.터키, 그리고 한국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도 한 몫 거들고 있는 것이 사실일까? 혹시 정부 자료 중에 에셜론과 관련되어 미국의 첩보위성이나 잠수함의 활동내역이 기록된 건 없을까?
    기왕 물 타기를 할 거면 이런 걸로 해주면 안 될까?
    10 min
  • [03/30 금요일]이 땅에 사찰을 허하라? 정말 멘붕 아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정치인, 언론인, 공직자, 노조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불법 사찰을 벌인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왜 그랬을까?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정권의 지지도와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정통성과 자신감을 상실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다수 대중에 의해 비난받으며 궁지로 몰릴 때 권력자들이 겪게 되는 정신적 위기, 요즘 흔히 멘탈 붕괴라 부르는 현상의 단계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1. ‘잘 될 거야, 나한테만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야’ 라던 개인의 기대심리가 깨지며 불안해 진다. 근거 없는 개인의 막연한 심리적 기대가 무너지며 안정을 잃는 것이다.
    2. ‘나름 잘하려 한 것이고 열심히 했으니 실수나 과오 정도는 이해하고 묻어 줄 거야’라고 사회에 대해 기대와 믿음을 걸지만 이것이 깨지면서 불안감은 커지고 당황하게 된다.
    3. 그래도 비난과 공격이 계속되면 ‘내가 그렇게 잘못하고 있단 말인가, 내가 이렇게 못나고 허약 했던가’라는 자괴감이 생겨난다.
    4. 결국은 화살을 남에게 돌린다. 먼저 자기 휘하 조직에게 “이 인간들은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제대로 하는 일이 뭐야?”라는 분노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비난하는 다수 대중을 향해서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러는 거야~!”라는 분노를 품게 된다.
    현 정권이 대대적인 민간 비밀사찰을 별도의 비선 조직을 동원해 시도한 것은 이 멘탈 붕괴의 4번째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문건에 2008년부터 민간사찰이 진행된 걸로 기록되었으니 촛불 정국 때 멘탈 붕괴가 이뤄지고, 아침이슬을 부를 때 이미 사찰과 감시에 대한 구상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 검찰, 경찰? 니들이 더 무서워?
    검찰경찰 등의 기존 조직에 대한 불신도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충성하는 것 같지만 자기 조직의 유지발전기득권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 레임덕이나 정권교체 이후 칼날을 돌려 댈 조직으로 보는 듯하다.
    이렇게 정규 조직의 능력과 충성을 믿지 못하면 별도의 비선 조직을 운영해 사찰에 들어 갈 수밖에 없다. 상당한 예산과 인력이 소요되는 대대적이고 지속적인 민간 사찰이 국무총리실 차원에서 이뤄질 수만은 없다. 국무총리실은 어차피 집권세력의 향방이나 정치권력하고 관계없는 조직이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별정직 공무원’이다. 행정부 업무의 조정과 총괄에 몰두하는 조직이 민간 사찰에 나서는 게 말이 안 되고 사찰을 했다면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 외에는 어디 쓸데도 없다.
    정권의 책무는 민주공화국의 옹호
    시민사회에 대한 정치적 보복은 노태우 정권을 분기점으로 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었다. 1989년 들어서면서 노태우 정권은 민주화 조치를 유보하고 권위주의적 통치로 다시 접어들기 시작했다. 이때 민주화운동 진영은 노태우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를 추진하며 정권불신임투쟁에 돌입했다.
    그 때 터진 사건이 문익환 목사 방북 사건. 이를 기화로 정권은 대대적인 공안정국에 돌입해 국가보안법, 집시법 등을 동원해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비상계엄까지 염두에 두고 그 준비 작업으로 반정부 인사 923명에 대한 사찰을 벌였다. 적절한 시점에 적당한 혐의들을 적용해 모두 잡아들인다는 ‘청명계획’도 짜두었다. 이것이 군부정권 통치시대의 마지막 시민사회 탄압이고 그 이후 문민정부 시대로 들어서서는 시민사회에 대한 정치보복과 대대적인 민간사찰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민간 사찰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 상황과 노태우 정권의 상황이 닮아 있음을 반증한다. 대통령에 대한 강한 퇴진 요구가 등장하고 분열해 갈라졌던 야당이 하나로 뭉치면서 시민사회세력이 여기에 힘을 보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권력이 크면 책임도 크다. 그 책임은 국정 운영을 잘한다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한다. 국가 권력을 장악한 세력은 역사의 진보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시대적 책임이다. 그리고 민주공화국 체제를 굳건히 하고 이어가는 것도 집권세력의 책임이다.
