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미세먼지때문에 꽃구경도 하기 힘든 대한민국.
그렇다면 벚꽃으로 유명한 일본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18세기 조선 선비 신유한의 해유록과 함께
화려하고 눈부셨던 에도시대 일본으로 출발하시죠!
[해유록- 신유한 지음] ‘화려하고 사치스런 도시들’
긴 다리 일곱 개를 지나서야 비로소 오사카에 도착했다. 오사카는 바다 건너 오랑캐 나라의 장사꾼들이 갖가지 물건들을 가지고 모여드는 풍요로운 곳이다. 오곡, 과일, 생선, 소금이 많이 나고 금, 은, 구리, 쇠가 널려 있다.
통신사 행렬이 지나가는 길은 구경나온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시가지는 강기슭보다 더 눈부셨다. 그 번화한 모습에 눈이 어질어질해져 몇 개의 거리와 시가를 지났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곧게 난 도로는 잘 닦여 있고, 길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양쪽에는 모두 장막과 주렴을 드리우고 알록달록한 지붕을 얹은 집들이 빼곡했으며 온갖 빛깔의 옷을 입은 남녀노소가 지붕 위아래에 가득한 것을 보았다.
시내는 강물을 끌어와 연못을 만들어서 굽이굽이 돌게 하였다. 잘 다듬은 돌을 쌓아 제방을 만들고 그 위에 다리를 세워 왕래하게 하였다. 황금으로 장식하거나 그림을 그려 넣은 배가 연달아 다리 밑을 지나 꽃밭 사이로 흘러 다녔다. 다리는 200여 개, 절은 300여 개에 이르며 다이묘와 가신들의 좋은 저택들은 그 두 배나 되었다. 평민 중에도 상공업에 종사하여 부유해진 집들이 수천, 수만이며 화려함과 사치스러움을 숭상했다.
[해유록- 신유한 지음] ‘청결한 습관 정교한 인공미’
집을 지을 때는 복도와 부엌 등을 모두 한 지붕 밑에 배치하여 집 한 채의 크기가 수백 보에 이르기도 한다. 깊숙이 위치한 침실은 비단 휘장에 붉은 담요를 깔고 무늬가 아름다운 나무로 벽을 꾸며 놓았으며 벽에 붙여놓은 침상은 기대기도 좋고 눕기도 좋게 되어 있다. 방에서 나오면 아담한 담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네모난 연못은 마치 거울 같다. 겹겹의 문을 지나면 신기하게 생긴 바위와 대나무와 이름난 꽃들이 집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뜰에는 잔돌을 깔아 비가 올 때 다녀도 진흙이 묻지 않게 하였다.
집안의 변소를 항간에서는 ‘셋친(雪隱)’이라고 한다. 셋친 옆에는 반드시 욕실이 있는데, 욕실 가운데 나무통을 설치하여 물을 담아 놓는다. 그 옆에는 상이 하나 있고 상 위에는 두어 자 되는 흰 모시를 놓아두었다. 또 길가 양 옆에 간간이 초가 한두 칸을 별도로 지어 놓았는데 몹시 아름다워 쉬었다 갈 만했다. 물어보니 지체 높은 이들이 길을 갈 때 사용하는 변소라고 한다. 집이든 길가든 변소의 냄새 나는 오물은 바로 밭으로 내가니 파리와 모기가 생길 수 없다.
일본인들의 풍속은 정교하고 인위적인 것을 좋아하여 천연을 따르지 않는다. 화초와 같은 식물도 자연 그대로 두는 법이 없다. 반드시 가지와 잎을 펴거나 오므려서 깃발이나 양산, 여러 층의 탑 모양으로 만든다. 나무는 용이 서리거나 봉황이 나는 듯한 모양으로 만들고 풀은 네모난 평상이나 둥근 항아리 모양으로 만들어 놓으니 사람들이 이것을 보면 깜짝 놀라며 웃게 된다. 조화가 마치 진짜 꽃 같아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