    정치적 이념과 목적이 무엇이든 좋다. 서로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의 정통성 및 역사적 정체성을 사사로이 건드리거나 정파적 목적으로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리고 그 헌법 제 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질서와 안녕을 위해 저질러서는 안 될 행위들을 규정한 것이 형법이다. 이 형법을 어기면 형사범으로 재판에 붙여지고 처벌받는다. 그런데 형법이 아닌 헌법을 어기고 국가의 기간 질서를 흔들면 어찌 될까? 그것은 형사범이 아니고 국사범이라고 부른다. 나라의 정치적 질서를 침해하는 범죄, 국가 또는 국가권력 자체를 침해하는 범죄와 범죄자는 국사범으로 다뤄 마땅하다.
    대대적인 민간사찰을 기획하고 승인하고 실행에 옮긴 모든 인물들은 국사범으로서 조사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
    9 min
  • [03/29 목요일]"나는 국회의원이다!"… 늬들이 뉴타운을 알어?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다가온다. 지역구로 뽑히건 비례대표이건 국회의원의 의무는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그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국회법은 밝히고 있다.
    국회의원 맞아? 개발 브로커가 아니고?
    국회의원은 각각이 국민의 대표이다. 그래서 그들이 모인 국회는 국가권력의 최고기관이다. 비록 마을 사람들이 마을 대표로 뽑아 국회로 보냈고 직능별로 비례대표가 되어 국회에 등원하지만 지방의회 의원과는 달리 특정 지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국정을 운영·통제·감독해야 한다.
    내 마을 사람을 위해 또는 특정한 계급이나 계층의 이익을 위해 뛰는 게 아니라 자기가 대표하는 지역, 계급, 계층의 이익이 국정에 균형 있게 반영되어 국가 전체가 발전하도록 국가 운영 전체를 넓게 멀리 보면서 일하는 자리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우선적인 책무는 국민을 대표해 국방, 외교 등 국가의 주요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입법 및 예산 심의를 통해 행정을 감독, 견제하는 일이다.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한결 같이 '다리 놓아준다', '공장 가져 오겠다', '뉴타운 아파트 단지 개발하겠다'... 이런 식으로 지역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뽑아 줬으니 지역 개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지역 개발에 관심을 갖는 것이 국정과 국가재정의 균형을 깨뜨려가며 예산을 자기 지역으로 쓸어가거나 대형 국책 사업을 불합리한 걸 무릅쓰고 자기 지역으로 끌고 가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형님 예산', '실세 예산' 어쩌구 하며 집권 세력의 손에 국가권력이 휘둘리고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결과만 낳는다.
    선거 때 마다 메뉴판은 비슷하다. '공항 가져온다', '항만 건설한다', '지하철', '공공기관 이전', '테마파크', '박물관', '다리, '도로', '골프장'... 국회의원인지, 지방의원인지, 건설업계 대표인지, 개발 브로커인지 분간이 안 된다. 지역에 무엇을 개발하고 짓는 문제는 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다. 어차피 중앙 정부의 돈과 보증이 필요하고 통제가 필요하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협의해서 국토 개발의 균형을 맞추고 중복되는 낭비를 막고 적정성, 환경성을 검토하고 자금 조달과 건설 시행 관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어찌 될까? 경기도를 예로 들어 보자. 경기도 성남시가 재정 악화로 부도가 난 뒤 감사원이 경기도 지방자치단체를 감사해 지난 1월에 '지방재정 건전성 진단.점검 결과'를 내놨다.
    공약 사업 무리하게 추진하다 재정이 구멍 나고, 구멍 난 재정을 숨기려고 분식회계로 결산서를 조작했다가 시장이 검찰에 고발되고, 지방세 수입 뻔한 걸 세금 수입 크게 늘어날 거라고 뻥 튀기 하고, 내년도 수입을 미리 앞당겨 쓰고, 내년으로 넘겨 계속 써야 할 사업비를 끊어 붙여서 적자 안 난 것처럼 속이는 등 눈 뜨고 보아주기 어려운 지경이다.
    늬들이 뉴타운을 알어?
    정 지역개발을 하고 싶다면 관점을 바꿔 생각해 보도록 권한다. 지역개발은 이익을 얻는 주체가 누구인지, 누가 시행 주체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사업이 된다. 과거 참사가 벌어졌던 용산 재개발이 용산지역 재개발이 아닌 용산 지역사회 재개발이었다면 어찌 됐을까?
    가난한 동네 위로 경전철이 지나가고 대형 백화점, 테마파크가 들어선다고 해도 그 지역 빈민, 서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도시의 서민 지역 개발에 주목할 게 아니라 도시의 서민에게 주목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도시에는 빈민가가 필요하다. 허름하고 불편하지만 그렇게 살며 버텨야 하니까 필요하다. 가난 할수록 도시에서 버티며 극빈층에서 빈곤층으로, 빈곤층에서 서민층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도시 빈민가가 누구에게는 거추장스런 존재일지 몰라도 누구에게는 희망이고 삶의 터전이다.
    그걸 주목한다면 깨끗한 물, 도시 가스, 쓰레기 처리, 하수시설 정비, 서민용 주택... 가난해도 최소한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개발공약들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뉴타운 공약이다.
    9 min
  • [03/28 수요일]정치권력과 대학 2. 대학 비슷한 교수 비슷한
    개화기인 1906년 불교계의 17개 주요 사찰은 힘을 모아 명진학교를 설립했다. 만해 한용운 등 민족독립을 위해 투쟁한 불교계 우국지사 상당수가 이 명진학교 출신이다. 그 때문에 명진학교는 일제에 의해 2번이나 강제폐교를 당하기도 했다. 6.25 전쟁 직후인 1952년 조계종은 다시 한 번 힘을 모으고 재산을 털어 대학에 투자해 종합대학교를 설립했다. 그것이 오늘에 동국대학교이다. 고려대, 연세대와 함께 이 나라 3대 사학으로 꼽던 민족 대학이다.
    봉은사가 코엑스와 함께 하는 까닭은 .....?
    1970년에 동국대의 설립자인 조계종은 정부(상공부)와 서울시로부터 땅을 바꾸자는 제안을 받는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강남 삼성동 땅을 내주면 남산의 좋은 땅으로 바꿔 준다는 제안이었다.
    강남 삼성동은 경기도 삼성리였다가 1963년에 서울로 편입된 당시로서는 허허 벌판이고 숲이었다. 봉은사, 무동도, 닥점 세 마을을 합쳤다 해서 삼성리가 된 곳이다. 이 허름한 땅을 정부와 서울시에 넘겨주면 남산 풍치 좋은 땅을 내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이를 받아들여 조계종은 강남 봉은사 앞 땅 11만 7천 평을 정부에 헐값에 매각하고 그 대가로 시내 알짜배기(?) 땅인 장충동 일대 땅 1만2천 평과 당시 남산에 있던 공무원교육원 건물을 사들이는 걸로 결정해 계약한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 뒤 정부는 대대적인 강남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쉽게 말하면 사기를 당한 거나 마찬가지이다. 지금의 코엑스, 아셈빌딩, 인터콘티넨탈 호텔, 강남 공항터미널, 한국전력 등이 들어선 땅덩어리가 졸지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지금 가치로 치면 15조에서 20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재산이다. 그 후 조계종은 이 사건으로 심각한 내부 분규를 겪었다. 그리고 동국대는 제2 캠퍼스를 어쩔 수 없이 멀리 경북 경주에 세우며 도약의 기회를 잃고 만다. 삼성동 20만 평에 이르던 불교계 재산은 지금 이리 저리해 2만 평 정도 남아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1970년대 부터는 불교재산관리법을 비롯해서 자연공원법 등 각종 법령이 만들어지면 불교계 재산은 경제개발 논리에 밀려 관광지로 개발되고 불교계에 큰 파문과 상처를 가져 오기도 했다.
    대학 비슷한, 교수 비슷한, 대학생 비슷한
    오늘 날 대학은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리 위주의 경영에 골몰해 왔다. 정치권에 기대서 대학 덩치 키우기에 연연해 왔다. ‘당장 급한 데 뭘 어쩌겠어’라며 당장의 급한 불을 끄려다 보니 결국 대학 전체의 위기가 들이 닥치고 말았다.
    아마 이 과정은 언론과 흡사할 것이다. 자기 언론사 덩치 키우고 살아남겠다고 잔꾀 부리며 정파와 야합해 엉뚱한 짓을 벌이다가 모두가 국민에게서 버림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 오늘의 언론 상황 아니던가. 국가와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며 정부와 정권을 야단쳐야 할 언론이 개발 이데올로기와 상업적 수익에만 골몰하다 보니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학도 한국 교육의 개혁은 이렇게 이뤄져야 하고 정부는 이래야 한다고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할 존재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교육 당국의 눈치를 살피며 쩔쩔 매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념으로는 보수화 되고 기득권 챙기다 보니 총장 자리 놓고 편을 갈라 싸움을 계속한다.
    그동안 정치권과 대학이 밀착돼 벌어진 사학파동들은 열거하기 벅찰 만큼 많다. 대학으로서의 이념이나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 정치적, 상업적 목적으로 세워진 대학들도 많다. 그래서 한국의 대학 교육은 양적으로만 크고 질적으로는 뒤떨어져 이 대학이나 저 대학이나 다 똑같다는 소리를 듣는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학 교육이 아닌 사학 먹여 살리기 구조가 굳어지고 개혁할 생각도 못해 왔다. 그래서 학생들의 대학만족도도 낮고 기업의 대학만족도도 낮다.
    학부모들은 10년 넘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산을 털어서 아이들을 대학에 간신히 밀어 넣고 장렬하게 산화하고 만다. 이 부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복지국가도 불가능하다. 대학에 헛되이 쏟아 붓는 사회의 투자를 대학 가지 않아도 당당한 사회인이 되도록 키우는 다른 교육으로 옮겨 놓아야 한다.
    10년 전 대학의 문제를 고민하는 어떤 세미나에서 자조적인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대학 비슷한 곳에서 교수 비슷한 사람들이 학생 비슷한 애들을 가르치고 연구 비슷한 걸 하고 있다”
    대학은 대학 자신만을 위해 존재해선 안 된다. 세계와 사회의 미래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 새로운 미래와 실현 방법을 제시하는 대학으로 존재를 회복해야 한다.
    9 min
  • [03/27 화요일]해를 품은 달, 정치를 품은 대학?
    숙명여대 재단과 숙명여대가 충돌해 분규상황이다. 재단 이사회가 재단전입금 사용방식 문제로 긴급 이사회를 열어 한 모 총장을 해임했고 학교 측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래서 이사회가 총장을 해임하며 뽑아 놓은 총장서리가 있는가 하면 총장이 유고라 총장을 대신하겠다는 학교 측의 직무 대행도 있다. 거기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사장, 이사, 감사에 대해 승인 취소를 통보해 놓고 절차대로 본인들의 소명을 들은 뒤 확정지을 계획이다.
    구 총장, 신 총장, 총장 서리, 총장 대행 ..... 뭔 일이래?
    정작 관심을 끄는 건 숙명여대 총장 자리를 놓고 얽힌 정치정파적 배경이다. 숙대 전 총장은 이경숙 씨. 소망교회 교인이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그 유명한 “오렌지 아니죠, ‘어륀지’”의 주인공.
    이사회가 해임했다는 지금 총장, 한영실 씨는 친박 쪽이어서 이번에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까지 맡았다. 그래서 숙명여대 총동문회장이 이번에 새누리당 비례대표 17번도 맡았다고 한다. 당사자들은 정치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순수하게 돈 때문에 싸운다고 하지만 주위에서는 정치권을 등에 업고 싸우는 걸로 보고 있다.
    3월23일 금요일, 총장실을 점거하려는 양측의 충돌을 보도한 조선일보 24일자 기사.
    총장 서리 교수 - 비키세요, 총장이 권한을 상실했으니 총장 자리를 내주셔야 마땅합니다.
    교무처장 교수 - 총장해임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총장서리는 직제규정에도 없습니다. 유고시에는 부총장, 대학원장 순으로 직무를 대신합니다.
    총장 서리를 모시고 온 교수 - 지금은 총장이 유고가 아닙니다. 해임된 겁니다. 그러니 직제 규정을 따를 필요가 없고 이사회 결정을 따라야 합니다.
    사회과학대 학장 교수 - 학교행정을 관할하는 직제규정보다 이사회가 우선할 수 없습니다.
    재단 전입금 등 학교재정 운용 문제라면 재단과 교수들이 맞서야 하는데 교수들끼리 이렇게 싸우니 헤게모니 쟁투라는 인상이 짙다. 국회에서 여야 충돌하는 모습의 판박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경숙 전 총장은 무려 14년 6개월을 연임했고, 2008년 이 전 총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한 총장도 이 전 총장의 후계자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그래서 지금의 쟁투는 막후정치와 실권장악을 놓고 신구 총장이 대립하면서 빚어진 사태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리고 친이, 친박의 정치권력이 각각의 배후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 갔어, 개혁 카이스트? 어디 갔어, 민족고대?
    대학이 정치와 너무 깊숙이 얽히는 것은 달갑지 않다. 특히 한국의 정치 현실이란 극도의 중앙집권에 대통령 중심이어서 집권자와 집권세력의 교체에 따라 대학이 정치적 풍파에 휩쓸리게 된다.
    카이스트, 몇 달 사이에 네 명의 학생과 한 명의 교수가 잇따라 자살해 충격을 줬다. 미국 대학계에서 실적을 쌓았던 서남표 총장은 언론에 '교육개혁의 전도사'로 소개됐고 이명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 신성장동력 기획단장으로 임명되었고,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녹색성장과 융합산업 추진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2009년 카이스트 졸업식에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고, 입학사정관제도 서 총장이 대통령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알려져 있다. 서 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은 각별하지만 소관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와는 불통하고 청와대와 직접 소통하는 방식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속을 끓여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경쟁과 치적 중심의 학교운영, 목표를 위해 '소통' 대신 '독선'을 고집하는 서남표 총장의 모습이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는 정치적 비난도 들어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보수언론이 뒤를 받치며 지금까지 총장직을 이어왔는데 이제 레임덕으로 접어들면 어찌 될까?
    지난달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는 서남표 총장이 교수들의 특허를 가로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서 총장은 교수협의회장 등 4명의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카이스트 역사에서 총장이 교수를 고소한 것은 처음이다. 이미 카이스트를 놓고 여야가 정치적으로 충돌한 바 있어 소용돌이는 크게 일 것이다.
    정파 정치와 대학이 얽힌 대표적인 예가 고려대이다. 고려대는 고소영 정권의 맨 앞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항상 묶여 다닌다. 요즘 누가 고려대를 ‘민족고대’라고 부르는가 말이다.
    거기에 대통령 친구이고 최측근이라던 고려대 교우회장을 지낸 천신일 씨는 청탁 및 금품수수 비리로 구속기소돼 항소심까지 갔는데도 징역 2년에 추징금이 32억 원이다. 온갖 공기관 임원 자리에는 낙하산으로 들어선 고려대 출신들이 즐비하다. 올해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고려대를 향해 어떤 비난들이 빗발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명문대를 나와야 출세하고 행세하는 것이 현실일 수는 있다. 그러나 옳고 정의로운 현실은 아니다. 또 명문대를 나와야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천박한 허위의식이다. 이 허위의식을 대학이 바로 잡지 못하고 스스로 거품을 키우는 것은 지탄 받을 일이다. 하물며 그걸 파벌과 집단이기주의로 이어가고 서로 추켜 세워주고 낙하산으로 끌어주고 하는 건 정말 천박한 허위의식이다. 대학이 본질을 잃고 자본과 대중에 영합하는 것도 못마땅한데 아예 기성정치에 휩쓸려 둘레(둘러리) 서며 표류하다니 안타깝다.
    9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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